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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수다떨기] 기자생활 10년, 그 짧은 비망록
by 도안구 | 2009. 12. 14

26년만에 수덕사에 다녀왔다. 수덕사 방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 후 처음이다. 감회가 새로웠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라고는 대웅전 앞 탑 앞에서 같이 모여 사진을 찍었던 것 뿐인 것 같다.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대웅전을 내려와 학생 때는 오르지 않았던 덕숭산도 올랐다.

숨이 많이 찼다. 삼각산 오르던 일도 추위가 와서 멈췄더니 몸은 거짓말을 안한다. 날렵했던 어린 시절의 몸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은 시나브로 흘러 내 몸은 이제 저팔계가 돼 있다. 정말 민망하셩~~!!. 산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산 줄기들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시야가 탁 트인다. 마음도 몸도 상쾌해졌다. 산 정상에서 만난 이들은 나이와 직업을 떠나 모두가 친구다. 산은 모든 것을 품어준다. 따뜻하다.

힘겹게 올라갔던 산을 빠르게 내려왔다. 동행한 친구들과 추억거리 하나를 남긴다. 옛날을 기억하며 다시금 대웅전 앞 탑 앞에서 포즈도 취했다. 개구장이들은 어느 새 점잖은 폼을 잡는 어른으로 탈바꿈했다. 한편으론 슬펐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수덕사와 덕숭산을 떠났다.

집에 돌아와 달력을 보니 낯익은 숫자가 유난히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12월 13일. 지금부터 10년 전 IT 기자 세계에 뛰어들었던 그 날이다. 어느 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선배들과 젊은 혈기에 뭔가 한번 사고를 치자며 2년을 함께 했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 날이기도 하다. 또 닷컴 붐이라는 광풍이 불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회 생활하던 2년간 언론 지면과 TV를 통해서만 봤던 유명 IT 인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자 스릴이었다.

처음 만난 안철수 사장에게 간담회가 끝나고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었다. 선배 기자들은 창피하다며 다들 고개를 돌렸지만. 실제 안철수 사장을 볼 수 있다니 “와우 서프라이즈!!!” 지난 10년간 수많은 영웅을 만났고, 역사를 개척해 갔던 이들과 현장에서 함께한다는 자부심만큼은 무척 컸다. 이 세월동안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많은 영웅들이 등장했고, 또 많은 영웅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기쁨은 함께하려고 기웃거렸던 것 같고, 슬픔은 어떡해서든 안 나누려고 했던 것 같다. 새로운 10년엔 좀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에게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시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었다. 오만함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내가 몸담았던 IT 미디어들은 가장 변화에 둔감했고, 적응하지 못했다.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침 튀기며 말을 했지만 정작 내가 있던 곳을 향해서는 제대로 말도 못했다.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었다.

능력이 변변치 못해 2년 주기로 영역도 바뀌었다. 인터넷포털과 전자상거래, 보안,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통신, 서버와 스토리지. 뭐 하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영역만 드립다 넓혀왔다. 이제 새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다. 뭐 하나 전문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염치없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한다. 깊은 굴을 파기 위해서는 초기에 넓게 삽질을 해 놔야 한다고. 이제 10년 넓게 파놨으니 내년부터는 조금씩 깊이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지난 3년간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도전을 해 왔다. 앞서 7년간 몸 담았던 종이 매체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제 좀 독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잘 알고 있다. 이제 산 정상을 향해 입구를 통과한 것이다.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갈 때 절대 무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버페이스 하는 순간 ‘한방에 훅’ 간다.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을 만날 것이다. 또 잘 알고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시간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덕숭산을 오르는 데 1시간여 걸렸지만 내려오는데는 채 20분도 안걸렸다.

새롭게 시작하는 또 다른 10년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 다만 글쓰기 직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항상 현장에서 만나뵙겠다는 말씀 하나밖에는 약속드릴 것이 없다. 항상 현장에서 인사드리겠다. 부족한 이의 또 다른 도전을 조금 더 지켜봐 주십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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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 미디어랩장. 블로터TV와 소셜 분석, 전자책 등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원피스'의 해적들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항했다. [트위터] @eyeball, [이메일] : eyeball@bloter.net
18 Responses to "[IT수다떨기] 기자생활 10년, 그 짧은 비망록"

칼럼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이런
글을 볼 수 있는 ‘매체’를 만든 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지난 10년이 의미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에..
곱씹어 볼 글이네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감!! 이런 글을 뉴스캐스트에서 보고 이 사이트에까지 찾아 들어오게하는 힘이 당신들에게는 있지 않습니까? 홧팅임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을 올리셨네요.
10년 전 12월 13일이 그때였군요. 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의 변화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반문은 태풍의 눈은 정작 고요하다는 말을 공감하는 듯 합니다. ㅎㅎ
오랜만의 산행이 많은 고민을 해결하시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 봅니다. 조만간 함 뵈야지요? ^^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조인혜, 도안구 IT수다떨기. 도안구 IT수다떨기 said: [IT수다떨기] 기자생활 10년, 그 짧은 비망록 http://www.bloter.net/archives/20787 [...]

저도 전문지에서 2년 게임지에서 1년 기자일 하다가 그만 둔지가 5년쯤 되네요.
제가 몸 담았던 곳도 두곳다 문 닫았구요.

제가 전문지에서 2년 일하는 사이에 연락이 끊긴(망한) 업체를 본게 100곳이 넘네요.

제일 기억나는건 아이리버.. 처음 MP3 발표할 때 찾아가서 인터뷰 싫어주니 얼마나 고마워 하던지.. 지금은 나름 큰 회사가 되었지요
제일 안타까운 회사는 셀빅.. G메이트.. 같은 곳이죠.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떠난 주제에, 후배만은 남아서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염치없지만,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언제 여의도 들릴 일 있으면 연락이라도 주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동안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계시는군요. 정상에 서 계실 도기자님을 비대해보겠습니다.

오옷. 리눅스 textarea의 끊임없는 질주가 ‘기대’를 ‘비대’로 바꾸었네요.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 몸이라도 ‘비대’해지지 마세요.
오타 용서하시고 즐거운 하루되세요.

나 역시 기자생활 14년을 과감히 접고 PR업계로 뛰어들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는…오늘 어느 기사에 ‘현재의 신문 미디어가 위기인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온 게 기억에 남습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중심에 서있는 블로터가 더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eyeball님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완전 무식한 저.. 이제야 조금이나마 IT를 즐기는 맘으로 알아가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변함없는, 아닌 진화하는 모습 기대할께요.. 자양분 삼아 더 커볼랍니다.. 좀 이기적인가요? 하하하.. 새로운 10년 우리 꼭 정상에서 만나요~~~~ 글고 조만간 연락 드릴께요~~~

10년 내공의 지방분이 차곡차곡 쌓여 뱃살이 넉넉해진 것이겠지요.^^.
어려운 가운데도 열심히 현장을 지키며, 뱃살만큼 넉넉해진 글을 써 내려가는 도 기자님, 화이링입니다~~^^.

벌써 10년 성상의 세월이 지났다니 세월은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항상 편안한 미소와 해박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님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뉴스캐스트가 좋긴 좋네요…^^ 이렇게 도기자님의 글을 바로 접할 수 있어서…
아무쪼록 더욱 힘찬 새해가 되시길..

따끈한 기삽니다.. 수덕사 좋지요.^^

벌써 시간이 이리 흘렀군요. 예전에 월간 이네이블 만들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합니다.

벌써인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새인 것 같기도 하네요. 10년이라니.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글을 딱딱한 IT 매체에서 보니 매우 생경스럽스럽니다. 그런 인간미가 도안구 기자님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 넓고~ 깊게~ IT와 미디어 분야에 더 큰 족적을 남기시길 기대하겠습니다. 함께 하다, 먼저 지쳐 떠난 후배지만 항상 챙겨주셔서 감사하고요. 선배가 자랑스럽습니다^^

만나면 늘 시간 가는 지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eyeball님…
그 다양한 화제거리에 한번 놀라고, 또 지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에너지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이번에도 에세이 같은 멋진 이야기 보따리를 푸셨네요.
크리스마스 끝나고 꼭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 듣고파요!!

그대 삶의 편린들을 나름 유추할 수 있는 이 글을 읽고서야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이었는지 어렴풋하게 보이네요.
그리고
걷는 길은 다르지만 그대의 진솔하게 느껴지는 반성과 각오는 늦은 시간 이곳에 넋두리를 하고 있는 독자를 화끈거리게도 하네요.
글 잘 읽었고 덕분에 또 하얗게 새벽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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