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블로그, 미디어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가 +
가 -

올 연말에 있을 대선은 UCC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합니다.  ‘UCC를 잡는자 옥좌에 오르리라’는 참언(?)까지 흘러다니는군요.

사람 됨됨이와 정책이 우선이겠으나 UCC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잘나가던 후보가 어느 네티즌이 올린 UCC한방에 낙마하는 그림을 상상한다면 지나친 오버일까요?

UCC 열풍속에 블로그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기성언론을 능가하는 분석력과 정보력을 갖춘 파워 블로거들이 강호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에 블로터닷넷은 <제3회 블로터포럼>에서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슬로건은 ‘블로그, 미디어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입니다. 블로그의 본질을 파헤쳐보는 것은 물론 블로그에 관심있는 대선주자들에게 ‘한수가르쳐주고 싶다’는 발칙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토론에 응해주신 분은 김익현 아이뉴스24 대기자입니다. 먼저 밝혀둘게 있습니다. 그는 저의 전직장 선배이자 사수입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저널리즘 관점에서 블로그에 대한 사색을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 , <블로그파워>, <웹2.0시대의 온라인 미디어> 등 그가 쓴 책들은 이런 고민을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다음은 블로터닷넷과 김익현 대기자의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독자분들께서 블로그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3회 블로터포럼>
일시: 2007년 1월 24일 오후 4시
장소: 블로터닷넷 사무실
초청자: 김익현 아이뉴스24 대기자

블로터: 요즘 올드와 뉴미디어 할 것 없이 블로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익현 : 블로그는 권력이 독자들로 넘어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겁니다. 블로그는 저자와 독자가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플랫폼입니다. 독자들이 블로그를 통해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게 된거죠. ‘1인 미디어’ ‘1인미디어’ 하지만 블로그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봐요. 과거에도 대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편집된 대화에 불과했죠. 그러나 블로그는 발가벗고 대화하는 겁니다. 이것이 블로그가 불러일으키고 있는 새로운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블로터: 블로그와 기성 언론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크게 봐서 ‘상호 보완적이다’, ‘대립적이다’란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듯 합니다. 또 ‘블로그도 언론인가?’하는 물음도 많은거 같구요.

김익현 : 대다수 블로그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보면 언론은 아닙니다. 물론 블로거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론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가 언론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렇다면 블로그와 기성 언론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블로그가 제도권 언론의 밥그릇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언론사들이 있다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대신 읽고 쓰는 매체 또는 ‘저자로서의 독자’ 관점에서 블로그를 주목해달라고 하고 싶어요. 언론들은 블로그 열풍속에서 독자들에게 권력을 얼마나 부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블로터: 블로고스피어를 보면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김익현 : 블로그와의 대립 관계는 폐쇄성을 지향하는 미디어 내지 독자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으려는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주류 언론이 폐쇄적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겉보기에 대립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이제 기성 언론들은 블로그의 장점인 권력 이양을 주목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블로그에 담긴 대화라고 하는 기본정신을 수용해야 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블로그가 언론을 잡아먹기보다는 기존 언론사 시스템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앞으로 주류 언론에도 블로그가 가진 사상이 많이 파고들 겁니다. ‘이제 언론들이 검은 커튼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공감해요. 그래야 통할 것입니다.

과거 학교다닐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안바뀐게 언론계가 아닐까 싶어요. 제도권 언론 기자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이 변화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보도자료 받는게 권력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도자료 쉽게 구할수 있잖아요. 이거보면 아찔한 느낌도 듭니다. 공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기자들은 앞으로 좀더 부가가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합니다. 독자, 취재원, 궁극적으로 사회와의 대화도 시도할 수 있어야 하구요. 이를 이끌어낸 단초가 된게 블로그입니다.

블로터: 기자들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익현: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스토리가 있는 기사쓰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일산에 사는 김씨’로 시작되는 차원의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진짜 충실하게 취재해서 그 상황을 갖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기사쓰기를 하자는 겁니다. 단순한 팩트 전달은 기자들이 독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시대입니다. 지금은 포털 게시판 뒤지면 웬만한 정보 다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기자들의 변화를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기사의 형식보다는 풍부한 콘텐츠를 보고싶어 합니다. 이 대목에서 기사들의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고봅니다. 언론사에서는 언론사와 블로그를 잘 조화시키는 플랫폼이 만드는게 중요할 것입니다. 이게 쉽지 않다는게 문제지만요…

블로터: 기성 언론 입장에서 블로그를 어떤 방법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까요?

김익현: 고민이 됩니다. 어디까지 같이가야하는 건지 저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요. 그래서 외국 모델을 들먹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최근 적극적으로 블로그 세계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딕닷컴, 딜리셔스 등에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버튼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봐요.

앞으로는 콘텐츠나 사이트를 보러 독자가 오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현상을 ‘기다리는 매체에서 찾아가는 매체로의 변신’이라 칭한적이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 기존 언론들은 이런 변화를 적극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웹2.0이 갖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공존’이잖아요. 기성 언론들은 이를 많이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플랫폼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예전과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면 블로그를 결합해봐야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아무리 선진 시스템으로 무장해도 대화를 하려는 마인드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테니까요.

블로터: 언론사 편집국내에서 아직 블로그를 불신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익현: 두가지 고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아무거나 올라오면 어떻하느냐는 거에요. 딱부러진 해답은 없습니다. 원론적으로 표현하자면 결국 자정이 될 것으로 봐요. 상당 부분 자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언론사 입장에서 검증 장치는 필요하겠지요. 블로터닷넷처럼 승인 과정을 두던지 아예 블로그를 누르면 해당 사이트로 가게 하든지 해서 잘 조화를 시키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서 블로그 콘텐츠를 가져온다는 발상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가져오자’가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나가자’는 접근방식이 필요합니다.

블로터: 기성 언론만 언론이고 블로그는 언론이 아니다는 시각에 반론도 많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손색이 없는 블로거들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김익현: 외국에는 프리샌서 기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기사의 품질보다 기자가 속한 배경이 취재를 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유력 매체 기자냐 마이너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잖아요. 더불어 어떤 미디어 기술이 처음나올때는 혼돈이 있기 마련입니다. 방송도 경제지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렇습니까?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너무 무책임한 대답인가요?(웃음)

블로터: 한국의 블로고스피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익현: 블로그 서핑을 많이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하고 싶은 블로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직접 해보고 쓰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고수겠죠. 그러나 국내 전문가 블로그들의 영향력이 아직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것 같아요. 여기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요. 개인적인 의견으로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파워블로거들은 IT분야에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기술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미국을 보면 IT쪽 블로거도 많지만 정치 블로거도 많고 위력도 있어요. 이 때문에 올해있을 대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블로터: 쑥스럽지만 블로터닷넷에 대한 평가를 좀 부탁드립니다.

김익현: 시스템이 가진 정신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 정적이다’란 느낌이 들어요. 정보는 있는데, 소통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만 얘기하겠습니다.(웃음)

블로터: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블로그에 담긴 의미중 ‘대화’라는 말이 참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김익현: 준비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좀더 큰 담론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갈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 좀더 발전적인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