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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애플워치’ 느낌, 디자인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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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쿠퍼티노에서 애플의 ‘아이폰6’와 ‘애플워치’ 발표 이벤트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던 중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SNS에서 흥미로운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이미 많은 회신들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을 그 동그란 애플워치의 콘셉트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그란 애플워치를 디자인한 사람이 한국인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인 오남경씨는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일 뿐더러 렌더링 이미지가 외신을 타면서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겪고 있는 상황에 어리둥절하다며 수줍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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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윈도우PC에서 했다고 합니다. 라이노를 통해 3D 모델링을 하고, 키샷으로 실제 제품처럼 렌더링한 뒤, 포토샵으로 UI를 입혔습니다. 디자인 모티브나 재질은 시계의 형태는 애플워치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크기도 폭 38mm를 했고 UI도 공개된 애플워치에서 따 왔습니다. 원래 제품의 느낌을 살리고 동그랗고 얇은 시계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작업은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물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졌고 <폰아레나>를 시작으로 <더버지>, <인가젯> 등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온라인 미디어로도 번졌습니다. 해외 미디어들의 연락로 많이 왔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 상황에 얼떨떨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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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경씨가 애플워치 발표 직후 동그란 시계를 디자인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애플의 발표를 보고 있었는데 발표 직후에는 애플이 왜 네모난 시계를 만들었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저 뿐 아니라 친구들도 동그란 시계를 기대했는데 의아했습니다. 동그랗게 만들면 느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그려본 게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어요.”

오남경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주 관심 분야는 UX, 이용자 경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UI가 아니라 시계의 외형을 새로 고쳤을까요? UX를 디자인하다보면 결과물을 올린 기기 전체의 느낌을 보기 위해서 종종 이런 식의 콘셉트 렌더링을 함께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렌더링의 중요한 부분은 동그란 시계의 외형보다는 UX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플워치의 기본 UI들은 대부분 동그랗습니다. 오남경씨도 그 부분을 주목했다고 합니다.

“UI 디자인을 동그란 디스플레이로 옮기고 난 뒤 가장 놀랐던 점은 그 결과물이 별로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UI 일부를 약간 손대긴 했지만 거의 따로 만진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콘이나 시계 모양 등을 보니 어떤 면에서는 이 UI가 원형 디스플레이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애플이 나중에는 원형 디스플레이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남경씨의 렌더링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이유도 아마 비슷한 감정이었을 겁니다. ‘모토360’과 ‘G워치R’가 나오면서 스마트시계도 동그랗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고, 애플에 어느 정도는 기대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그럼 꼭 시계는 동그란 게 좋을까요.

“스마트워치에 대해서는 원형이든 사각형이든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외관과 UI가 갖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UI나 콘텐트가 모두 사각형에 맞춰져 있다는 점과, 대부분의 유명한 시계가 동그랗다는 점 사이에서 고민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디스플레이 생산 부분에 대한 것도 걸렸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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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디지털 크라운은 어떻게 봤을까요? 용두라는 아날로그적 아이템이 디지털과 결합되었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는데 그게 과연 편한 UX인지는 좀 다른 이야기같습니다.

“키노트에서 나온 것처럼 작은 화면에서는 손가락 두개로 핀치를 하는 게 불가능한데 그걸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썼다는 점이 놀라워요. 돌아보면 아이폰의 홈버튼이나 아이팟의 터치휠처럼 애플이 만든 새로운 경험들의 관점에서 보면 또 하나의 입력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기능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스마트시계의 기능적인 면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시계가 주목을 받는 것도 UX와 디자인적인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지요.

“애플워치 뿐 아니라 요즘 나오는 스마트워치는 시계에 너무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그 기능들을 다 쓸 수 있을까, 기능적인 면 때문에 스마트 시계를 40만원씩이나 내면서 쓸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저 작은 시계에서 본다거나, 지도나 콘텐츠를 띄우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얼마나 그 기능들을 활용할까라는 걱정이 들어요.”

스마트시계가 너무 기능 중심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헬스케어 같은 기능이 시계에 들어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대신 오남경씨는 애플워치의 시계 그 자체로서의 디자인에는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특히 사각형 틀 안에서 보여주는 화면의 UI적인 요소가 예쁘다고 평했습니다. 너무 여성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는데 그게 스마트 시계를 다르게 보이게 해주는 요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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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애플워치의 이미지를 보고 기업들이 찾지는 않을까요? 사실 그 많은 뉴스에 소식이 실렸지만 디자이너의 이름과 블로그 등이 노출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더버지>를 비롯한 몇몇 외신들은 기사에 이미지를 싣고 싶다는 e메일도 받았지만 국내 매체들은 그 조차도 없다시피했습니다. 그래도 일부 뉴스에 학교 이름도 실렸고, 디자인에 호기심을 갖는 기업의 e메일 연락도 왔었다고 합니다.

오남경씨는 현재 UX 공부를 더 깊이 하고 싶어 휴학중입니다. 현재로서는 기기에 대한 디자인이나 모바일 UX로 영역을 한정짓기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의 포괄적인 UX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서비스 디자인부터 생활용품, 건축물 등 모든 부분에서 아직까지 UX는 큰 가능성을 띄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오남경씨는 스스로가 그린 시계 이미지에는 아직도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합니다. 지금 그린 이미지는 너무 얇고 디스플레이나 전반적인 디자인이 생산이 쉽지 않은, 말 그대로 콘셉트일 뿐인데 큰 관심을 받아 부끄럽고 어리둥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계 디자인은 충분히 호평이 따르고,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건 곧 대중들이 원하는 스마트워치의 디자인 방향성 뿐 아니라 유망한 UX디자이너의 가능성도 함께 볼 수 있던 기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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