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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9 건너뛴 이유는 윈도우95 때문”

2014.10.03

9월30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을 발표했다. 이 운영체제가 나오자 마자 가장 먼저 나온 세상의 반응은 ‘왜 이름에 10이 붙었냐’였다. MS는 이 운영체제의 근본부터 방향까지 싹 뜯어고쳤지만 외려 이름이 더 화제가 됐다.

그 동안 윈도우7, 윈도우8과 8.1에 이어 다음으로 나올 운영체제는 윈도우9로 꼽혀 왔다. 어쩌면 8.2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세상에 나온 윈도우는 9를 건너뛰고 ’10’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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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정작 10이라는 이름에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정확한 이유에 대한 뉴스 대신 그저 ‘왜?’라는 정도의 반응만 나오는 것을 보면 딱히 이름에 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온갖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농담이 섞이기 시작했다. 짝수와 홀수 버전 윈도우의 성공 확률이 이야기됐고, MS가 사실은 내부에서 9진법을 쓴다는 농담도 나왔다. 애플의 맥OS X처럼 10을 브랜드로 만들려고 한다는 농담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추측들은 정말 그냥 의미가 없는 재밋거리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등록됐다. 레딧에서 cranbourne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개발자가 “서드파티 응용프로그램들 때문에 MS가 ‘9’라는 숫자를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종종 응용프로그램에서 일어나는 버전 충돌과 관련이 있다. 보통 응용프로그램들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최적화를 위해 운영체제의 버전을 확인하는데 그 과정에서 응용프로그램들이 윈도우9를 기존의 윈도우와 헷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MS는 이미 ‘윈도우95’와 ‘윈도우98’ 브랜드를 썼던 바 있다. 이를 묶어 흔히 ‘윈도우9x’라고 불러왔다. 이 이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윈도우의 이름을 윈도우9로 정하면 윈도우95나 98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코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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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즈모도는 이를 ‘Y2k버그’에 빗댔다. Y2k버그는 ‘밀레니엄 버그’로도 부르는데 초기 컴퓨터를 만들 때 메모리 용량을 아끼기 위해 19xx년의 앞 ’19’를 떼어냈다. 실제 우리도 97년, 98년 이렇게 부르듯, 컴퓨터도 이렇게 판단했다. 그런데 2000년이 오면서 연도가 00년으로 바뀌게 됐다. 1900년과 2000년의 구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 사소한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윈도우9의 이름이 윈도우95나 98과 헷갈리면 응용 프로그램들이 낡은 운영체제로 알아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이긴 하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오라클이나 SAP등 기업에서 쓰는 프로그램이 윈도우9를 윈도우9x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따라 붙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정확한 숫자 버전으로 구분하면 안될까? 현재 윈도우의 정확한 내부 버전은 이름과 또 다르다. 윈도우8.1의 또 다른 버전은 6.3이다. 또 뒤로 거슬러 올라가면 윈도우8은 버전 6.2, 윈도우7은 6.1이다. 아예 이참에 다 살펴보자. 윈도우 비스타가 비로소 6.0이고, 그 전의 윈도우XP는 5.1이다. 우리가 부르는 윈도우8이나 윈도우10은 운영체제의 브랜드 이름이고, 실제 그 버전명은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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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숫자들은 윈도우NT의 버전 이름이다. 과거 서버나 기업용으로 쓰던 윈도우NT가 일반용 윈도우가 윈도우2000부터 윈도우NT기반으로 합쳐지면서 버전과 이름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윈도우7이 윈도우7.0이 아니었고, 윈도우8.1이 내부적으로는 8.1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까 ‘윈도우9’와 ‘윈도우9x’는 서로 버전은 다르지만 운영체제 이름으로 버전을 구분하면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문제의 가능성은 충분히 짚어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문제가 제기되자 ‘10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숫자를 하나씩 채우거나 건너뛰는 이름이 아니라 또 다른 수십억 이용자들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라는 입장을 내긴 했다. 하지만 10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잠깐 자존심을 구겼던 윈도우8의 부진을 씻어낼 차세대 윈도우를 위한 분위기 전환이었을 수도 있다. 숫자 하나 빠진 것 뿐인데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현재 윈도우10은 테크니컬 프리뷰가 일반에 공개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