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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서피스프로3’, 완숙이라 아쉬워라

2014.08.25

MS의 ‘서피스’ 시리즈는 출발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제품이었습니다. ‘서피스프로’와 ‘서피스RT’로 나뉜 제품군은 사용자를 헷갈리게 했고, 컨버터블 콘셉트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죠. 무려 1조원에 이른다는 MS의 손실처리 재무제표가 초기 서피스 시리즈의 실패를 대변한 셈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서피스만이 가진 매력은 흘러넘칩니다. 특히 세 번째 버전에 이르러서는 서피스 시리즈가 비로소 완성됐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죠. 충분히 가볍고, 동시에 빠릅니다. 업무나 엔터테인먼트 어디에서나 어울리지만, 작고 날렵하기까지 하지요. 한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도 완전한 PC 경험을 누릴 수 있으니 기존 노트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장점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서피스 시리즈에 관심을 갖도록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익숙하지만, 불편함. 낯설면서도 편리함이 동시에 녹아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제품이 바로 ‘서피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서피스프로3은 MS가 광고에 함께 배치한 간결함과 명백함을 최우선 미덕으로 삼는 아무개 제품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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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고 가벼운 노트북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8월25일 서피스프로3을 국내 출시했습니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하드웨어 성능이 나아진 것은 물론, 제품 사용 경험을 배려한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서피스 프로3에 이르러서야 MS의 서피스 전략이 완성됐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이제야 좀 제대로 된 PC처럼 쓸 수 있게 됐거든요. 태블릿 PC로만 보자면야 원래 좋은 제품이었으니까요.

우선 12인치 화면이 마음에 듭니다. 다른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에서는 보기 어려운 3대2 화면 비율도 뜻밖에 만족스럽습니다. 서피스프로3의 해상도는 2160×1440. 가로로 쓸 때도, 세로로 들고 볼 때도 넓은 화면에서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볍습니다. 11.6인치 화면을 단 덮개형 노트북보다 최소 30%는 더 가벼운 800g 수준이니 말이지요. 별도로 판매하는 타이프 키보드를 더해도 총 무게가 1kg을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벼운 업무용 노트북에 목마른 이들은 서피스프로3의 이 같은 특징에 눈이 번쩍 뜨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피스프로3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스탠드 구조도 달라졌습니다. 기존에는 몇 가지 정해진 각도로만 세울 수 있었는데, 서피스프로3에는 상판과 하판이 뻑뻑하게 맞물리는 힌지가 적용됐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세울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요. 덕분에 지하철 의자에 앉아 서피스프로3을 무릎 위에 펴도 쉽게 뒤로 쓰러지지 않습니다. 비로소 ‘랩톱’처럼 쓸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왜 MS는 세 번째 제품에 와서야 서피스에 이 같은 구조의 힌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요. 얄궂은 생각도 듭니다. 노트북 사용자의 실제 사용 경험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전 제품을 떠올려보면, 칭찬할 구석임이 분명합니다.

타이프커버에 내장된 터치패드의 인식 성능도 매우 우수합니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에 적용되는 터치패드와 달리 사용자의 손가락에 매우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답답하거나 인식률이 떨어져 쓰기 불편한 기존 터치패드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정리하면, 서피스프로3은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노트북 가운데 가장 가벼우면서도 큰 노트북 중 하나입니다. 보통 11.6인치 노트북의 무게가 1kg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12인치에 고해상도 화면, 거기에 9mm 수준인 얇은 두께에 1090g짜리 노트북은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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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각도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변한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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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힌지 부분

가장 생산성 높은 태블릿PC

타이프커버에 내장된 터치패드의 인식 성능도 매우 우수합니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에 적용되는 터치패드와 달리 사용자의 손가락에 매우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답답하거나 인식률이 떨어져 쓰기 불편한 기존 터치패드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탁월한 ‘서피스펜’의 성능도 서피스프로3에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이전 서피스 시리즈는 와콤에서 빌린 펜 입력 기술을 썼었죠. 서피스프로3에는 와콤 대신 엔트리그(N-Trig)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와콤 펜 입력 방식의 최대 장점은 최대 2048단계의 필기 압력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인데, 엔트리그는 256단계만 지원합니다. 실제 펜을 쓰는 이들 중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정교한 필압 기술에 의미를 두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MS는 와콤의 정밀함 대신 엔트리그의 빠른 입력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엔트리그 방식의 특징은 와콤과 비교해 지연 시간이 짧다는 점입니다. 빠른 반응 속도 덕분에 오히려 더 정밀하게 필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MS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서피스프로3에서 MS 오피스 ‘원노트’를 써보면 펜 입력 기능을 더 도드라지게 해는 특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펜에 달린 단추를 한 번 누르면 원노트에서 빈 노트가 추가됩니다. 두 번 누르면 화면을 캡처하고, 원노트가 실행 중이 아닐 때도 단추를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원노트를 바로 켤 수 있습니다. 원노트를 자주 쓰는 이들이 탐낼만한 기능 아닐까요.

하드웨어 성능은 평범하고 준수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국내 출시된 서피스 시리즈는 총 5가지입니다. 인텔의 하스웰 프로세서 i3과 i5, i7 중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고르면 됩니다. 내부 저장 공간도 64GB부터 512GB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가장 싼 제품은 90만원대고, 제일 비싼 서피스프로3은 230만원이니 주머니 사정에 맞춰 선택하면 됩니다. 타이프커버 가격은 16만원 선입니다.

한국MS는 실제 5가지 제품 중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 i5 프로세서에 128GB 용량의 제품이라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애플 ‘맥북에어’와 대척점에 있다 해도 좋을 정도로 비슷한 성능과 대등한 가격을 갖춘 제품입니다. 그만큼 서피스프로3를 태블릿PC라기보다는 업무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노트북으로 보는 사용자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서피스프로3은 적어도 지금까지 출시된 컨버터블 노트북 중 가장 탐나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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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프 커버 윗 부분을 화면 아래 자석으로 붙이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익숙함을 포기해 얻은 불필요한 장점

애석한 점은, 가장 크고 가벼운 노트북이라는 특징과 가장 성능이 빵빵한 태블릿PC가 한 몸에 더해진 것이 결코 장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MS가 초기 서피스 시리즈를 포지셔닝했던 지점은 태블릿PC의 바로 옆자리였습니다. 태블릿PC로 쓰되, 필요할 때는 노트북으로 쓰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었죠. 서피스RT를 함께 구성한 까닭도 여기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버전에서 RT를 버리고, 세 번째 버전에 와서는 이전에 짠 전략을 크게 손봤습니다. 태블릿PC보다는 노트북에 조금 더 치우쳐진 쪽으로 말입니다.

여름 들어 MS가 시리즈로 내보내기 시작한 광고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 광고에서 서피스프로3 옆에 놓인 제품은 애플 맥북에어입니다. 미국에서는 맥북에어를 갖고 오면 서피스프로3을 할인해 주는 행사도 벌인 바 있지요. 가볍고 날렵한 노트북의 대명사에 서피스프로3이 기웃거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MS가 광고에서 말하는 서피스프로3이 맥북에어보다 나은 점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화면을 터치할 수 있다.
  • 필기를 지원한다.
  •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다.

말하자면, 서피스프로3은 태블릿 PC처럼 쓰도록 하기 위해 기존 덮개 방식을 버리고 태블릿PC처럼 설계된 노트북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노트북을 쓰는 데 굳이 태블릿PC처럼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광고 화면만 보면, 화면만 뚝 떼고 들고 다닐 수 있는 서피스가 매우 ‘쿨’ 하게 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직장인 대부분이 매우 긴 시간 동안 사무실 책상에 앉아 타이핑을 합니다. 혹은 침대에 누워 원하는 각도로 화면을 조절한 다음 영화를 보는 일 정도죠. 광고에 등장하는 마치 숙련된 ‘조교’처럼 익숙한 몸짓으로 화면에 필기체로 글씨를 휘갈길 일은 없습니다. 공원을 산책하던 중 멋진 풍광에 감동해 즉석으로 그림을 그릴 일은 더욱 드뭅니다.

앞서 서피스프로3의 독특한 스탠드 힌지를 칭찬했는데, 오해하지 마세요. 이번에 새로 바뀐 스탠드가 기존 노트북보다 안정적이라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니까요. 덮개형 노트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손가락의 피로감도 서피스프로3의 타이프 키보드에서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찾아옵니다. 키보드가 너무 얇아 마치 바닥을 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탓이죠. 클램셸 노트북은 덮개를 닫으면 안정적으로 들고 다닐 수 있지만, 서피스프로3은 그렇지 않습니다. 타이프 키보드에 자석이라도 붙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가방 속에서 영겁의 세월 동안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너덜너덜한 타이프 커버를 보고 있으면, 그 좋은 덮개형 제품 놔두고 왜 이런 물건을 들고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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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펜의 단추가 서피스 프로3를 더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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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실력만 좋다면, 서피스 펜은 매우 좋은 그림도구가 됩니다.

서피스프로3은 태블릿PC ‘워너비’의 결과로 몇 가지 장점을 얻는 데 분명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포기하게 된 옛 노트북의 특징들이 하나같이 너무 아쉬운것들 뿐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갑시다. 서피스프로3가 태블릿PC의 경험을 노트북으로 끌고 들어오면서 필연적으로 포기한 기존의 가치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어쩌면 MS는 서피스가 만들어갈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융합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이미 완전한 형태를 갖춰 더이상 혁신이 불가능한 제품도 세상엔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자와 책상이 그렇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사람이 의자와 책상을 쓰는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의자에 로켓엔진이 달려 공중부양을 하게 되더라도 말이지요. 이미 덮개형 노트북의 형태가 이러한 경지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요. 제 생각이 틀렸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MS가 서피스4, 서피스5로 더 큰 손실을 내는 것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서피스프로3은 8월28일부터 하이마트와 지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타이프커버와 스탠드형 거치대는 별도로 판매됩니다. 서피스펜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품목이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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