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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난 단통법, 효과는 오리무중

2014.10.02

단통법이 시행됐습니다. 이 법이 과연 맞는 것인가부터, 이게 실제로 법안으로 될 수 있을까를 거쳐, 이제는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한 걱정까지 참 오랫동안 많은 우려를 만들어 왔는데 이제 드디어 법적 효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 법안의 목적은 통신요금 인하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가격 질서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맞는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장이 너무 과열되어 있었고,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빼내기가 통신 사업의 가장 첫번째 전략이다 보니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되돌아간다는 것이 단통법이 나오게 된 근본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 뚜껑이 열린 첫날 시장의 분위기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스마트폰 구입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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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상한선 30만원

단통법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장치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조금의 상한선입니다. 이는 시행하는 동안 법안의 효과에 따라서 미래부가 6개월에 한번씩 조정해서 발표할 수 있습니다. 첫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통신사는 이 한도 안에서 15%까지는 넘겨도 됩니다. 즉 실질적인 보조금 상한선은 34만5천원인 셈입니다.

이전에는 이를 넘기면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었고 엉뚱하게도 차별금지법 조항을 통해 가입자 차별 금지 명목의 규제를 해 왔지만, 이제는 단통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고 정부도 이 단통법 자체를 통신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단속을 단단히 할 계획입니다.

통신사들은 27만원의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을 때는 틈만 나면 보조금을 더 얹어주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50~60만원을 훌쩍 넘어 심할 때는 100만원짜리 단말기가 공짜로 풀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이제 인기 단말기에는 보조금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기도 애매합니다. 일단은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저가폰 위주로 풀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을 이끄는 최신폰들에는 100만원 가까이 하는 출고가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고작 10만원 정도이기 때문이지요.

조심스러운 시장

현재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갤럭시노트4’에 월 9만원대 요금제를 쓰면 8~9만원 정도의 보조금만 줍니다. 보조금은 요금제에 비례해서 제공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쓰는 3만원대 요금제에는 3만원, 6만원대 요금제에는 6만원 정도가 할인됩니다. 출고가 95만7천원짜리 스마트폰을 3만원대 요금제로 쓰면 할부 원금이 약 92만원이 되는 것이지요. 단말기 할부금으로는 할인이 아예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아, 물론 2년 약정 기준입니다. 2년 동안 3만원을 할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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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단통법 첫 주 보조금 운영안. 보조금이 거의 유명무실하게 됐다.

통신사들도 단통법 시행 전에 보조금을 통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지 늘어날지에 대해 선뜻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일단은 조심하겠다는 쪽으로 보입니다. 나온 지 1년쯤 된 ‘갤럭시노트3’에는 16만원정도가 붙고, 저가폰이나 인기가 시들한 제품에는 더 많은 보조금이 붙습니다. 여기에는 사실상 통신사의 보조금보다는 재고 밀어내기를 위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더해지겠지요. 아, 물론 그 내용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리 공시가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지요.

국내 통신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꽤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최신 고성능 단말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새로운 통신망과 최신 기술이 들어간 하드웨어가 빠르게 자리잡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통신 과소비,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고성능 단말기 유행에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곤 합니다.

그 단적인 결과물이 단통법입니다. 미래부의 단통법은 뒤쪽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시행령이 마련되며 여러 부처가 숟가락을 올린 결과는 앞쪽의 이야기로 흘러버렸습니다. 가계 통신비를 낮추려면 결국 통신사가 돈을 덜 벌어야 하고, 삼성전자가 돈을 덜 벌어야 합니다. 보조금은 그 사이를 메워주는 거품이자 시장을 빠르게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제였습니다. 그렇게 비싸게 팔지 않아도 되는 제품에 거품 보조금을 얹는 대신 아예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내리자고 유도하는 법안이었습니다. 미래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제는 그 결과물을 얻기에 이 법은 구멍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게 시행 첫날의 반응을 낳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야 할까

당분간은 스마트폰 구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 나간 것처럼 단말기 보조금은 이제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직접 자급제 단말기를 구입해서 요금 할인을 받아 구입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면 2년 동안 100만원짜리 할부 끊을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뉴스를 보니 방송통신위원회도 생각보다 적은 보조금 규모에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가격이 정부가 그 동안 그토록 원했던 그림입니다. 단말기는 되도록 제값을 다 받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어 여력이 생기면 그만큼 통신 요금을 할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통신사와 제조사가 극단적으로 그 가이드라인을 지켜서 영업하는 그림을 보니 ‘아차’ 싶었을 수 있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이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법이 이를 지켜주기 때문에 보조금 규모를 적잖이 줄일 겁니다. 이미 통신 3사의 전략이 가입자 빼오기에서 가입자 빼앗기지 않기로 돌아서 있기 때문에 대란도 쉽지 않고 단말기 보조금에 쏟아붓는 예산도 확연히 줄어들 겁니다. 통신사로서는 셋 다 지금 시장만 지킬 수 있고 보조금을 안 써도 되면 나쁠 게 하나도 없습니다. 경쟁 구도가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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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러니, ‘통신사와 제조사가 정부를 골탕먹이려고 짠 가격표’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이제 다시 나서서 ‘보조금을 더 주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낮아지는 통신요금제 뿐입니다.

결국 통신요금이 내려갈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통신사들의 가입자당 매출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보조금을 안 주면 수익성이 좋아질까요? 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간 보조금으로 뭉뚱그려진 단말기 할인 금액의 상당 부분은 제조사가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동안을 보면 기본요금 1천원 내리는 것에도 무척이나 예민한 통신사들이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과연 1만원 정도씩 내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눈을 낮추고 저가 제품이나 1년 6개월 지난 단말기 혹은 중고폰을 구입하고 약정을 걸어 낮은 요금제를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통법의 효력을 하루만에 판단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 번 고지된 보조금이 이 법의 전체를 대변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기대했던 효과가 나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소 막막해 보이는군요. 통신사가 제시하는 출고가와 보조금 표는 한번 공지하면 1주일간 변경할 수 없으니 1주일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어떻게 사야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고, 의외로 단통법 시행 이후가 훨씬 편하겠다고 구입을 미뤄 오신 분들도 계시는데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라’는 말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익숙해지거나, 고쳐지거나 말이지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