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개방이 ‘따뜻한 혁신’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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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그는 지난 6월 테슬라가 보유한 모든 특허를 개방하고 특허를 이용하더라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안내문을 올렸다. 엘론 머스크는 “우리는 오픈소스 운동의 정신으로 전기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위해 그 벽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특허를 공유하게 된 배경에서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 시대의 특허는 단순히 더 빠른 기술의 진보를 억누르고, 거대 기업들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며, 실제 특허의 발명자보다는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만 불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허가 실제로는 언젠가 있을 소송에서 이길 수도 있는 복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저는 가능한 한 특허 취득을 최대한 피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엘론 머스크는 파격적 결단의 결과가 테슬라의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테슬라가, 다른 전기 자동차 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빠르게 발전하는 하나의 공유된 기술 플랫폼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는 말로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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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경악했고, 일부는 찬사를 보냈다. 전기차 기술에서 배타적 독점권을 틀어쥐고 있던 테슬라가 경쟁사를 이롭게 할 수 있는 무모한 결단을 내린 데 대해 많은 해석들이 나왔다.

‘더데일리비스트’는 “전기자동차 관련 부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면 전기 자동차 부품 연구와 혁신이 활발해질 테고, 부품 가격이 내려가면 전기 자동차를 더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보 전략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었고 “기술 표준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한켠에선 “특허 시스템 전반을 개혁하는 토론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출처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4)

기술 혁신 위해 도입됐다가 배타적 권리 보호로 변질

특허 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기술 혁신과 산업발전을 위해서였다. 특허권의 보호로 발명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보급하는 것이 특허 제도의 본질이다. 특허를 뜻하는 ‘patent’의 어원이 개방(Open)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이처럼 특허는 공개를 의미했고 활용을 전제로 했다. 특허를 보호해주되 공개하고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1400년대 르네상스 시대 특허 제도의 시작이었다. 물론 이용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분명히했다.

이렇게 시작된 특허는 1700년대 들어오면서 유럽 각국에 제도로 안착한다. 안착하는 과정에서 특허의 본령은 각 나라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독점적 사용권에서 배타적 권리로 성격이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혁신과 보급, 발전이 본질이었다면 이후엔 ‘타인이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배타적 권리로서 성격이 더욱 강해지게 된다.

배타적 권리 부여는 미국 특허법에서 도드라졌다. 20세기 들어 미국 법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특허법은 ‘사용의 특권’에서 ‘배제의 특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당분간 나에게 사용할 특권을 달라’는 논리가 ‘나는 쓰지 않아도 되는데 대신 다른 사람은 아예 못 쓰게 해 줘’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1952년 미국 특허법이 “다른 사람이 그 특허발명을 생산, 사용, 판매의 청약 또는 판매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권리”라고 못박으면서 특허제도의 취지는 본말이 전도되게 된다.

“나는 굳이 필요 없지만, 너는 쓰면 안 돼”

무엇보다 특허가 혁신의 걸림돌이 된 것은 이 같은 배타적 권리가 남용되면서부터다.  타인의 기술 이용을 배제해서 후속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데 특허권이 활용된 것이다. 이는 애초 특허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으로 특허권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세계는 특허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그야말로 특허 전쟁의 정수다. 이 소송은 상대측의 ‘판매금지’를 겨냥했다. 결국 양쪽이 합의로 마무리하면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소송 비용을 상처로 남기게 됐다. 변호사들의 배만 불린 꼴이다. 이보다 더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사용하지도 않을 개념을 특허로 등록해 타자의 이용을 차단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특허 괴물의 출현은 배타권의 과도한 보장에서 기인한다. ‘특허의 실패’ 저자인 제임스 베센과 마이클 무러는 “혁신을 촉진한다는 특허 제도의 본 취지는 망각한 채 특허 제도로 파생되는 권리 싸움에만 기업들이 너무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센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기술혁신과 특허건수를 비교한 논문을 통해 “프로그램 특허의 증가와 특허성의 확대가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기술 혁신이 연속적이고 보충적인 때, 특허와 모방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반대로, 모방이 기술 혁신에 자극이 되고 강한 특허는 장애가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400~500년 전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는 이처럼 지금은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시대에 봉착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 특허 제도의 딜레마이다.

MIT 해커 문화와 특허

MIT 인공지능연구소의 초기 해커들.(출처 : THE FOUNDING OF THE MIT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MIT 인공지능연구소의 초기 해커들.(출처 : THE FOUNDING OF THE MIT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특허의 폐해가 지속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특허 자체를 거부하자는 운동이 등장했다. 그 핵심에는 해커정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해커정신의 모태는 MIT의 해킹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MIT 해킹 공동체는 정보의 자유와 공유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patentlawsuitsMIT 해킹 공동체의 시작은 일종의 놀이였다. 1960년대 MIT 인공지능연구소에 설치된 IBM 컴퓨터에 접근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파괴하거나 시스템 침입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했는데 이런 전반적인 행위를 ‘해킹’이라고 불렀다. 컴퓨터에 대한 관료적 접근의 통제, 독점적 사용에 대한 거부가 해커 정신으로 시초였던 것이다. 해커윤리에 “컴퓨터에 대한 접근은 완전히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 : 조동원, ‘해킹의 문화정치에서 해킹문화운동으로‘)

MIT 해킹 공동체의 해커문화는 지금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으로 승계돼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은 소프트웨어 특허를 거부하는 대표 집단이다. 이들은 특허가 혁신을 가로막고 소프트웨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파한다. 특허는 해커정신에 반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해킹 문화가 이끈 혁신, 대표적으로 유닉스나 리눅스가 그들의 든든한 증거자료다. 소프트웨어에 자유를 허하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공명을 일으켜왔다.

엘론 머스크도 해킹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커 공주’로 불리는 크리스틴 패짓을 애플로부터 영입한 ‘사건’은 특히나 잘 알려져 있다. 크리스틴 패짓은 2002년 MS 윈도에 대한 ‘셰터 어택‘ 이라는 해킹을 주도했던 인물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그는 MS 보안팀에 영입됐고 애플을 거쳐 지금은 테슬라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다. 패짓의 테슬라는 올해 세계 최대 해커대회인 ‘데프콘’에서 테슬라의 보안 허점을 발견한 해커들에게 포상을 하는 등 해커문화를 테슬라로 들여오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허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포기하는 데도 테슬라의 해커 정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의 본령으로 돌아가자

특허의 본령은 혁신이자 혁신 기술의 폭넓은 사용이다. 그런 맥락에서 배타적 권리의 포기는 혁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허의 제자리 찾아주기라는 의미도 갖는다. 미국의 법현실주의가 뒤틀어온 특허의 본질을 되찾아줌으로써 공동체와 생태계에 기여하는 ‘따뜻한 혁신’을 발화시키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불붙은 특허 제도의 개혁 논의가 하드웨어 분야로도 옮겨붙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사례라는 의미도 갖는다. 특허 이용을 활성화함으로써 혁신을 확산시키고 1%에 불과한 전기자동차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전혀 다른 방식의 특허 제도가 출현할 수도 있다.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원은 “기존 특허 발명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배타적 권리’가 특허의 핵심으로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술 혁신보다는 개발 회피가 더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특허법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지배권으로서 배타적이고 경직된 특허권에서 누구나 권리자에게 적절한 보상만 하면 특허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내용 변화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출처 : 심미랑, ‘배타적 재산권으로서 특허권의 개념에 관한 연구‘)

‘소유의 종말‘이 예측되고 있는 때 여전히 특허의 배타적 권리와 같은 절대적 소유권에 집착하는 철학이 21세기에도 유효한지 다시 따져물을 때다. “인간의 발명이나 혁신 역시 대부분 이전 본보기들의 조합”이라고 말한 가브리엘 타르드의 한마디가 특허 제도에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매우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