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디지털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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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 교육’이니, ‘거꾸로 교실’이니 하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들린다. 교실에 새로운 IT 기기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교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요즘의 새로운 교육 문화다. 그 뿌리를 다지는 건 국가와 교육청이 아니라 교사, 학생, 그리고 IT기업이다.

교실에 컴퓨터가 들어온 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30년 전만 해도 일부 학교에서 컴퓨터를 도입해 베이식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기도 했고, 1990년대 말부터는 필기의 적지 않은 부분을 빔프로젝터와 파워포인트가 대체했다. 컴퓨터는 그 자체가 공부 대상이었다. 인터넷 검색과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쓰는 게 중요한 기술이었고,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 취업의 필수 자격증으로 꼽혔던 게 그리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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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로 컴퓨터는 늘 교육과 연결됐다. ‘컴퓨터를 학습 도구로 쓰자’는 시도도 이어졌다. 컴퓨터를 사면 문제집을 대신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부록처럼 따라왔다. 하지만 정말 컴퓨터로 공부하면 능률이 오를까? 종이 참고서와 다른 학습 효과를 만들어줄까? 그건 분명 ‘아니다’는 답으로 연결된다.

그 스마트 교육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단순히 수업에 IT 기술과 기기를 녹이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게 요즘의 흐름이다. 교수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교육 변화의 중심에는 당연히 학생과 교사들이 있지만, 기업의 역할도 적잖다. 단순히 제품을 밀어넣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그 경험도 빠르게 공유된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보지 않는다. 참여도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기업의 목표는 결국 이윤 추구이기는 하지만, 스마트 교육 분야는 좀 다르다. 적어도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간 경쟁이나 당장의 이윤을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길게 내다보면 교육에 IT가 접목되면 더 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팔릴 것이고, 곧 시장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경쟁자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협력 관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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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코리아에서 스마트 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 김정한 이사는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은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인텔에게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교육에 대한 커리큘럼과 각 상황에서 일어나는 시나리오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 시나리오는 특정 교육을 할 때 적절한 교수법을 담았다. 컴퓨터를 꼭 써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인텔로서는 10여년 동안 교육 시장에 투자하고, 관련 제품들을 연구하면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만약 다른 사업이었다면 이는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시장자료였을 것이다.

공통적인 메시지는 ‘21세기 역량’이다. 교사들에게 21세기 역량을 채워주자는 것이다. 그럼 21세기 교육이라는 건 뭘까? 스마트 교실을 취재하면서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21세기 아이들이 20세기 교사들에게 19세기 학문을 배우고 있다”는 말이다. 분명 우리가 정보를 얻고 기록하는 방법이 달라졌음에도 배우는 내용은 변하지 않았고 가르치는 방법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걸 꼬집은 말이다.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PC를 다루는 데 익숙하고, 정보를 기억하기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에 더 통달해 있다. 예전 교육방식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기를 이용해 정보 를 찾는 데 익숙한 학생들에게 맞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1차 공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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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중요한 건 컴퓨터가, 기술이, 기기가 중심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스마트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 뿐 아니라 교육청과 교사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최근의 흥미로운 변화들도 이런 전제 조건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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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교과서를 태블릿으로 바꾸고, 필기를 노트북으로 한다고 해서 공부의 능률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한번씩 겪어봤던 일이다. 실제 수업에서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세종시 한솔초등학교 허두랑 교사도 예전 인터뷰에서 “수업을 태블릿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던 바 있다.

”교과서만으로 수업하는 과정도 있고, 아무 것도 없이 토론만 하는 수업도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얻고자 하는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태블릿은 학생들의 저작도구, 그리고 조사도구로 쓰입니다. 그걸 늘 강조합니다. 앱을 참고서처럼 쓰는 것보다도 직접 자료를 찾고, 그 내용들을 하나의 결과물로 표현하는 데 컴퓨터를 씁니다.”

이에 뜻이 맞는 교사들이 나서서 교육법을 연구한다. 크게 보자면 ‘스마트 교육’이라는 말도 썩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교육 방법에 하나의 도구로 쓰이는 것일 뿐이다. 그 안에 기업들이 밀접하게 붙어 있다. 각 기업들은 교사들과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전문 교육자’ 과정을 운영한다. 전 세계 교사 중 기술을 통해 교육 혁신을 이뤄낸 이들을 위한 자리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조금씩 다르지만 교육 전문 포럼을 열어 교사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교육과 관련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과 교육분야 연구에 우선 초대하기도 한다. 기기를 제공한다거나 억지로 팔기 위해 영업을 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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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들은 직접 제품을 팔지 않더라도 각 학교나 교육청 등의 요청이 있으면 기꺼이 달려가 교육 노하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각 교사 스스로의 경쟁력이지만 수업 내용을 기꺼이 공개한다. 기업 비즈니스로 보자면 고객이 아닌데도 고객 지원에 나서는 셈이고, 경쟁사에 모든 기술을 개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게 교육 시장에 부는 또 하나의 흐름이다.

그렇게 함께 연구하는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예습을 이끌고, 수업 시간에는 체험과 토론, 고민을 하도록 이끄는 플립드 클래스(Flipped Class), 이른바 ‘거꾸로 교실’이다. 이는 굳이 초·중·고교 교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찌감치 아이패드를 도입해 수업에 활용하기 시작한 이화여대는 교수들이 직접 아이패드를 활용한 강의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경험을 다른 교수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하고 PDF로 배포하기도 한다. 그 내용은 지금도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21세기 역량을 주겠다는 목적에서 시작한 스마트 교육은 여러가지 기기들을 매개체로 교실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고 있는 여러가지 실수와 경험들은 또 다시 공유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엔 교실 안 학생들에게 1인당 1대의 교육용 기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시장을 키우는 것이 목표겠지만, 그건 단기 목표일 뿐이다. 교육 환경에 건전한 변화가 오고 학생들이 새로운 역량을 얻어야 한다는 바람이 기업을 교육 시장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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