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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기술, 증명서 발급에도 쓰인다

2014.09.19

비트코인 기술을 이용해 인증이 필요 없는 수료증을 발급하는 대학이 생겼다.

키프로스 최대 사립대 니코시아대학교가 '가상화폐의 이해' 강의를 수료한 학생에게 '비트코인 수료증'을 나눠줬다.

▲키프로스 최대 사립대 니코시아대학교가 ‘가상화폐의 이해’ 강의를 수료한 학생에게 ‘비트코인 수료증’을 나눠줬다.

키프로스 최대 사립대인 니코시아대학교는 ‘가상화폐의 이해‘ 강좌를 들은 수강생 가운데 137명에게 수료증을 발급했다고 9월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전세계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비트코인으로 수업료를 받기 시작한 니코시아대는 가상화폐 관련 강의도 처음 열어 첫 수료생까지 배출했다. 니코시아대는 “수강생 가운데 20% 정도만 진도를 끝까지 마쳤다”라며 “온라인 집단 강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수료생에게 ‘비트코인 수료증’도 함께 줬다는 사실이다. 니코시아대는 비트코인 공공장부인 ‘블록체인’에 수료증을 데이터로 심어 넣고 이를 찾을 수 있는 해시 코드를 수료생에게 나눠줬다.

제3자 인증 필요 없는 블록체인에 수료증 실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수료증이 실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학생들이 강좌를 이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니코시아대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누구나 검증 가능한 공공장부에서 수료증을 찾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코시아대는 안내 웹사이트에 다음처럼 적었다. “설령 니코시아대나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더라도, 인증된 해시 코드가 공적 기록으로서 존재하면 사람들은 어떤 증명서든지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

비유해보자. 회사에 지원하려면 대학 졸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보통 졸업한 대학에서 졸업증명서를 받아와 서류에 첨부한다. 서류는 온라인으로 접수한다고 쳐도 졸업증명서는 원본을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위조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대다수 대학은 졸업증명서에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삽입해둔다. 이 경우 내가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은 졸업증명서를 내준 대학이 담보한다.

니코시아대는 비트코인 기술을 응용해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생략할 길을 열었다. 졸업증명서까지는 아니지만 수업 수료증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삽입했다. 비트코인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10분마다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가 컴퓨터 성능을 모아 검증 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니코시아대가 블록체인에 넣어둔 수료증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동안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기술적으로 무결성이 입증되는 셈이다. 블록체인에 있는 기록은 누구나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으므로 수료증을 확인하려고 대학에 의존할 필요도 없어진다.

니코시아대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수료증을 심어 비트코인 기술의 다른 응용법을 구현해보였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가능성은 모든 형태의 정보와 자산을 영구히 불변하게 보관하는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화폐나 결제 시스템이 아니다.”

PDF 해시값을 블록체인에 담아 영구보관

니코시아대는 블록체인에 수료증을 삽입한 방법을 웹사이트에 자세히 밝혀뒀다. 수료증을 모두 PDF 문서 파일로 만든다. 이 PDF 파일을 해시값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해시값을 비트코인 안에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도록 마련된 ‘OP_RETURN’ 값에 넣고 비트코인을 송금한다.

해시란 평범한 문자를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바꾸는 암호화 기법이다. 해시를 풀려면 처음 해시를 만들 때 썼던 암호화 키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똑같은 문자를 같은 암호화 키를 이용해 해시해도 전혀 다른 해시값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같은 해시값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니코시아대는 수료증을 확인할 수 있는 주소를 안내 문서에 담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수료증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안내 문서가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 니코시아대는 안내 문서도 위조할 수 없도록 해시해 블록체인에 넣고 그 주소를 공개했다. 이것을 확인하거나 니코시아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위치에서 안내 문서를 내려받으면 된다.

안내 문서가 진짜라면 본인이 받은 수료증 해시값이 안내 문서 안에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만일 내 수료증 해시 파일이 안내 문서에 있다면, 내가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니코시아대나 제3자의 인증이 필요 없다. 오로지 이미 존재하는 증거를 확인하는 작업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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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중심에서 사람을 봅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e메일 nuribit@bloter.net / 트위터 @nuri_bit / 페이스북 facebook.com/nuribi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