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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눈·귀 대신하는 따뜻한 기술들

2014.09.19

기술은 인간의 삶을 돕는다.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저렴한 기술들이 쏟아진다. 기술은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도록 도와준다. 장애인을 돕는 기술도 그렇다. 기술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고, 바깥 생활을 보다 더 많이 하도록 돕는다. 공학 전문가가 직접 이러한 기술을 만들기도 하고, 장애인 스스로 나서 관련 기술을 발명하기도 한다.

■ 저 혼자 길 안내하는 신발, ‘리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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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헤맬 때마다 찾는 지도.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에게 지도는 무용지물이다. 길을 잃어버리면 누군가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평소에도 안내견과 함께 다니거나 지팡이로 안내용 보도블록같은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 ‘리챌‘이라는 신발은 시각장애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신발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힌디어로 ‘그곳으로 날 데려가 줘‘라는 뜻을 가진 리챌엔 작은 회로판과 각종 센서, 진동장치와 GPS 등이 들어가 있다. 마치 신발에 작은 컴퓨터가 들어간 모습이다. 신발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돼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해 준다.

리챌이 방향을 알려주는 방법을 예로 들어보자. 시각장애인은 방향을 찾는 게 어려운데, 리챌은 신발의 진동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직진해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지, 몇 도 정도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목적지는 어떻게 갈까? 길찾기 응용프로그램(앱)이랑 똑같다. 신발은 스마트폰과 동기화해 집주소 정보를 알아온다. 신발로 바닥을 두 번 치면 미리 입력된 집주소와 현재 위치를 비교해 최단거리를 알려준다. 뒤꿈치를 5초 동안 들고 있으면, 평소 즐겨찾기한 경로를 불러올 수 있다. 리챌은 사용자가 넘어지는 것도 감지한다. 이 경우 자동으로 비상 전화번호로 통화가 연결된다.

리챌은 인도출신 두 젊은 공학자가 만들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해서도 스마트신발로 출시할 예정이며,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다. 지금은 의료진과 협업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추가 개발 중이다. 특히 인도같은 경우 지형이 울퉁불퉁하고 돌이나 웅덩이 같은 장애물이 많은데, 신발로 이러한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다.

‘리챌’ 소개 동영상 보기

■ 제스처 인식 기술로 조작하는 반지,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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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휴대폰엔 울퉁불퉁한 버튼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이 버튼을 만져가며 원하는 기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최근 모바일 기기는 터치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버튼이 많아졌다. 이러한 사용자화면(UI)은 시각장애인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비장애인처럼 화면을 직접 보면서 필요한 버튼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음성인식과 음성안내 기능을 이용해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다. 제스처 인식 기능은 시각장애인이 좀 더 쉽게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라는 제품을 보자. 핀은 엄지손가락에 끼는 반지다. 여기에는 작은 광학센서가 들어가 있어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바일 기기를 실행하는 명령어 역할을 한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하나의 반지로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입는컴퓨팅 기기까지 여러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조작법도 쉽다. 엄지손가락으로 손가락 마디를 만지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예를 들어, 검지손가락은 세 마디로 나뉘는데, 가장 윗마디를 만지면 전화, 중간마디를 만지면 e메일 메뉴를 실행한다. 세 번째 마디를 만지면 메모장을 열 수 있다.

핀은 시각장애인만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은 아니다. 2014년3월엔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일반사용자에게 큰 관심을 받아 20만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하드웨어 경연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현재 핀은 선주문을 받고 있으며, 곧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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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경, ‘오어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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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무겁거나 사용하기 힘들면 외면받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안경이란 도구는 간편하고 편리한 입는컴퓨팅 기기다. 구글안경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에 있는 스타트업은 안경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구 ‘오어캠‘으로 재탄생시켰다.

오어캠은 안경, 스피커, 배터리로 이루어진 하드웨어다. 가격은 3500달러, 우리돈 약 360만원이다. 안경 옆 작은 카메라는 글자를 읽어 스피커로 전송한다. 수많은 글자 중에 어떻게 특정 글자를 읽어줄까? 바로 손가락을 이용한다.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원하는 위치를 가리키면 카메라는 손가락 주변에 나온 글자를 읽어준다. 글자만 읽어주는게 아니다. 신호등 색깔을 알려주고 지폐를 구분해주기도 한다.

오어캠은 이 제품에 대해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표현한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통체계이다. 비장애인이 많은 일상생활에선 모든 글자를 점자로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오어캠을 통해 따로 점자를 지원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쉽게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슈퍼마켓에 가서 쇼핑을 할 수 있고, 새로 나온 책도 바로 읽을 수 있다. 유명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읽으며 음식을 시키는 것도 문제없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 수화 통역 태블릿, 모션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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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오팔카 모션새비 최고기술관리자(CTO)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모님과 그렇지 못한 청각장애인 자녀 사이에선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했다. 알렉산드라 CTO는 “어린 시절,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워주셨지만 그래도 의사소통 문제를 겪곤 했다”라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이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모션새비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그래서 수화를 음성이나 글자로 변환시켜주는 태블릿을 만들었다. 수화를 하면 태블릿에 있는 3D 센서가 이를 인식하고 문자나 소리로 번역한다. 반대로 누군가가 소리내 말하면 모션새비는 음성을 글자로 변환해 태블릿 화면 위에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돕는다.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는 좀 더 모국어같은 편안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눈을 마주치면서 소통할 수도 있다. 일부 저개발국에서 생활하는 청각장애인은 글을 배울 여건이 안 돼 대부분 수화로 소통한다. 모션새비는 “전세계 청각장애인 중 90%가 글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라며 “특히 저개발국 청각장애인은 자기 이름이나 기본 숫자도 제대로 쓰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모션새비는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변환 태블릿으로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션새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타트업이다. 초창기 구성원 6명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이들은 2013년 로체스터공대에서 열린 아이디어 대회에서 3등을 했고, 2014년에 그 가능을 인정받아 립모션이 제공하는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현재는 기술력을 높여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화 변환 태블릿은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에 립모션 센서 기술을 사용했다. 모션새비엔 수화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와 소리를 문자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다.

☞모션새비  CEO 소개 동영상 바로보기

■ 수화 통역 장갑, ‘이네이블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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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이블토크’는 손에 장갑을 끼워 누구나 수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마디로 ‘수화를 통역해주는 장갑’이다.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만든 이네이블토크는 이네이블토크로 2012년 마이크로스프트가 주관하는 아이디어 경진대회 ‘이매진컵’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네이블 팀 멤버였던 오시카 맥심이 청각장애인 친구와 만나면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네이블토크 장갑에는 15개의 휘어지는 센서, 터치센서, 자이로스코프, 블루투스, 수화번역 소프트웨어 등이 들어있다. 청각장애인이 이네이블토크을 착용하고 수화를 하면, 장갑과 연결된 모바일 기기는 수화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한다. 손가락으로 철자를 쓰면 이를 인식하기도 한다. 2012년에는 50여개 단어를 인식했으며, 공식 출시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아직 상용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 하반신 장애인을 걷게 해주는 마법의 옷, ‘엑소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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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영상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 축구를 할 수 있을까. 미래엔 가능할 것 같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처럼 로봇 슈트를 입고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시축 현장에선 실제로 하반신이 마비된 29세 청년이 나왔다. 그는 특수 재활 로봇옷을 착용하고 공을 발로 찼다. 이러한 재활 로봇을 ‘엑소스켈레톤’이라고 부른다. 현재 많은 의료전문가와 과학자가 이를 연구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시축 현장에서 선보인 제품은 ‘워크어게인프로젝트’에서 만들었다. 150명이 넘는 브라질 신경과학자와 듀크대 연구원이 주도해서 만들었다. 해당 로봇옷은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인지해 인공 센서로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발을 차려고 할 때,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헬멧은 이를 해석한다. 그리고 다리에 명령을 내리는 컴퓨터에 이를 전달해 발을 움직인다.

버클리대도 이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블릭스'(Berkeley Lower Extremity Exoskeleton, BLEEX)라고 불리는 이 로봇옷은 적은 베터리로 작동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군인을 돕는 로봇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버클리대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과 협업해 엑소스켈렌톤을 연구했다. 최근엔 의료분야에 적극 적용해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위한 장비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e레그’, ‘엑소라이트’ 같은 최종 제품을 내놓았다.

‘e레그’ 소개 동영상 보기

j.lee.reporter@gmail.com

오픈소스 기술, 프로그래머의 삶 그리고 에듀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실행하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