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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눈독들이는 언론사, 이유는?

2014.09.18

언론사가 게임을 개발한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최근 들어 미국 유력 언론사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게임 혹은 게임화(Gamification)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언론사가 애착을 보여왔던 영역이다. 지금은 온라인 게임으로 분류되는 ‘낱말퍼즐’은 신문이 내세웠던 게임의 대표적인 표본이었다. 뉴스에 언급된 중요 키워드를 퍼즐 형태로 나열해 이어붙이는 방식의 낱말 퍼즐은 신문을 구매하는 또 다른 경험을 오래 전부터 제공해왔다. 때론 상품을 내걸어 독자들의 경쟁심리를 유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NYT> 등 뉴스에 게임 활용

워싱턴포스트의 게임 카테고리.(출처 : 워싱턴포스트)

워싱턴포스트의 게임 카테고리.(출처 : 워싱턴포스트)

이렇게 시작된 언론사의 ‘게임 사랑‘은 온라인으로 옮겨붙고 있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거나 퍼블리싱 하는 언론사는 대략 5곳에 이른다.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AP>, <버즈피드> 등이다.

현재 몇 종의 낱말퍼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USA투데이>는 9월 말 70여종의 게임을 담은 독립적인 게임 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다. 두뇌 훈련, 아케이드 등 비교적 간단하고 손쉬운 게임이 이 페이지를 통해 제공된다. <USA투데이>는 이를 위해 게임 디렉터를 신설하고 디지털 프로덕트 디렉터였던 존 지드를 이 자리에 앉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올초부터 게임 제작과 퍼블리싱에 뛰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 퍼즐&게임 카테고리에는 낱말 퍼즐을 비롯해 아케이드, 카드, 전략, 월드 게임 등 이미 40여종이 서비스되고 있다. 일부는 내부에서 개발한 게임이지만 대부분은 외부에서 유치한 것들로, 로그인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뉴스 스토리텔링에 게임화 요소를 시도한 몇 안 되는 사례에 해당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9년 운전 중 주의력을 측정하는 논문을 기사화하면서 일반 텍스트 대신 게임을 활용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면서도 정확하게 허용된 경로를 통과하는지를 확인해보는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는 낱말 퀴즈를 별도의 모바일 앱으로 출시해 일부 유료화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나 <USA투데이>처럼 비교적 다양한 게임 장르를 선보이는 방식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생 뉴스 스타트업으로 큰 주목받고 있는 <버즈피드>는 게임 요소가 결합된 퀴즈를 주력 포맷으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다. <버즈피드>는 퀴즈를 통해 매월 2만 트래픽을 끌어모을 정도로 퀴즈 게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포함한 5명의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100년 전 이미 ‘낱말퍼즐’ 도입해

운전 중 집중도 테스트를 위한 뉴욕타임스의 게임.(출처 : NYTimes.com)

운전 중 집중도 테스트를 위한 뉴욕타임스의 게임.(출처 : NYTimes.com)

게임에 눈독을 들이는 언론사들은 대개 비슷한 확장 경로를 나타내고 있다. 지면에서 제공해온 낱말퍼즐을 온라인화하는 데서 출발한 뒤 캐주얼게임 중심으로 장르를 확장하는 형태다. 갑작스러운 관심은 아닌 셈이다.

낱말퍼즐은 인쇄 신문의 시대 당시에도 높은 인기를 얻어왔던 게임이다. 영국 출신의 기자 아서 윈이 개발한 낱말퍼즐은 1913년 12월 <뉴욕월드> 일요판에 처음 게시되면서 신문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2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신문의 고정 코너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최근까지 대부분의 인쇄 신문들은 낱말 퀴즈 전담 에디터를 두면서 이 코너를 운영해왔다. 이처럼 언론사들은 100년 전부터 제공해왔던 낱말퍼즐을 온라인 상품으로 변형해 게임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다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 스토리텔링의 또다른 기법으로 게임화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메시지 전달의 높이려는 목적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됐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몇몇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2009년 7월 <와이어드>는 온라인판에 게재된 ‘소말리아 해적 비즈니스 모델의 경제학적 분석’에 게임을 적용하기도 했다.

새로운 스토리 경험 제공하고, 광고판 역할도

버즈피드가 개발한 이름으로 제목 만들기 게임.

버즈피드가 개발한 이름으로 제목 만들기 게임.(출처 : 버즈피드)

낱말 퍼즐을 넘어 캐주얼게임 영역으로 언론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과 공유를 통한 트래픽 확보 두 가지 노림수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 경험 제공이 포함될 수 있다.

#1. 뉴스 메시지의 장기적 기억 : 일반적으로 게임은 다른 콘텐츠와 달리 방문당 체류시간이 높고 공유 확산력에서 경쟁력을 보인다. 퀴즈나 두뇌 활용 게임 등은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한 게임 유형임에도 페이스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공간에서 인기가 높다. <버즈피드>가 퀴즈 모델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레이버즈’와 같은 정보 기반 퀴즈 사이트가 등장해 페이스북 공유수를 긁어모으는 현상도 언론사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아메리칸 대학 게임랩의 린제이 그레이스 디렉터는 지난 9월11일 <포인터>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유용한 스토레텔링 도구이다. 왜냐하면 게임은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게임과 뉴스의 결합이 확산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뉴스 보도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임팩트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뉴스 보도를 봐도 정작 팩트를 잊어버리지만, 경험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 몰입도를 높이고 공유수를 증대시켜 뉴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장기 기억으로 남겨둘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언론사들이 반기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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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게임 :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강점도 눈독을 들이는 이유 가운데 한 가지다. 현재 국내외 언론사들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광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PC웹에 적용됐던 배너광고류가 모바일 플랫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는 있지만 실제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다수의 모바일 기기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언론사는 고민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이 광고 플랫폼으로 매력적인 상품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신지호 건국대 교수는 모바일 소셜네트워크형 게임의 광고 매력도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게임이)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능동적으로 광고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게임의 광고 플랫폼 가능성은 국내 사례에서도 몇 차례 확인됐다. ‘아이러브커피’라는 모바일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카페베네와 한솥 등과 제휴를 통해 해당 업체의 브랜드를 노출하거나 관련 아이템을 제공하기도 했다. 신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당시 쿠폰 200만장이 3일 만에 소진됐고 한솥도 80만명의 고객이 증가하는 등 높은 광고 효과를 발휘했다.

모바일 광고 수익이 절박한 언론사로서는 이러한 게임 기반의 광고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버즈피드>도 이를 염두에 둔 듯 게임 형태의 광고를 조만간 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dangun76@gmail.com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입니다. 이메일은 dangun76@mediati.kr 트위터는 @dangun76 을 쓰고 있습니다. '뉴스미디어의 수익모델 비교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관련 분야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저서로 '트위터 140자의 매직', '혁신 저널리즘'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mediagotosa/)에서 더 많은 얘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