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유를 공유하자”…CC코리아 글로벌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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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협력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들이 서울에 모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9월16일 서울 종로 페럼타워에 마련한 국제 콘퍼런스 자리였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아낌 없이 나누며 영감을 주고받았습니다. 한바탕 축제 같던 콘퍼런스 현장, 저와 함께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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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려 페럼타워에 들어서니 웬 종이상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니 CC코리아 콘퍼런스 안내 표지판이네요. 눈에 잘 띄게 입체 조형물을 만들면서도 재활용할 수 있게 종이로 만든 점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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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럼타워 3층 페럼홀은 200여석 규모입니다. 9시쯤 도착했을 때는 텅 비어 있었지요. 과연 사람이 많이 올까 궁금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입장을 시작하자 200자리가 꽉꽉 들어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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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정면 첫번째줄 제일 좋은 자리를 잡고 행사장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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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한편에는 CC코리아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만들어뒀더군요. CC코리아 로고 주변에 다양한 CCL 조건이 그러져 있었습니다. 이것 역시 입간판처럼 종이박스로 만들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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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반부터 등록과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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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하고 명찰을 받아가는 자리 옆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나 서울시, 코드나무 등 오늘 콘퍼런스 무대에 오를 여러 단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책자를 비치해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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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스티커가 인기가 많더군요. 저도 얼른 한장 챙겼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가왔습니다. 행사장 안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KangHyeonsuk_Manager_CCK_Conference_2014_01

콘퍼런스 진행은 강현숙 CC코리아 실장이 맡았습니다. 강 실장의 프로 못지 않은 매끄러운 진행 솜씨 덕에 행사는 큰 무리 없이 자연스레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주최측 사정은 달랐습니다. 강현숙 실장은 “심장이 쫄깃한” 순간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연사였던 독일 열린지식재단 헬렌 한이 항공사 파업으로 비행기편을 놓쳐 끝내 행사장에 오지 못했고, 일본에서 오던 할 세키 코드포재팬 대표는 오는 도중 길을 잃어 발표 시간 직전에 행사장에 도착했죠. 박원순 서울시장도 빡빡한 일정 탓에 급히 도착해 바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런 돌발상황이 계속 이어졌는데도 자연스레 청중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감탄스럽더군요.

SeoJeongUk_CCK_Board_Director_CCK_Conference_2014_01

서정욱 CC코리아 이사장이 콘퍼런스의 막을 열었습니다. 서 이사장은 “이 행사를 통해 공유문화가 확산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떠올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CC코리아는 정보 공유를 주창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한국 조직입니다. CC가 정보 공유를 주장한다고 해서 저작권에 무조건 반기를 드는 건 아닙니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작물을 공유해 창작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입니다.

CCL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명시적으로 밝혀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발상에서 태동했습니다. 저작권자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CCL 조건을 붙이면, 다른 사람은 CCL 조건만 준수하면 콘텐츠를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블로터>는 ‘BY-NC-ND’란 CCL 조건을 달았습니다. 3가지 조건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건데요. <블로터>가 만든 기사를 쓰려면 ▲원작자를 밝히고(BY)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말고(NC)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서도 안 된다(ND)는 뜻입니다. 일반 독자가 <블로터> 기사가 맘에 들어서 개인 블로그에 그대로 퍼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지요. 이처럼 CCL로 저작권자가 이용 조건을 확실히 밝혀두면 다른 사람이 콘텐츠를 활용하기 쉬워집니다. CC와 CC코리아는 이렇게 공유된 콘텐츠를 늘려 콘텐츠를 자유롭게 재창작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RyanMerkley_CreativeCommons_CEO_CCK_Conference_2014_01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는 취임한 지 갓 100일을 넘긴 CC 신입 CEO 라이언 머클리였습니다. CC 대표답게 라이언 머클리는 공유와 개방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셜록홈즈와 에볼라 바이러스, 테슬라를 예로 들며 공유의 힘을 설명한 점이 인상깊더군요.

ToddPorter_FabCafeGlobal_Co-founder_CCK_Conference_2014_01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이는 토드 포터 팹카페 글로벌 공동설립자입니다. 팹카페는 3D 프린터나 레이저 절삭기 등 제조 도구를 공유하는 일종의 공동 공방입니다. 토드 포터는 “사람들은 맛있는 커피와 만들거리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있는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라고 팹카페를 세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카페 죽돌이’인 저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YeoJeongho_Lead_of_KoreaCopyright_Commission_CCK_Conference_2014_01

첫번째 세션을 마무리한 이는 여정호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정보센터장입니다. 앞서 무대에 오른 연사가 너무 달변가여서 그런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정호 센터장은 정부와 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보호와 창조 생태계 발전을 위해 어떤 지원 사업을 해왔는지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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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공유’를 주제로 한 첫번째 세션이 끝났습니다. 신나는 점심시간입니다…만 공유문화를 공부하려는 의지는 식욕보다 강했나 봅니다. 발표자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공유문화 전도사답게 강연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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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럼타워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올라오니 입구 바로 맞은편에는 카페테리아가 있더군요. 아침에도 있었는데 미처 이용하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커피와 간식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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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이 2배로 들어간 비타CC입니다?! “내 몸에 대한 의리”리며 “호로록 호로록~” 먹으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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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밖에서 정진호 J비주얼스쿨 대표를 만났습니다. 정진호 대표는 이날 행사의 ‘그래픽 리코딩’을 맡았습니다. 그림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분 답게 강의 내용을 종이 한 장에 알뜰하게 정리했더군요. 콘퍼런스 중간에 정 대표 그림은 스크린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돌아다니다보니 금세 오후 세션이 시작했습니다.

KimKyungmin_Professor_SeoulNationalUniversity_GraduateSchoolofEnvironmentalStudies_CCK_Conference_2014_03

두 번째 세션 주제는 ‘공유와 도시’였습니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공유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그치지 말고, 공유경제에서 누가 이득을 보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유경제의 이득이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일침입니다.

KwonNanshil_CreativeCommonsKorea_CCK_Conference_2014_01

이어 권난실 CC코리아 활동가가 무대에 올라 ‘공유허브’ 프로젝트를 꾸리며 얻은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공유허브‘는 서울시와 협력해 공유경제 소식을 전하는 공간입니다. 웹사이트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퍼런스,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사람들이 소통하고 공유를 가치를 깨우치도록 돕는 활동을 하죠.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 공유경제에 관한 자문도 제공합니다.

MollyTurner_Airbnb_Director_of_PublicPolicy_and_CivicPartnership_CCK_Conference_2014_01

두번째 세션 마지막 강연자는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에어비앤비’에서 왔습니다. 몰리 터너 에어비앤비 공공정책 및 도시 파트너십 이사는 에어비앤비가 단순한 숙박 공유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교류를 활성화해 공동체 의식을 다시 세우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덮쳐 오갈 데 없어진 주민들에게 에어비앤비 호스트 수백명이 머물 곳을 마련해줬다는 얘기를 전하며 몰리 터너 이사는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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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세션이 끝나고 잠깐 휴식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강연시간에는 열심히 적어가며 공부하고, 쉬는 시간에는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다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던 걸까요.

YoonJongsu_Lawyer_ProjectLead_of_CreativeCommonsKorea_CCK_Conference_2014_03

마지막 세션 주제는 ‘공유와 사람’이었습니다. CC코리아 활동을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 리드 윤종수 변호사가 먼저 정보 공유의 힘을 이용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 해킹(Civic hacking)’ 운동의 정의와 의미를 전했습니다. 윤 변호사는 영화 ‘아폴로13호’를 인용하며 “해킹은 파괴하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사각형 산소 필터를 원통형 입구에 짜맞춘 것처럼 시민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해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시민해킹이라는 설명입니다.

HalSeki_CodeforJapan_CEO_CCK_Conference_2014_01

일본에서 시민 해킹 운동을 벌이는 비영리단체 ‘코드포재팬(Code for Japan)’ 할 세키 대표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미에 마을을 위해 개발자와 디자이너, 일반 시민 등 400명이 넘는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서비스를 구상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할 세키 대표는 “개발자와 시민이 손잡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며 시민해킹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MinSey_Randomwalks_CEO_CCK_Conference_2014_01

사회문제를 고치려면 먼저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겠지요. 여기에 많이 활용하는 기술이 ‘데이터 시각화’입니다. 데이터 시각화 전문회사 랜덤웍스의 민세희 대표는 데이터 시각화가 단순히 정보를 보기 좋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같은 것은 겉보기만 화려할뿐 메시지가 없다는 얘기죠. 민세희 대표는 진정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은 “많은 사람이 각각 주관을 갖고 사회나 현상을 보고 스스로 생각을 만들 수 있는 시각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JangSeunghun_Codenamu_Activist_CCK_Conference_2014_01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는 ‘코드나무‘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장승훈 CC코리아 활동가였습니다. 장씨는 CC코리아를 만나 자신의 재능을 나누면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최연소 발표자답게 가장 유쾌한 무대를 꾸며줬습니다. 코드나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흥미로웠고요.

ParkWonsun_Seoul_Mayor_CCK_Conference_2014_01

제3회 CC코리아 국제 콘퍼런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담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역할은 공유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 공유경제가 싹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밝혔습니다. 또 그에 맞게 규제를 손봐야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합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간을 알차게 채운 콘퍼런스였습니다. 경험만 나눈 것도 아니요, 어려운 이론 설명만 반복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론과 실무 경험이 적당히 버무려져 공유의 의미와 가능성을 깨우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공유경제계 대표 주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덤이었고요. 맛있는 식사에 커피는 덤에 덤이었습니다.

덤에 덤에 덤도 있습니다. CC코리아는 9월17일 저녁7시 서울 마포구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에서 콘퍼런스 에프터 파티를 엽니다. 라이언 머클리 CC 대표를 비롯해 16일 콘퍼런스에 참가했던 강연자와 CC코리아, CC아시아에서 공유 정신을 퍼뜨리기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도 함께 합니다. 콘퍼런스에서 꺼내지 못한 이야기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눌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시간이 촉박했던 콘퍼런스에 아쉬움이 남은 분들은 오늘 퇴근길에 가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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