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태생부터 오픈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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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HACKING”

초기 소프트웨어의 모습은 자유소프트웨어였다. 자유로운 복제와 수정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소프트웨어라고 부르진 않았다. 그게 그냥 소프트웨어였으니까.

그누 프로젝트에 따르면, 리처드 스톨만은 1971년 MIT대학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리처드 스톨만은 “요리법을 공유하는 것이 요리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처럼,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것은 컴퓨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었다”라며 “그 당시는 특정한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었던 공유의 정신이 충만한 시절”이라고 표현한다. 당시는 기업도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며 복제와 수정을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리처드 스톨만(www.stallman.org)

△ 리처드 스톨만(www.stallman.org)

당시 리처드 스톨만과 동료들은 DEC사의 ‘PDP-10’ 기종에 탑재하기 위해 ITS 운영체제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 DEC가 PDP-10 시리즈의 생산을 중단하며 1982년 ITS가 아닌 DEC의 운영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DEC의 운영체제는 자유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관련 자료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비공개 계약 조건에 동의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리처드 스톨만은 이를 두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처음 단계부터 주위 사람들을 돕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표현했다.

이런 흐름은 MIT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초부터 개인용컴퓨터(PC)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을 독점하려는 경쟁이 거세졌다. 기업 입장에선 이제 충만한 공유 정신이 눈엣가시가 됐다. 자신들의 자산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노암 촘스키는 1998년 ‘코프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소프트웨어는 공적인 비용을 통해 개발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사기업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그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가? 빌 게이츠는 이에 대해서 아주 솔직합니다. 그는 다른 이들의 생각을 ‘감싸 안고 확장해서’ 이룩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이것은 컴퓨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공공 자금으로 공공이 주창해 개발한 것입니다. 50년대 이것이 처음 개발된 것은 100% 공적인 비용을 통해서였습니다. 인터넷도 똑같습니다. 생각, 주창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 30여년동안 공공 분야에서 앞장서고 돈을 대서 창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빌 게이츠같은 자들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노암 촘스키 (1998년, ‘코프워치’와의 인터뷰 중)

리처드 스톨만은 독점 소프트웨어 체제에 들어가지 않고 70년대에 누렸던 공동체를 다시 복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1984년 MIT를 떠나 ‘그누(GNU)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누 프로젝트의 목적은 프리웨어로만 구성된 완전한 하나의 유닉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1년 뒤인 1985년 리처드 스톨만은 자유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해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를 설립하게 된다.

‘자유소프트웨어’에서 말하는 ‘자유’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종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 

  1. 1. 목적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자유
  2. 필요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자유(이러한 자유가 실제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를 이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소스코드 없이 프로그램을 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3. 무료 또는 유료로 프로그램을 재배포할 수 있는 자유
  4. 개작된 프로그램의 이익을 공동체 전체가 얻을 수 있도록 이를 배포할 수 있는 자유 –그누 프로젝트

오픈소스의 탄생, ‘성당과 시장’

자유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의 탄생을 부른 초석이 됐다. 1991년  8월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학생인 리누스 토발즈가 공개 운영체제에 대해 토론하는 뉴스그룹 ‘comp.os.minix’에 글을 남기면서 오픈소스 시대의 막이 올랐다.

“미닉스를 사용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386(486) AT 클론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공개, free)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지 취미이며 그누처럼 거대하고 전문적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 리누스 토발즈

△ 리누스 토발즈

△ 리누스 토발즈

뉴스그룹 구성원들은 그의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꼈고 새 운영체제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1991년 10월5일 첫 결실이 나왔다. 바로 리눅스 0.02버전이다. 리눅스는 그렇게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전세계 개발자들의 손을 거쳐 유닉스 호환 운영체제로 발전하게 됐다.

△https://flic.kr/p/8gXF1v(CC BY 2.0)

△https://flic.kr/p/8gXF1v(CC BY 2.0)

리눅스가 성공을 거두자 에릭 레이먼드는 1997년 상용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을 성당에, 그누와 리눅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시장해 비유해 ‘성당과 시장‘이라는 글을 쓴다. 중세에 몇몇의 건축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성당의 작업 방식을 개발자 몇몇이 폐쇄적으로 개발하는 상용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으로,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은 리눅스처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발 방식으로 본 것이다.

같은 해 에릭 레이먼드와 브루스 페런스는 OSI(Open Source Initiative)를 설립한다. 오픈소스 문화를 활성화해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려는 목적이었다. 오픈소스는 개작에 대한 동일 이용허락을 강제하지 않는 점을 빼고는 GPL과 비슷했다. 이 같은 흐름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IBM은 아파치와 그누/리눅스에 투자했고 썬과 오라클, 컴팩, 델, 휴렛패커드, 인텔 등의 하드웨어 업체들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편, 리처드 스톨만은 “자유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는 대체로 같은 범주의 소프트웨어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차이가 있다면 소프트웨어 자체와 가치 중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리눅스 확산만큼 오픈소스 철학도 확산되고 있을까

리눅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점유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4년 5월 기준으로 PC 운영체제에서 우분투가 1.28%,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안드로이드가 46.26%를 기록했다. 서버 부분에서는 2014년 1월 기준으로 34.62%를 차지했다. 구글과 같은 큰 IT 기업들도 리눅스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리눅스가 퍼지고 있는 만큼 리눅스의 철학도 확산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리처드 스톨만이 지난 1999년에  했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리처드 스톨만은 “자유소프트웨어의 바탕이 된 철학에 대한 인식보다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훨씬 빨리 증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과 그누 프로젝트에 동기를 부여한 정신을 배제하고 기업 대표와 고객의 호감을 사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 중 다수는 자유와 공동체 그리고 원칙보다 이윤을 더 우선시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성당과 시장’이 나온 이후, 1998년부터 자유소프트웨어라는 말 대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자유소프트웨어가 단어 ‘free’가 가지고 있는 자유의 의미를 중시하는 의미에서 사용된다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높은 품질과 강력한 성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이를 두고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실제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들은 자유소프트웨어 자체를 거부했다기보다는 자유, 윤리, 책임감 등 관념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스톨만의 운동 전략 및 폐쇄적이고 집중적인 스톨만의 개발 방식을 거부했다”라고 논문 ‘정보화 경쟁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연구’에서 밝히기도 했다.

주철민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은 “오픈소스 운동이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 가진 정보 공유와 사용의 자유라는 측면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라며 “그들은 소스코드를 공개함으로써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수정되는 소스 공개 개발 방식의 효율성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었다”라고 지적했다.

‘성당과 시장’에 등장하는 “보고 있는 눈이 충분히 많으면 찾지 못할 버그는 없다“라는 표현처럼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해 개발의 효율성 및 기술 진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 오픈소스에 관심을 두게 만들었다. 많은 기업이 개발의 효율성이나 제품 품질을 위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는 만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안고 있는 가치도 되새기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어떤 물줄기에서 흘러왔는지 말이다. 오픈소스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을 찾다 시작됐다.

우리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정보 생산과 유통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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