“개방적이고 평등한 웹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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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웹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1990년 12월 평등주의를 기초로 탄생한 웹은 점차 덜 개방적이고 폐쇄적인 인터넷의 생태계로 편입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도 경고 메시지를 더욱 강한 톤으로 내뱉고 있다.

‘가디언’은 8월24일 ‘어떻게 웹은 자신의 길을 잃어버리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장문 기사를 내보냈다. 크리스 앤더슨, 찰스 리드비터, 팀 버너스 리의 최근 발언들을 인용해 위기에 처한 웹의 현재를 집중 조명했다. 웹의 개방성, 평등성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례도 제시됐다. 하필 그 핵심에 페이스북이 놓여있었다.

팀 버너스 리(출처 : 위키피디아)

팀 버너스 리(출처 : 위키피디아)

1990년 겨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탄생한 월드와이드웹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떤 누구와 언제 어디서든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것이 웹의 정신이었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 정신은 지켜져왔다. 웹의 정신은 풀뿌리에서부터 공감을 얻으며 전 세계로 확장하는 토대가 됐다. 팀 버너스 리는 웹의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동력으로 ‘평등성’을 꼽았다.

“웹은 강력한, 그리고 유비쿼터스적 도구로 진화해왔다. 그것은 평등주의적 조건 위에서 구축됐기 때문이고,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의 부분으로서 수천명의 개인과 대학, 기업이 독립적이면서도 함께 작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웹의 평등주의 정신이 서서히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미래의 잠재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도 했다. 웹에서 여성 혐오주의가 확산되고, 보복성 포르노와 같은 악성 범죄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의 감시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뿐만 아니라 인종주의를 비롯해 각종 부정적인 글들이 넘쳐나는 현실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 왔다고 말한다.

모바일의 확산도 웹엔 위기 요소다. 크리스 앤더슨의 말처럼 “우리는 웹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웹이 개방과 평등을 상징한다면 모바일은 준폐쇄적 인터넷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지닌다. 웹만큼 열려있지 않고 평등하지도 않다.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은 웹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고, 그러한 경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것이 크리스 앤더슨이 말하는 ‘웹의 죽음’이다.

특히 ‘가디언’은 웹과 페이스북을 대척점에 세워놓았다. 페이스북의 감정조작, 감시 시스템, 광고 모델 등은 웹의 정신과 배치된다는 의미에서다. 런던북리뷰의 편집자인 토마스 존슨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페이스북의 이용자가 아니라 페이스북의 상품일 뿐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웹 창시자마저도 페이스북에 경고

최근에는 팀 버너스 리도 페이스북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인터넷닷오아르지를 추진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향해 “페이스북닷컴으로만 가게 하는 휴대폰을 만들 엄두도 내지 마라”고 경고했다. 인터넷닷오아르지는 마크 주커버그가 “연결이 곧 인권”이라는 명분으로 추진 중인 저개발국 인터넷 연결 프로젝트다. 페이스북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통신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의 웹은 분명 팀 버너스 리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멀어지고 있다. 모든 기술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진화하진 않지만, 지금의 웹은 초기의 정신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어 우려를 증폭시킨다. 오죽하면 팀 버너스 리가 “웹이 조지 오웰의 우려 이상으로 감시를 촉진시키는 기술이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을까. 지금 웹이 처한 위기 상황을 대변하는 씁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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