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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캠퍼스 서울’, 아시아 스타트업 요람으로

2014.08.28

구글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간 ‘캠퍼스 서울’을 대한민국 서울에 열겠다고 8월27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구글이 말하는 이 ‘캠퍼스’는 학교나 사옥이 아니라 각 지역 스타트업들에게 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을 말합니다.

자, 이 캠퍼스 서울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소식을 듣고 내심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구글이 스타트업에 대해 여러가지 실질적인 지원을 보태는 것은 단순한 사회공헌의 일부가 아닙니다. 구글이 쉽게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공간이자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타고 돌고 돌아 다시 구글로 옵니다. 그런 직접적인 지원 활동 가운데 공간과 네트워크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캠퍼스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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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서울은 구글의 3번째 스타트업 캠퍼스입니다. 이미 영국 ‘캠퍼스 런던’과 이스라엘 ‘캠퍼스 텔아비브’는 성공적으로 정착해 풀뿌리 스타트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영국 캠퍼스 런던을 다녀왔습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유로운 커뮤니티, 업무 교류, 일자리, 투자 상담 등 모든 점들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고, 관계 없는 사람들끼리도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업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나 직원 구하기가 서로 힘들다고 하지만 한쪽 벽 가득한 메모클립에는 ‘개발자 구합니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요’ 같은 메시지가 수없이 붙어 있습니다. 며칠 간격으로 떼어내는데도 금세 가득찰 정도로 활동이 활발합니다.

공간 곳곳에서는 멘토링도 이뤄지고, 피칭 대회도 열립니다. 지난해 견학차 들렀던 캠퍼스 런던이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은 즉석에서 영국 스타트업과 피칭 대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 런던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피칭하려는 한 영국 스타트업 팀이 빔프로젝터 연결을 어려워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런던 캠퍼스는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이 자유롭게 열려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서로가 경쟁자이지만 파트너이기도 하고, 멘토가 되기도 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없습니다. 모든 게 즉석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꽉 짜여진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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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 캠퍼스 서울이 들어온다고 모든 것이 단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구글이라는 이름값이 스타트업들에 줄 수 있는 도움은 그 자체로 매우 큽니다. 그 외에도 구글은 ‘시드캠프’, ‘데모데이’, ‘스타트업 그라인드’같은 액셀러레이팅·멘토링 프로그램도 캠퍼스 서울에 들여와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일주일간 캠퍼스 런던과 테크시티 주변에서 지내다보니 함께 있었던 스타트업과 멘토 모두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부러워하게 됐습니다. 이런 스타트업 공간이 한국에도 들어온다니 여간 놀랍고 반가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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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존 스타트업 지원센터들과는 마찰을 일으키게 될까요? 다른 비즈니스라면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들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K스타트업’에 멘토로 참여했던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임정욱 센터장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미 디캠프나 마루180 같은 공간이 잘 하고 있었습니다. 캠퍼스 서울이 여기 더해지면서 구글 특유의 개발자들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런던이나 텔아비브를 보면 여기에 구글 직원들이 20% 정도 시간을 내어 직접 스타트업을 멘토링해주는 사례가 많았는데, 구글코리아도 그런 지원책을 꺼내놓지 않을까 기대해요. 또한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도 그 자체가 좋은 자극이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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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을 만든 크로키의 김대윤 공동창업자 얘기도 들어볼까요? 발표 행사에서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총괄하는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과 이야기를 나눠 눈길을 끌었던 김대윤 이사 역시 캠퍼스 서울을 반겼습니다. 그 역시 지난 글로벌 K스타트업을 통해 캠퍼스 런던을 겪었고, 그 안에서 일어났던 멘토링과 네트워크의 효과를 직접 느꼈습니다.

“구글은 우리가 런던에서 직접 마주쳤던 시드캠프, 데모데이, 스타트업 그라인드 등이 직접 들어오고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도 함께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게 단순히 서울 안에서만 지원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유일한 공간인 만큼 해외 스타트업들과 마주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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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스타트업도 있고,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도 분명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막막하죠. 이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캠퍼스 서울에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구글 역시 이를 서울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유일한 스타트업 캠퍼스인 만큼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맡길 심산입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스타트업이 꿈틀거리는 나라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캠퍼스 서울에 마련하려는 겁니다. 스타트업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관심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는 곧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으로 이뤄집니다.

근래 국내 스타트업 지원 환경을 보면 그 발전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고 기업들도 다양한 지원에 참여하면서 그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타트업 지원 범위가 스타트업 수용량을 웃돌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스타트업의 참여는 속 시원하게 늘어나지는 않는 분위기지요. 캠퍼스 서울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환경에서 시작한 다른 캠퍼스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구글 특유의 문화와 달라지는 스타트업 환경에 힘입어 참여와 성공을 모두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