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만드는 전자지갑은 무엇일까. 구글월렛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팔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애플은 모든 디지털 자산을 한번에 관리하는 ‘만능 모바일지갑’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등 디지털 형태로 된 모든 자산을 담는 ‘만능 모바일지갑’을 만든다고 8월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플이 미국특허청(USPTO)에 제출한 특허신청 문서를 인용한 보도다.

사용자 단말기가 제3자와 결제 정보를 주고 받는지를 보여주는 개요도

▲사용자 단말기가 제3자와 결제 정보를 주고 받는지를 보여주는 개요도 (출처 : 애플 특허등록 신청서 1쪽)

이 문서에 따르면 애플은 ‘패스북’ 같은 모바일지갑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패스북은 항공권이나 각종 쿠폰 등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이다. 애플은 이미 각종 자산이 디지털 형태로 바뀌는 상황이라며 “가상화된 교환 수단(VMEs)”을 한번에 관리할 방법을 제안했다. 애플은 가상화된 교환 수단으로 신용카드나 선불카드, 쿠폰, 은행계좌 같은 기존 결제수단뿐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도 꼽았다.

애플은 만능 모바일지갑을 개발하는 이유를 많은 거래가 디지털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유통업자는 보통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 수단을 원한다. 신용카드, 선불카드, 기프트카드, 쿠폰 같은 자산은 점점 더 ‘가상화돼 가는’ 화폐의 속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물리적인 화폐나 쿠폰을 주고 받던 일은 계좌번호나 ‘대체’ 계좌번호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서 오가는 자금 역시 전자 장부상에 만들어진다.”

애플은 구글지갑 같은 기존 가상지갑 서비스가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봤다. 그동안 금융거래를 해 오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런 자산을 유통하던 기존 솔루션은 비효율적이다. 실패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가상 지갑이라는 개념은 은행계좌에 뿌리 박고 있다. 돈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사용자는 지갑 서비스와 연동된 은행계좌를 갖고 있어야만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아니면 지갑 서비스에 돈을 미리 내야 한다. 더군다나 이런 자산은 애초에 만들어진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 다른 곳에 쓸 수 없다.”

애플은 이런 불편을 해소할 방법으로 만능 모바일 지갑을 제안했다.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자산을 한데 담는 앱이다. 패스북 같은 앱 안에 모든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면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곳에 유연하게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애플의 노림수다.

한곳에 모든 자산을 모은다니, 꺼림칙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돈이 아닌가.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해 애플은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애플은 단말기를 사용자라고 보고 단말기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기기 식별번호에 따라 암호화 키를 만들고 이를 사용해 지갑에 저장한 모든 자산을 암호화한다. 이 암호는 사용자가 기기를 사용해 거래를 승인해야만 풀린다.

결제 데이터가 오가는 길목에서 정보를 빼가는 ‘중간자 공격’에도 대비했다. 애플 서버를 경유하지 않고 제3자가 사용자 기기에 직접 데이터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은 이 문서에서 결제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 QR코드나 NFC, 클라우드 기술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블루투스LE 기반 근거리 통신 기술 ‘아이비콘’을 밀어왔다. 이 점에 비춰보면 애플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자기 기술을 고집하기보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기만하면 쉽게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4월 기준으로 애플 아이툰스를 쓰는 사용자가 등록한 계좌가 8억개가 넘기 때문이다. 2억5천만개 정도인 아마존과 1억5천만개 정도인 페이팔보다 많다.

각 서비스에 등록된 결제카드 수

▲각 서비스에 등록된 결제카드 수. 애플은 아이툰스 계정 숫자를 기준으로 삼아 실제로 결제가 일어난 계정 숫자보다는 부풀려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비즈니스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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