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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기 위한 스타트업? 팔리는 스타트업을!”

2014.10.07

‘붐’이라고까지 하기는 뭣하지만 스타트업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창업에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고,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분명 실리콘밸리의 성장 형태와 차이는 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국내 환경이 매우 좋다는 이야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목표는 뭘까? 스타트업으로 큰 돈을 번 사례가 있을까? 되짚어보면 그리 많지는 않다. 큰 성공도 딱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결국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할까? 대기업에 팔아야 잘한 걸까? 아니면 어떻게든 끌고 가서 성공시키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다 끌어안아야 할까?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 성공하긴 쉽지 않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결국 투자가 들어가야 사업이 확장되고, 그러려면 외부 투자를 받거나, 주식 시장에 상장해야 한다. 혹은 대기업에 서비스로 팔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네스트나 비츠 같은 기업들이 수조원씩 받고 큰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보면 뭔가 멋있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돌아보면 티켓몬스터가 그루폰에 팔렸을 때, G마켓이 이베이에 팔렸을 때, 태터앤컴퍼니가 구글에 팔렸을 때 정도가 국내에서는 화제가 됐던 인수합병이다. 하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회사 하나 만들어서 비싸게 팔았다’는 시각이 아닐까? 또한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의 대기업 인수합병이 아직 많지 않다. 과연 스타트업의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흔히 ‘엑시트'(exit)라고 부르는 투자부터 매각까지 아우르는 마땅한 말이 우리에게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말이 없다. 그 자체가 아직 스타트업의 시작은 있되 탈출구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 든다.

기업 인수합병과 투자를 전문으로 해 온 마크 테토 빙글 CFO를 만나 스타트업 육성부터 성장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질문을 던지자 첫 답은 ‘팔려고 하는 게 아니라 팔리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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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시각은 비슷합니다. 기업들의 목표는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회사를 세우고 상품을 만든 뒤 다른 기업에 팔고 싶다고 팔리는 건 아닙니다. 팔기 위해서 만드는 비즈니스도 분명히 있지만 팔고 싶다는 생각을 앞세우기보다 좋은 회사를 만들면 대체로 먼저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조건에 회사를 넘기고 회사가 더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면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일입니다. 다만 시작부터 탈출 전략을 세우는 건 위험합니다. 사업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의지가 확실하면 사업 자체로 성공할 수도 있고, 엑시트는 부가적인 겁니다”

사실은 실리콘밸리도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니다. 마크 테토 이사는 빙글 이전에 삼성에서 일했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 70명 규모의 엠스팟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삼성은 엠스팟을 인수하고 그 사업에 비용을 더 투자하고 직원을 늘렸습니다. 삼성은 엠스팟 기술을 이용해서 ‘삼성뮤직’이나 ‘밀크’ 등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갖췄습니다. 엠스팟의 CEO는 인수 이후에 회사에 손을 털지 않고 계속해서 엠스팟의 일을 했고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시너지를 냈습니다. 한국은 아직 엑시트 시장이 오래 되지 않아서 이걸 바라보는 시선도 가지가지인 것 같습니다. 비키는 최근에 엑시트했던 좋은 케이스입니다. 라쿠텐이 비키를 갖고 더 넓은 비즈니스를 꾸리면서 두 회사 모두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수하는 회사든, 인수되는 회사든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와 함께 기업 소유권을 넘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좋은 사례들은 대체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엠스팟 뿐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은 쉴새없이 스타트업을 사모아서 기술을 붙여가고 있고, 기업용 시장에서도 오라클, IBM, HP 등은 최근 몇년간 수백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큰 회사도 있지만 스타트업의 숫자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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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너도나도 실리콘밸리를 이야기하지만 이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꽤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도 생태계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고, 해외에서 한국 스타트업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긍정적입니다. 지금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출 좋은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C스테이지 투자의 사례도 있고, 마루 180,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D캠프 같은 스타트업 지원센터도 많이 생겼습니다. 정부도 많이 투자하고.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미국은 20년 걸렸던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급해 보일 수도 있다. 아직 국내 스타트업은 환경이 빨리 갖춰진 것에 비해 아직 그 수준이나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팔릴만한 회사들은 이미 팔렸고, 다른 회사들은 벌써부터 엑시트를 꿈꿀 게 아니라 일단 주어진 상황에서 사업을 잘 만들다 보면 생태계는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를 위해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서비스는 아주 자연스럽게 투자로 연결된다.

그럼 한국 스타트업의 현 주소는 어디쯤일까? 시장 전체를 아우를 수는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물었다.

“빙글에서 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스타트업 투자회사 더벤처스에도 합류한 것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할 때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지난해부터인 것 같은데 해외에서 한국을 보고 스타트업에 대한 가능성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고, 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기술력과 경험치들이 좋습니다.

해외 기업들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좋은 스타트업 인수에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더벤처스에서 문의가 많이 오고 실제 방문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들도 해외에 대한 기회들을 많이 알아보다가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많이 보고 있는 듯합니다. 분명 3~5년 사이에 주식 상장이든 인수합병이든 큰 흐름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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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글로벌 목표가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다고 한다. 마크 테토 CFO는 분명 긍정적인 방향의 신호가 있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벤처 거품이 꺼진 이후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실패에 대한 우려다.

“여전히 실패에 대한 압박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실패를 인식하는 문화가 어떠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건스탠리에 다닐 때는 직원 면접을 볼 때 이력서에 스타트업했다가 실패했다고 쓰여 있으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겠다고 보는 것이지요. 대체로 미국에서는 실패를 통해 배운 것들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은 아직은 실패의 리스크를 잘 받아들여주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료들 중에서도 대기업을 뛰쳐나와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부분만 조금 자극해준다면 스타트업에 좋은 아이디어와 인력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유연한 조직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창의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경직돼 있는 문화에서 일하다 보니 기존의 틀을 깨는 게 쉽지 않긴 합니다. 한국도 창의적 잠재력은 충분히 있는데 그에 비해 경직돼 있는 문화이다 보니 기존의 규칙들을 깨는 게 쉽지 않습니다. 표현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잘 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적극성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시간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장 2000년대같은 벤처 거품이 낄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시장에 관심이 몰리고, 곧 돈이 몰리다 보면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가짜’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과감하되 차분하게 봐야 할 것 같다. 적절하게 투자를 받고 회사를 키우고 엑시트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고 그 경험을 나누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한마디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긍정적이고 봤기 때문에 한국에 온 것입니다. 생태계가 자리잡기까지는 분명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그렇고,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환경이 오랫동안 다져져 온 시장입니다. 아직 아시아는 스타트업 허브가 없습니다. 일본과 중국은 안전이나 정치적인 위험성이 있습니다. 서울은 아시아의 스타트업 허브가 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벤처스가 가려는 방향성도 결국 이 한국 기업들을 미국에, 해외에 내보내려는 것입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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