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스마트워치? 오픈소스로 만들어봤죠”

2014.09.01

“만드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누구나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하드카피하세요.”

서영배 대표는 하드카피월드를 이렇게 소개한다. 서 대표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하드카피월드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회로도와 자재 명세서, 인쇄 회로 기판 도면 등을 공개한 전자제품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과 비슷하다.

“뭘 대표님이라고 부르세요. 그냥 블로거예요.”

△ 서영배 하드카피월드 대표

△ 서영배 하드카피월드 대표

서영배 대표는 ‘대표’라는 호칭에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자신을 블로거이자 안드로이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소개했다. 기계공학과 출신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된 서 대표는 자신의 생각하는 것을 물리적 제품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다 2013년 가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알게 됐다. ‘아두이노’다.

아두이노는 기초적인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도구다. 전자공학이나 회로이론에 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서 대표는 “처음에는 LED 켜고 끄는 법도 몰랐다”라며 “아무래도 전자 쪽 전공자들에 국한돼 있는 기술이 일반에 내려오다 보니 잘 몰라도 도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그때부터 아두이노를 공부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배움의 과정을 문서화하기 시작했다.

서 대표가 아두이노로 만든 첫 작품은 ‘뇌파로 움직이는 RC자동차’다. 그는 “마인드웨이브라고 뇌파를 측정하는 헤드셋이 시중에 나와 있다”라며 “그걸 이용해 뇌파를 입력받고 가속도 센서랑을 조합해 손을 안대고 RC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 뇌파로 움직이는 RC자동차

△ 뇌파로 움직이는 RC자동차

아두이노로 스마트워치까지 제작

내친 김에 그는 스마트워치도 만들었다. ‘레트로 워치’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레트로 워치는 완성까지 대략 2~3개월이 걸렸다. 그는 “처음에는 블루투스로만 연결해보고, 탁상용 시계로 만들었다가 손목에 얹는 식의 단계를 거쳤다”라며 “앱이 덩치가 있어 작업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휴가를 꼬박 레트로 워치를 만드는 데 썼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작업에 매달렸다. 직장 다니기에도 피곤할 텐데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왔을까. 서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며 웃었다.

△ 레트로 와치 (서영배)

△ 레트로 워치 (서영배)

△ 레트로 와치 (서영배)

△ 레트로 워치 (서영배)

서영배 대표는 “레트로 워치 이후로 모든 게 새롭게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처음 들어본 남미 언론사에서 취재 요청도 들어왔고 동료 메이커들과 교류도 활발해졌다. ‘메이커페어’ 같은 전시회에도 초청을 받게 됐다. 서 대표는 “솔직히 사람들의 피드백 때문에 계속 작업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레트로 워치 코드를 공개했는데 그걸 응용해 비슷한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던 외국인 친구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Bryan Smith – Helio Watch (레트로 와치 응용작품)

△ 브라이언 스미스 – 헬리오 워치(레트로 워치 응용작품, 레트로 워치 를 기반으로 진동모터와 USB 충전기를 조합하고 더 큰 OLED 스크린과 배터리를 탑재했다.)

△ by Gerd Lobmeyer (레트로 와치 응용작품)

△거드 로브마이어 (레트로 워치 응용작품, 스틸 하판과 상판은 나무로 제작하고 가죽 스트랩을 연결해 만들었다)

그는 요즘 아두이노와 연결하는 모듈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으고 있다. 아두이노 보드에 모듈이나 LED, 모터, 센서 등과 같은 각종 장치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이 탄생한다. 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블루투스 모듈이란다. 아두이노는 램이 2KB밖에 되지 않아 성능이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걸 저전력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영어 문서 번역해 다른 이들과 공유

서 대표는 공유의 힘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작업을 하다보면 순간순간 필요한 자료가 많은데 국내 자료보다는 대부분 영어문서였다”라며 “해외 웹사이트를 주로 들렸는데, 구글 검색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어 찾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처럼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뭔가를 만들려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영어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껴 자신이 본 자료들은 꼭 한글로 번역해 웹사이트에 차곡차곡 쌓아두기 시작했다.

하드카피월드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500~600명 정도다. 어떤 이들이 오는지 정확히 확인할 순 없지만 서영배 대표 예상으로는 대학교 과제를 하는 친구들이 자주 오는 것 같단다. 그에게 질문하는 e메일도 자주 온다. 하루 평균 3통씩은 오는데 답장을 꼭 하려고 노력한다.

“웨어러블 산업 위해 메이커들 더 늘어나야”

그는 웨어러블 산업 관점에서 자신과 같은 메이커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이라는 게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다”라며 “그게 왜 생활하는 데 필요한지 인식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메이커들이 일반 이용자들 각자의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가능성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마침 환경도 갖춰졌단다. 전자 쪽 전공자나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메이커 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부품사업들이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아직은 국내에서 보드나 모듈을 사기엔 비싸기도 하고 종류도 별로 없어 이베이를 뒤지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서영배 대표는 또한 아두이노를 배우는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두이노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간단한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만들고 싶으면 아두이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스크래치나 아두이노를 잘한다고 해서 전자나 전산 쪽으로 뛰어나다고 하기는 힘들다”라며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상상한 대로 구현하는 사람이 주목받는다”라고 말했다.

hyeming@bloter.net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e메일 : hyem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