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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블로거] 금값이 ‘금값’인 까닭
by 이여영 | 2009. 12. 11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일화다. 강연료로 1회당 최소 10만달러를 받는 그에게 어떤 통화로 강연료를 지불할지 여부를 물으니 그가 짧게 답했다. 그의 대답은 달러도 유로도 아니었다.

“골드(gold).”

그렇잖아도 요즘 금값이 많이 뛰어서, 금 시세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지, 무엇보다도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던 차였다.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황금,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도시마 이쓰오 저, 랜덤하우스 코리아). 누런 황금빛 표지에 왠지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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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경영서의 특성이기는 하지만, 정보라든가 자료로서의 가치라는 면에서는 훌륭한 책이었다. 그러나 그런 점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했다. 여러 표라든가 용어 등이 독서를 중단시키게 했다. 끝까지 읽는 데 인내심이 좀 필요하긴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금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할 것이 바로 달러의 운명이다. 달러는 지난 200년간 세계의 기축통화였지만, 요즘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를 기록중인 상황에서, 달러를 전세계에 굉장히 많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추락하는 달러 대신 금을 선택하려고 한다. 이게 금값이 계속 뛰는 근본적인 이유다. 사실 금과 달러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다. 영어로는 ’safety heaven’이라고 한다. 동시에 두 상품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다. 달러의 인기가 추락하면 금의 인기가 치솟는다.

저자 도시마 이쓰오는 금 가격이 어떻게 변해왔나를 설명하고 있다. 그간 온스당 1천달러를 간간이 넘어선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추세상 1천달러 수준에 안착한 적은 없었다. 이제 5천달러까지 간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저자도 얘기했지만 대세 상승기다. 1999년 정도 시작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는데, 1980년대 초반의 일시적 상승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 것이다.

다만 저자가 금 전문가고 외환시장이나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당장 워낙 많이 뛰었기 때문에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지만, 반대로 급등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달러화의 가치를 얼마나 약세로 할 것인지, 또 달러를 대신할 기축 통화 논의 같은 게 국제적 합의로 나오게 되면 금값은 다시 크게 뛸 것이다. 1985년에 일본 엔화 가치를 높이고 달러 가치를 낮추는 플라자 합의 직후 금값이 크게 뛰었던 적이 있다.

금의 매력에 대해서도 저자의 설명이 불충분한 면이 있다. 저자는 금을 재조명하면서, 누구의 채무도 아니고, 그래서 신용등급을 매길 필요도 없고, 알기 쉽고 단순하다고 했다. 요즘 같은 금융 불안기에 적절한 설명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 시장에서는 금의 매력을 3가지 꼽는다.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 일정한 가치가 보장되는 안전성,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유동성이다.

한국인들만큼 이 매력을 실감한 사람들도 없다. 한국 전쟁 통에 월남한 분들 만나뵈면, 재산을 부동산으로 가졌던 사람들은 빈털털이로 내려왔지만 금으로 바꿔 갖고 있던 사람들은 재산을 다 갖고 내려왔다고 한다. 게다가 외환 위기 때는 그렇게 아끼는 금을 모으는 데 전국민이 손을 보탰다.

책을 읽으면서 금의 미래를 생각할수록, 금 가격 문제는 복잡했다. 금 역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다른 상품과 공통적이지만, 그 수요와 공급에 작용하는 변수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국제 정치경제와 금융시장의 거의 모든 변수가 작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라면 역시 세계 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 즉 미국은 많이 써서 적자를 보고 중국은 많이 팔아서 흑자를 보는 상황에서 달러가 세계에 엄청나게 공급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약한 달러를 용인할 것인지, 중국 위안화 가치를 높일 것인지 등 새로운 경제 시스템 등장이 중요하다.

‘유사시 달러’라는 말이 ‘유사시 금’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이라도 금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인이 직접 금에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거나 골드 뱅킹이라고 해서 계좌 통해 금을 사는 게 있다. 그런데 수수료라든가 투자 방식 때문에 금 값 상승분만큼 수익률이 올라가는 건 아니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보통사람들에게 금을 사라, 마라, 하는 식의 실용서는 아니다. 그러나 금을 공부해야만 하는 지금의 시기와 어울리는 책은 분명하다. 이 책 말고도 금에 관한 책이 두세 권 나와있는데, 나머지는 자극적인 책이 대부분이다. ‘금밖에 없다’는 식으로.

그에 비해 이 책은 좀더 학구적이다. 전문가가 썼지만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쉽다. 왜 금이 화폐가 됐고, 금거래 어떻게 됐는지 잘 설명해놨다. 사례와 에피소드가 많아서 재미있다. 번역이 충실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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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미디어와 중앙일보를 거쳐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다. 시대상과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라이프스타일 분석이 주 관심사다. 저서로는 20대 직장인을 위한 사회생활 지침서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가 있다. (@lifestylereport)
5 Responses to "[책읽는 블로거] 금값이 ‘금값’인 까닭"

이여영기자님 여기도 글쓰시는가봐요^^

읔… 이 분… 글도 잘 쓰시고 게다가 미모까지 출중… 완전 내 스탈… 슬프다 ㅠ.ㅠ

금과 주식은 아무도 모르는겁니다.
얼마전 트로이온스당 1,226달러 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136달러죠..
앞으로 오를지 아니면 온스당 900달러까지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물론 10년후 20년후엔 물가상승분만큼은 올라있겠죠..
하지만 금투자가 그리 쉬운게 아닙니다.
그건 진리입니다.

금 지금 후두두 떨어져요. 단기 조정인지 진짜 조정인지는 나도 몰르징. 저는 낙관적입니다만. 글고 일본과 다르게 울나라의 환율은 심하게 변동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 하강이 원화 가치 상승과 맞물릴 경우 금 투자는 중립적이 되지영.

금투자가 쉬운건 아니지만 예측은 가능할것같은데요
적어도 지금처럼 달러를 마구 찍어대는 시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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