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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기, 인터넷만 연결해줘선 쓰겠는가”

2014.08.26

미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빅뱅이론’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극 중 쉘든 박사가 친구의 생일선물로 뭘 고를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옆집 친구 페니가 “자기 돈으로 사기엔 아깝고, 남이 사줬으면 하는 것이 좋은 선물”이라고 조언하는 장면이다. 쉘든은 뭘 골랐을까. 다름 아닌 공유기였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유∙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도록 도와주는 바로 그 장비 말이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숨겨두기 마련인 공유기는 내 돈 주고 사기엔 아깝고, 남이 주면 좋은 물건이라는 비유다. 혹은 인터넷 설치 업체에서 공짜로 주거나.

에이수스가 8월2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주인공은 공유기다. 이날 에이수스가 국내 출시한 제품은 ‘RT-AC66U’와 ‘RT-AC68U’다. 두 제품 모두 2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이다. 돈 주고 사기 아깝다는 인식이 강한 공유기에 20여만이나 투자하려는 이들이 있을까. 에이수스는 공유기는 더이상 인터넷만 쓰도록 도와주는 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개인용 데이터 공유 센터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에이수스의 국내 판매 전략이다. 실제로 에이스수가 이날 소개한 제품은 국내 정식 출시 전부터 아는 이들은 해외 직접구매로 들여오기도 했던 인기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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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주고 사긴 아깝지만 남이 사주면 유용하게 쓰는 공유기’를 고르는 쉘든과 페니(드라마 ‘빅뱅이론’ 화면)

“빠르게, 쉽게, 안정적으로”

에이수스가 RT-AC66U와 RT-AC68U에서 가장 앞세운 특징은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점,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두 제품 모두 차세대 무선인터넷 규격인 802.11ac를 지원한다. 기가비트 인터넷을 지원해 스마트폰과 노트북, 데스크톱 등 기기가 최대 600Mbps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2.4GHz와 5GHz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밴드 제품인 덕분에 5GHz 주파수로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최대 1300Mbps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듀얼밴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위 기종인 RT-AC68U는 듀얼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공유기는 사용자 명령에 따라 막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각기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에 좋다.

예를 들어 노트북 하드디스크와 공유기에 끼운 USB 드라이브가 따로 동작할 때 듀얼코어가 각기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공유기가 부담해야 하는 부하도 덜 수 있고, 속도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로드컴의 ‘터보QAM’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는 점도 에이수스가 내세운 특징이다. 터보QAM은 40MHz 채널을 쓰는 2.4GHz 주파수의 와이파이가 최대 200Mbps 속도로 총 3개의 연결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터보QAM 기술 덕분에 와이파이 신호의 최대 사거리도 늘어난다는 게 에이수스의 설명이다.

이밖에 에이수스는 PC에 연결된 장치를 자동으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도 30초 만에 공유기 설정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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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 ‘RT-AC66U’

공유기도 멀티유즈 시대

‘인터넷을 여러 장비로 나눠주는 장비.’ 공유기를 보는 사용자의 관점은 딱 이 지점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쉘든이 친구의 생일 선물로 공유기를 고른 것도 이와 같은 맥락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이건 옛말이다. 공유기 뒤편에 USB 포트가 마련되기 시작했고, 더러는 하드디스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공유기에 저장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제품도 나왔다. 공유기가 인터넷 연결 도구를 넘어 멀티유즈 쪽으로 방향을 튼 덕분이다. 경쟁이 심화된 공유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유기 개발업체의 고민이 담긴 기능인 동시에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에이수스의 RT-AC66U, RT-AC68U 시리즈는 공유기의 멀티유즈 트렌드를 주도하는 제품이다.

RT-AC66U, RT-AC68U 시리즈는 하드디스크나 외장하드를 공유기에 직접 물릴 수 있다. USB 3.0 규격이 적용돼 기존 2.0 규격을 내장한 제품보다 10배나 빠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응용프로그램으로 쓰면, 모바일기기에서 직접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공유기에 직접 연결한 외장하드는 물론, 공유기에 물려 있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등에 담긴 자료도 모바일기기에서 볼 수 있다. 가상사설네트워크(VPN)를 구축해 쓰는 전문 사용자라면, 공유기 1대로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학가경 이엠텍 기술팀장은 “굳이 20~30만원에 이르는 NAS 전용 제품을 쓰지 않아도 공유기 하나로 NAS와 인터넷 연결을 모두 할 수 있는 셈”이라며 “에이수스 제품은 하드웨어적으로도 차별화를 이뤄 1년 365일 막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헤비유저가 쓰기에도 안정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바짝 다가온 기가인터넷 시대

아쉽지만 기가인터넷을 지원하는 공유기를 쓰더라도 기가인터넷 기술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 연결된 인터넷 서비스가 기가인터넷을 지원해야 온전한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올해 안에 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도 2015년 안에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가비트를 지원하는 공유기를 지금 구입하기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인터넷 기가비트 관련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리며 “UHD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는 등 대용량 시대에 맞춘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KT는 현재 서울시의 잠실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기가비트 인터넷을 시범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기가인터넷 서비스 투자에 잰걸음이다. LG유플러스는 다산네트웍스, 유비쿼스 등 중소기업과 협력해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스위치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장비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맞춰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스위치 장비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상용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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