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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들마저 ‘사이버 망명’시킬 텐가

2014.10.20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정부 검열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사이버 망명’이 번지고 있다. ‘망명’은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몸을 옮기는 것을 말한다. 사이버 망명은 ‘망명’의 본 뜻보다 더 나아가긴 했지만, 국민 일부는 사이버상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박해의 위험이 없는 곳으로 사이버 거처를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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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업 창업주가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화내야 할 첫 대상은 카카오가 아닐 수도 있다. 카카오는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다음카카오의 사과문 공지나 경영자들의 태도는 화를 키우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들면 ‘이민’을 가라거나, ‘비겁한 중생’들이라고 비하하거나, 급기야는 카카오톡 사용자 모두를 대상으로 ‘소’를 떠올리게 하는 ‘외양간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신주 발행 시기와 절묘한 타이밍에 기자회견을 열어 ‘실시간 감청 불응’이라는 초강수까지 두는 듯했지만, 카카오톡상의 ‘간첩접선’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이러한 다음카카오 측의 일련의 과정을 국민들이 액면 그대로 볼 리 없다. 최고의 성공한 엘리트를 자처하는 이 회사 경영진들의 대응은 국민 모두를 ‘호갱’으로 보는 현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혹시 정부와 카카오 측이 ‘대화합’ 거래 뒤 상호 막가파식 행보들을 연출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다.

정부는 철퇴를 내리고, 철퇴를 맞은 다음카카오의 임직원들은 처음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만한 태도의 대응을 보이더니, 돌연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논란을 가중시키는 형국은 석연치 않다. 4천만이 넘는 카카오톡 이용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는 일련의 행위들은 정상적이어 보이지 않으니, 사이버 망명객들의 행렬이 오늘도 줄을 잇고 있는 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창조경제’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자고 공언을 해왔다. 그런데 대통령은 ‘창조’적일지 몰라도, 현 정부의 관료들은 모두 창조에서 멀어지는 정책과 규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다음카카오를 더 키우고 발전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내도 시원치 않은 시점에 사이버 사찰이 웬 말인가?

어쩌면 카카오 사태와 사이버 망명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창조경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발의된 ‘4대 중독법’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일명 ‘게임중독법’이라고도 불리우는데, 2013년 4월30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을 필두로 한 14인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이 중독업에는 도박, 마약, 알콜 그리고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한데 묶어 ‘콘트롤타워’를 두고 통합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 중의 하나는 4대 중독법의 원안은 도박, 마약, 알콜과 ‘인터넷’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징후가 자주 드러나는데,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측에서 제시하는 중독 관련 자료들의 대부분이 ‘게임중독’의 수치는 오간데 없고, ‘인터넷 중독’의 수치들 일색이니 말이다. 결국 인터넷에 재갈을 물려 국민 여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애먼 ‘게임’쪽으로 불똥이 튄 형국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포함하는 4대 중독법이 철회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가 바로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며, ‘게임’을 포함한 중독법이 시행되면 지금 야단법석인 카카오톡이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중독물질의 멍에를 짊어지게 될 판이다.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다. 카카오톡은 국내 게임산업의 아주 중요한 퍼블리싱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무료 문자만을 주고받는 이들의 사이버 망명이 아니다. ‘카카오 왕국’이 쓰러지면 인터넷 서비스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이 심각히 위협받게 되고, 단지 사이버 망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실세계에서의 인터넷서비스 관련 개발자들, 특히 게임 개발자들의 대규모 이민사태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개중에는 외국산 대체 메신저로 이동하는 미봉책을 제시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어부지리로 누가 득을 보게 될까?

벌써부터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인’들의 망명은 간간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천년대 초반, 그러니까 10년전 전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도 이미 국내의 이러저러한 규제로 줄도산한 게임회사 경영자들은 재기를 꿈꾸며, 그리고 핵심개발자들은 궁여지책으로 망명을 시작했다. 한국은 규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온라인게임 한류 바람’이 불면서 중국을 위시해 아시아 곳곳으로 대한민국의 게임개발자들은 큰 몸값을 제시받으면서 한국을 등지기 시작했다. 2006년 전후에 게임인들의 망명은 훨씬 더 심각했다. 안이하고 무책임한 정부 위정자들의 책임방기로 사회적 문제가 극에 달해서 결국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초토화됐다.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일부 게임인들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당시 초기 망명은 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혹은 특정분야 기술의 효용성에 기인한 선택적 망명이었다. 그럼에도 그 여파는 너무도 거세어서, 관련 기업들의 줄도산을 일으키고 일부는 세상과 연을 끊기까지도 했다. 후일을 기약하며 망명길에 오른 게임인들은 국내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핵심 개발자도 상당수 있었다. 국내 게임산업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온라인게임의 핵심개발자들이 한국을 등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떠났던 망명은 대개 안 좋은 소식으로 돌아온다. 핵심기술만 털리고 ‘팽’당했다느니, 지금은 음식점으로 근근이 살아간다느니, 전혀 다른 일을 한다느니 말이다. 등 떠밀리다시피 떠난 망명자들이 다시 자기 전공영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이버 망명이 심각한 이유는 ‘광범위성’과 ‘일시성’에 있다. 게임산업을 포함해 인터넷 서비스 업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이버 망명이 순식간에 사용자 급감과 핵심 개발자 이탈에 따른 대량 실직이라는 대규모 엑소더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일자리도 부족하고 경기불황에 힘겨운 시기다. 지칠대로 지친 한국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줘도 모자랄 판이다. 새롭게 출범한 ‘다음카카오’호가 좌초될까 염려되고, 대한민국 국민 플랫폼 ‘카카오’ 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질까 걱정이다.

그야말로 ‘창조’적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좌충우돌 ‘정쟁’과 분열에 골몰하는 동안, 중국의 자본은 국내 게임시장을 송두리째 삼키기 시작하더니 일부 중국 언론에선 벌써부터 ‘한국개발자들의 중국 게임 베끼기’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낼 정도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알리바바 시가 총액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아 세계 전자상거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이버 망명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국에서 창조경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 지금이라도 다음카카오와 정부는 석고대죄의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더 이상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조속히 범국민적 정서를 헤아리면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창조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서슬퍼런 권력의 칼을 거두고, 국민들과 진심을 담은 소통과 그에 따른 ‘실천’에 매진해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조직 내에 번져있는 ‘대마불사’의 진부한 경구의 안일과 오만함을 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을 제대로 섬겨야 한다.

지금의 사이버 망명이 유신시대의 망령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일까?

prof_kim_150김정태_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초등학교 시절부터 ‘갤럭시안’을 유난히 좋아해 학창시절 내내 거의 매일 오락실에 들락거렸다. 대학 때 인디게임 회사를 설립한 경험을 살려 대기업에서 게임제작과 인큐베이팅, 퍼블리싱을 담당하기도 했다. 게임개발사, 게임미디어, 게임아카데미, G스타 게임 전시회, 미국 현지 게임사·게임학과 등의 조직 세팅과 운영도 해왔다. 지금은 학생을 지도하며 ‘게이미피케이션·게임예술 운동’을 전개 중이다. 게임인연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roups/game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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