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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 제작자가 추천하는 한글 글꼴 15종

2014.10.09

10월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무료 글꼴을 공개하고 각종 행사를 여는 곳도 많습니다. 얼마전 무료 글꼴 48종을 소개한지라 방향을 바꿔봤습니다. 한글을 예쁘게 쓸 수 있는 글꼴을 소개하되, 전문가에게 직접 추천을 받기로요.

국내 글꼴 제작사 네 곳에 연락했습니다. 글꼴 제작자분께 직접 한글 글꼴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단, 자기 회사가 만든 글꼴은 빼고요.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디자인센터 이정은 대리, 한양정보통신 서체실 박기업 이사, 산돌커뮤니케이션 커머셜폰트팀 박진경 매니저, 폰트릭스 폰트디자인팀 윤재현 팀장과 박용락 실장이 도움 주셨습니다.

글꼴 제작자가 추천한 한글 글꼴은 어떤 것이 있을지, 지금부터 저와 함께 살펴보시지요. 아래 글꼴 미리보기 그림을 누르면 내려받기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네이버 ‘나눔고딕’, ‘나눔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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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글꼴의 대표 주자라고 할 만하죠. 네이버 ‘나눔고딕‘은 유일하게 2번 추천표를 받았습니다. 윤디자인의 이정은 대리는 나눔고딕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고딕체 글꼴에 굴림체 인상을 더해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냈다고 평했습니다.

“나눔고딕은 기존 굴림체에 현대적 미감을 적용한 새로운 고딕체입니다. 전체적으로 굴림을 줘 친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또 ‘ㅈ’을 3획이 아닌 2획으로 그려 손글씨 느낌이 나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나눔고딕은 6년 만에 여러 곳에서 폭넓게 쓰여 이제 고딕을 얘기하며 나눔고딕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박기업 한양정보통신 이사는 나눔고딕과 나눔명조가 “한글의 모든 글리프를 포함하는 폰트셋을 기반으로 기존 명조와 고딕의 느낌을 새로운 관점에서 디자인한 완성도 높은 글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품이 많이 드는 힌팅 기술을 적용해 온라인 사용자가 글꼴을 사용하기 좋게 만든 점을 들며 이 글꼴을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윤디자인 ‘윤고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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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현 폰트릭스 팀장은 윤디자인연구소 ‘윤고딕’과 산돌커뮤니케이션 ‘광수체’를 추천했습니다. 윤고딕은 디자이너 사이에 널리 쓰이는 글꼴계의 ‘수학의 정석’ 같은 글골이죠. 윤 팀장은 윤고딕이 기본에 충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고딕은 기본에 충실한 본문용 서체로 20여년간 다양한 시리즈를 내놓으며 발전해왔습니다. 이런 모습은 디자이너로서 본받을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지소프트 ‘SM명조’ 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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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업 한양정보통신 이사는 기본에 충실하다며 SM명조 3종(SM신명조, SM신신명조, SM신신신명조)을 추천했습니다.

“SM명조는 명조 본래의 형태를 가장 잘 반영한 서체입니다. 1세대 한글 글꼴 디자이너 최정호의 명조체를 본 따 윈도우 환경에 가장 충실하게 디지털화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가 SM명조만 고집할 정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어 이를 추천합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네오고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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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락 폰트릭스 실장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만든 ‘네오고딕’을 꼽았습니다. 현대적인 고딕 글꼴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널리 쓰이는 ‘헬베티카(Helvetica)’의 느낌을 한글로 구현한 서체입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한 인상이 특징입니다.

박용락 실장은 “제작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됐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광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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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의 역할은 글의 내용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때로는 글자 모양만으로 글의 성격이나 저자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요. 윤재현 폰트릭스 팀장은 “캐릭터의 특징을 잘 담았다”라며 광수체를 추천했습니다.

‘광수체’는 만화 ‘광수 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씨의 손글씨를 산돌커뮤니케이션이 컴퓨터 글꼴로 만든 겁니다. 광수체로 써진 글자만 봐도 광수 생각이 떠오를 만큼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는 게 윤 팀장의 평가입니다.

윤재현 팀장은 “광수체를 보고 글자 모듈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자 모듈은 글꼴 제작자가 글꼴을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뼈대 글자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 ‘가’를 모듈로 만들어 두면 모음만 바꿔 ‘갸거겨기’를 만들고 쌍자음 ‘ㄲ’을 만들어 ‘까꺄꺼껴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광수체는 모듈을 적절히 활용해 개성을 통일성 있게 표현하면서도 적절히 변주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냈다는 얘기지요.

휴먼컴퓨터 ‘휴먼편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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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편지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를 설치하면 함께 깔리기 때문에 많이 보셨을 서체입니다. 저작권자인 휴먼컴퓨터가 사라진 뒤에 저작권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료 글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박기업 한양정보통신 이사가 손글씨 느낌을 살린 초기 한글 글꼴 휴먼편지체를 추천했습니다.

“휴먼편지체는 대다수 글꼴이 본문과 제목 중심이었던 90년대에 처음 손글씨 느낌을 살린 글꼴입니다. 편지를 많이 써봤던 세대에겐 정감과 추억이 묻어나는 서체지요.”

타이포디자인연구소 ‘홍익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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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업 이사는 잘 읽히는 제목용 글꼴로 타이포디자인연구소가 만든 ‘홍익인간’ 서체를 추천했습니다.

“홍익인간체는 자소를 네모틀 구조에 맞춰 넣은 듯한 정직하고 깔끔한 글꼴입니다. 속 공간이 넓고 탄탄하며 안정적이어서 명확하게 읽히는 제목용 글꼴이지요. 기존 제목용 글꼴을 재해석해 디자인에 적용한 점이 인상 깊습니다.”

윤디자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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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와 싸이월드를 휩쓸었던 윤디자인의 손글씨 글꼴 ‘봄날’도 추천 목록에 올랐습니다. 박용락 폰트릭스 실장은 “봄날은 기존에 많이 나와 있던 손글씨 서체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서체”라며 “작가의 필력을 잘 살려 느낌 있게 만들어졌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안삼열 ‘안삼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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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삼열체는 가로획과 세로획 굵기 차이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제목용 글꼴입니다. 영문 서체 ‘보도니'(Bodoni)를 한글로 옮겨온 모양새입니다. 2013년 TDC Annual Awards 활자체 디자인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정은 윤디자인연구소 대리는 “영문 서체 중 보도니를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가로 획과 세로 획의 대비를 강조한 안삼열체는 한글의 보도니 버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미려하고 아름답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산돌커뮤니케이션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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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대리는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만든 ‘제비’ 글꼴도 추천했습니다.

“부드러운 명조체의 뼈대를 갖고 있으나 획을 직선적이고 절도 있게 마무리해 굉장히 남성적입니다. 깍듯하고 예의 바르며 ‘제비의 부리’를 연상시키는 단단함이 매력적인 서체입니다.”

류양희 ‘고운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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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한글’은 방일영문화재단이 후원한 ‘제3회 한글꼴창작지원금제도’의 지원을 받아 류양희 디자이너가 만든 글꼴입니다. 궁서체와 바탕체 중간 느낌으로 본문용으로 쓰기 좋은 단정한 글꼴입니다.

이정은 윤디자인연구소 대리는 “고운한글이 타깃이 명확히 보이는 서체”라고 평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간행물에 쓰이려고 만들어진 글꼴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이나 잡지에 고운바탕이 쓰인 걸 보니 매우 편안하고 단정하면서 착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운돋움은 바탕과 같은 뼈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손맛이 느껴져서인지 ‘돋움인듯 돋움 아닌 돋움 같은’ 묘한 느낌입니다.”

폰트릭스 ‘Rix오늘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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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릭스가 만든 ‘Rix오늘의만화’는 모든 획을 곡선으로 표현해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복고풍 글꼴입니다.

박진경 산돌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대다수 복고 서체는 주목성이 강해 본문에 쓰기에는 부담스러운데 오늘의만화체는 본문용으로 써도 잘 읽힌다”라며 이 글꼴을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활자공간 ‘바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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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체’는 옛 한글에서 영감을 받은 개성 강한 글꼴입니다. 바탕체를 뼈대로 점과 획 등 요소는 궁서체의 붓글씨 표현을 빌려왔습니다. 제작사 활자공간은 한글 글꼴 제작자가 노력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조달했습니다.

박진경 산돌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바람체는 세로쓰기 형식으로 어미, 장식 문양, 태극 음양, 64괘도 등이 특수문자에 포함돼 한국의 예스러움이 느껴진다”라며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제작해 의미 있는 폰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폰트뱅크 ‘광익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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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익체’는 한자 글꼴입니다. 글꼴 제작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는 한자 글꼴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요. 원광대 서예·문자예술학과 김수천 교수가 광익체 밑그림을 그려 완성도 높은 한자 글꼴을 만들어냈습니다.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름에 걸맞게 공익적인 목적이나 비영리적인 용도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진경 산돌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광익체는 금문과 예서 기법으로 자유롭게 쓰여진 한자 서체”라며 “원광대 김수천 교수가 직접 원도를 제작해 한자 폰트의 발전을 보여줬다”라고 평했습니다.

용어 설명

  • 글리프(Glyph) = 윤곽선 글꼴에서 글자 하나의 모양을 표현하는 기본 단위다. 눈에 보이는 모양 한가지를 글리프 한개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할 때 괄호’( )’의 모양이 달라진다. 그래서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는 각가 한 글자 안에 글리프 2개를 포함해야 한다.
  • 폰트 세트(Font set) = 인상이 비슷하거나 서로 대체해서 쓸 수 있는 글꼴 묶음을 일컫는 말이다. 같은 글꼴이라도 굵기에 따라 글꼴 여러개를 한번에 묶어둘 수도 있다.
  • 힌팅(Hinting) = 벡터 그래픽 방식처럼 글꼴을 구현하는 윤곽선 글꼴을 비트맵 방식인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화면에 뿌릴 때 몇가지 ‘힌트(hint)’를 더해 출력 결과를 향상시키는 기법이다. 윤곽선 글꼴은 글자 크기가 클수록 원래 글자 모양을 잘 구현하지만, 작은 글자에서는 원래 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외곽선 글자를 작게 쓰면 가로·세로 획이 사라지는 문제도 나타난다. 또 글자의 돌기(serif)가 없어지거나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곽선 글꼴에 일일이 힌트 정보를 추가해 작은 글자에도 원래 글꼴 모양에 가까운 모습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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