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배달하는 도시, 자포스시티를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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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에 있는 도시 ‘자포스시티’에 다녀왔다.

자포스시티는 이미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미국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가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는 국내에서도 출간됐고, 자포스시티 프로젝트도 미디어를 통해 자세히 소개됐다. 그럼에도 직접 다녀온 자포스시티는 내게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했다.

라스베가스 구시청에 있는 자포스 본사 (CC BY-SA / @jennifer)

2009년, 자포스는 아마존에 12억달러, 우리돈 1조3500억원에 팔리면서 큰 돈을 벌게 된다. 그뒤 2012년 1월, 자포스 CEO 토니 셰이는 쇠락해가는 라스베가스 구시가지를 새롭게 디자인하려는 프로젝트를 띄운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다. 한마디로 기업이 주도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다.

자포스는 라스베가스 구시가지에서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 뿐 아니라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쳤다. 유치원 졸업생 중 한 명은 현재 초등학생임에도 디자인을 취미로 즐겨, 자포스시티에서 디자인 전시도 하고 홈페이지도 디자인하고 있다고 한다.

자포스는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직원 80여명이 일하고 있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300개의 크고 작은 회사들이 연결돼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자포스 본사를 라스베가스 구시청으로 이동하면서 시작

2012년 1월, 자포스는 직원 수가 늘어나며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토니는 구글, MS, 애플 등의 사옥을 방문하면서 거대한 그들만의 성과 같은 사옥보다는 뉴욕대학교 캠퍼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뉴욕대학교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다 캠퍼스 공간이 좁았다. 그래서 근처 카페, 공원, 식당 등을 자연스레 아우르며 커다란 캠퍼스를 형성했다. 토니 세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포스시티의 미래를 상상했다. 자포스는 라스베가스 구시청 건물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실내만 자유롭고 오픈된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바꿨다.

자포스 본사는 견학 신청을 하면 직원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1시간 남짓동안 자포스 본사 사무실을 구석구석 안내해 준다. 라스베가스 구시청 건물은 콜로세움처럼 중앙에 광장이 있는 큰 원형 형태다. 이 구시청 건물은 아마존이 매입해 자포스에 임대해 주고 있다. 그 자포스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드디어.

포스 본사는 원형 경기장의 형태로 중앙에 넓은 공간에서 자포스지원, 지원사람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기도 한다고 한다.  (CC BY-SA @jennifer)

자포스 본사는 원형 경기장 형태로, 중앙에 넓은 공간에서 자포스 직원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CC BY-SA @jennifer)

자포스 본사는 투어신청을 하면 1시간 남짓동안 직원들이 가이드해 준다  (CC BY-SA @jennifer)

자포스 본사는 투어신청을 하면 1시간 남짓동안 직원들이 가이드해 준다  (CC BY-SA @jennifer)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 자포스 직원들의 책상에는 재미있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CC BY-SA / @Jennifer)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 자포스 직원들의 책상에는 차 번호판과 비슷한 이름표가 있고 근무 연수에 따라 배지도 이름표에 달아준다. (CC BY-SA / @Jennifer)

고객정보를 다루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많은 공간들이 외부인들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고객정보를 다루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간이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도록 개방돼 있다. (CC BY-SA / @Jennifer)

자유로운 분위기의 자포스 사무실 (CC BY-SA / @Jennifer)

자유로운 분위기의 자포스 사무실 (CC BY-SA / @Jennifer)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는 자포스에서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의 스티커가 붙혀져 있다 (CC BY-SA / @Jennifer)

사무실 의자에는 자포스에서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 스티커가 붙어 있다. (CC BY-SA / @Jennifer)

자포스 CEO 토미의 자리로 다른 직원의 책상과 특별하게 없다 (CC BY-SA / @Jennifer)

자포스 CEO 토니 셰이 자리. 다른 직원 책상과 특별히 다를 바 없다. (CC BY-SA / @Jennifer)

자포스 사옥은 단순히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공간 그 이상이다. 자포스의 생각과 문화를 알리는 커다한 쇼케이스이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자포스시티의 작은 시청과 같은 곳이다.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 도우미로

라스베가스는 거대한 자본의 움직임을 따라 핫플레이스 이동이 잦은 도시다. 구시가지엔 몇십년 전에 지은 오래된 카지노와 호텔이 모여 있다. 관광객은 점차 줄어들고, 문 닫는 카페나 음식점은 늘어나는 추세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이들 지역 소상공인의 도우미를 자처한다. 경영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다시 자생할 수 있도록 자금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체계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는 상점들은 1천명이 넘는 자포스 직원들의 단골 식당, 카페, 바가 된다.

식당 ‘eat’ 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오전 11시께, ‘eat’를 찾았는데,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빈자리가 없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운 좋게도 식당 주인을 만났다. 그는 다운타운 프로젝트 지원을 받은 지 1년6개월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미 자포스 투자금은 모두 갚았고, 지금은 손님이 많아서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식당 eat의 주인 (왼쪽)은 이제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CC BY-SA / @Jennifer)

식당 ‘eat’ 주인(왼쪽)은 지원을 받은 지 1년6개월여 만에 투자금을 모두 갚고, 지금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CC BY-SA / @Jennifer)

eat 브랜드 상품 진열중 -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는 소상공인들의 홍보, 마케팅 등 경영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CC BY-SA / @Jennifer)

식당 안에는 ‘eat’ 브랜드 상품 진열대도 마련돼 있었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소상공인들의 홍보, 마케팅 등 경영에 필요한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CC BY-SA / @Jennifer)

‘eat’처럼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이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식당, 카페 등에 투자하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은 ‘컨테이너 파크‘다.

컨테이너 파크는 40여개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상가다. 4~5평 크기의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얼핏 보면 서울 인사동 쌈지스페이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선 네일아트, 카페, 과자전문점 등 새롭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상점을 임대해 준다. 6개월 동안 사업이 잘 될 수 있을지 실험해보는 인큐베이팅 공간인 셈이다. 컨테이너 파크엔 놀이터나 조형예술 작품 등이 어우러져 있다. 삭막한 상점이 아니라 작은 공원 같은 분위기다. 라스베가스는 카지노 호텔이 즐비한 도시다. 컨테이너 파크는 이런 도심 한가운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에겐 컨테이너 파크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컨테이너파크에는 약 40여개의 소상공인들이 입주되어 있다 (CC BY-SA / @Jennifer)

컨테이너 파크에는 40여개의 소상공인 점포가 입주해 있다. (CC BY-SA / @Jennifer)

컨테이너파크에 중앙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와 휴식 공간 (CC BY-SA / @Jennifer)

컨테이너 파크 중앙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와 휴식 공간 (CC BY-SA / @Jennifer)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의 작품이 컨테이너 파크 앞에 전시되어 있다 (CC BY-SA / @Jennifer)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의 작품이 컨테이너 파크 앞에 전시돼 있다 (CC BY-SA / @Jennifer)

컨테이너 파크 옆엔 ‘러닝빌리지’가 있다. 러닝빌리지도 컨테이너 박스 가건물이 여러채 작은 단지처럼 모여 있다. 이곳은 근처 대학교 학생들의 동아리방으로 쓰이기도 하고, 교소도에서 막 출감한 이들이 숙식을 하며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거치기도 한다.

스타트업을 라스베가스로!

자포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라스베가스 테크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50여곳 스타트업 창업을 보육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돈이나 공간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끼리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매거진을 발간하거나 TED와 같은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또한 오래된 호텔을 인수해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스타트업이 정보를 교류하고 회의를 할 수 있는 카페로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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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테크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회사들 (CC BY-SA / @Jennifer)

라스베가스 구시가지의 남성전용호텔을 개조해서 스타트업 입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CC BY-SA / @Jennifer)

라스베가스 구시가지의 남성 전용 호텔을 개조해 스타트업 입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CC BY-SA / @Jennifer)

라스베가스에 있는 기업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소규모 강연회를 열고 있다 (@CC BY-SA / @Jennief)

라스베가스에 있는 기업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소규모 강연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CC BY-SA / @Jennief)

지역에 봉사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자포스는 침체된 구시가지를 주민과 아티스트, 스타트업 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거대한 축제를 기획해 아티스트를 초대해 공연을 하고, 벽화그리기 행사도 열고, 음식을 나눠먹는 파티를 열기도 한다. 라스베가스시의 오래된 건물은 자포스가 매입하며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으로 탈바꿈했다.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주민들과 그들의 작품을 도시 전체에 전시하고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기획한다고 한다 (CC BY-SA / @Jennifer)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주민들과 그들의 작품을 도시 전체에 전시하고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기획한다고 한다. (CC BY-SA / @Jennifer)

이런 자포스는 기업인가, 정부인가, 비영리단체인가.

라스베가스시와 자포스의 협력 관계가 궁금했다. 자포스는 법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할 때 시에서 적극 지원한다고 대답했다. 카페 옆에 식당을 만들 수 없다는 기존 라스베가스 법안을 지역 상공인 발전을 위해 개정한다거나, 시의 유휴공간을 자포스가 매입할 수 있도록 바꾸는 식이다. 라스베가스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지만, 자포스시티는 어디까지나 자포스란 기업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즉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고 운영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와 달리, 기업은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통해 경제·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며 동시에 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포스 다운타운 프로젝트가 바로 이런 공유가치를 실천하는 대표 사례가 아닐까.

자포스는 여느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와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축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슬로건처럼 자포스는 정말로 행복을 배달하는 기업이 되고 싶은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있다. IT 기업 자포스는 라스베가스라는 도박의 도시에서 신선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행복을 배달하기 위한 그들의 즐거운 실험은 아직 갈길이 멀다. 여러가지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자포스시티와 관련돼 있는 소상공인, 스타트업 가운데 최근 2년 동안 3명이 자살을 선택했다. <리코드>는 ‘다운타운 프로젝트 자살: 행복을 위한 갈망이 당신을 죽일 수 있다‘라는 기사로 자포스시티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보도하기도 했다. 토니 셰이 CEO는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10월2일 다운타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자포스의 인원 감축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자포스가 꿈꾸는 즐거운 실험이 늘 순풍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 기업이 긍정적인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을 갖고 실천에 옮기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금은 그들의 프로젝트가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응원과 박수를 보낼 때다.

There’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MORPHEUS, THE MATRIX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 영화 ‘매트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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