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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미니3’ 가격 정책에 숨은 애플의 속내

2014.10.21

‘아이패드미니3’가 논란이다. 이전 세대 제품과 거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제품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경우도 흔치 않다.

지난 10월16일(미국시간), 애플은 신제품들을 내놓았다. 애플이 내세운 주인공은 ‘아이맥’이었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아이패드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본 것 같다. 애플은 기존 아이패드에어를 더 얇게 만들면서도 배터리 이용 시간을 유지하고 성능은 더 높인 새 ‘아이패드에어2’를 발표했다. 이 제품에는 지문 인식 기술인 터치아이디를 넣고 카메라 성능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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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 프로세서인 A8X칩은 지난해 아이패드에 들어간 A7칩에 비해 CPU 성능은 30%, 그래픽 성능은 2배 가량 높아졌다. 정확한 비교 수치는 아직 없지만 A8X는 아이폰에 들어간 A8 프로세서에 비해서도 더 나은 성능을 내는 고성능 칩이다. 애플은 대체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프로세서를 달리해 성능에 차이를 두어 왔다. 이번 아이패드에어2도 가장 진화된 아이패드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아이패드미니는 그 혜택을 거의 입지 못했다. 지난해 나왔던 ‘아이패드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이름을 ‘아이패드미니2’로 바꾸면서 새 제품은 ‘3’라는 숫자를 붙였는데 그에 비해 달라진 점은 지문 인식인 터치아이디 센서 뿐이다. 아직 출시 전이기에 완전히 같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이패드미니3는 현재 나온 자료로 보면 A7 프로세서를 비롯해 크기, 무게, 디자인 모든 것이 아이패드미니2와 똑같다. 터치아이디가 주는 편리함과 안전성을 비하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그것밖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결국 키노트에서도 아이패드미니3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나마 이용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색 표현력이 개선될까 정도다.

아이패드미니는 왜 이렇게 나온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보자. 먼저 제품의 위치다. 애플도 7.9인치 화면을 두고 몇년째 고민을 하는 듯하다. 첫해에는 확실히 9.7인치와 성능 차이를 두었다. 해상도, 성능 모든 면에서 ‘미니’지만 그 제품이 인기 있었던 것은 작은 크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아이패드에어가 나오면서 9.7인치도 충분히 휴대성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미니에 대한 인기도 높았다. 프로세서에 약간 차이가 있긴 했지만 결국 두 제품의 차이는 화면 크기라고 봐도 될 정도로 대등하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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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애플이 낸 결론은 첫해의 정책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5.5인치의 ‘아이폰6+’와 간섭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5.5인치가 크다고 해도 4대3 비율의 7.9인치 화면과 비교하면 분명 차이가 있다. 사실 간섭 현상을 놓고 보자면 100달러 비싼 아이패드에어가 더 신경 쓰일 수도 있다. 덕분에 아이패드미니2는 1년이 지났지만 낡은 기기가 되지 않았다.

물론 A7칩의 성능은 아직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세대를 넘어가면서도 성능이 제자리걸음을 했던 적이 별로 없고, 기술적으로 프로세서를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어쨌든 애플은 아이패드에어와 미니의 간격을 이 정도에서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격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화보다 미화가 비교가 더 쉬워서 미화 기준으로 설명한다. 애플은 16GB 기준 399달러에 팔던 아이패드미니2를 100달러 내려 299달러에 팔기로 했다. 물론 아이패드미니3가 399달러다. 이건 사실상 아이패드미니3보다 아이패드미니2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다. 터치아이디가 편리하다고 해도 100달러 차이를 덮을 정도는 아니다. 대신 아이패드미니로 저가 태블릿 시장을 확실히 잡겠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사실상 아이패드의 가격을 내리는 명분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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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미니2는 32GB도 349달러다. 1세대는 값을 더 내려서, 16GB가 249달러다. 아예 200~300달러대 태블릿 시장에 아이패드를 공격적으로 들이미는 것이다. 가장 고성능 제품은 여전히 499달러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물론 저장공간 16GB 제품이 229달러에서 시작하는 ‘넥서스7’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싼 편이지만 구글이 새로 발표한 ‘넥서스9’는 16GB가 399달러에서 시작하고 32GB는 479달러다. 두 플랫폼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애플로서는 가격을 공격적으로 내려서 팔 수 있는 명분을 갖되, 지난 세대 제품 구매자들의 원성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은 내년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대로라면 내년에는 신형 아이패드미니에 A8X 프로세서가 쓰이고 현재 아이패드미니3가 미니2의 자리를 대체한다. 그렇게 되면 A7 프로세서는 3년째 시장에 머물기 때문에 올해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장기적으로 커다란 아이폰와 작은 태블릿을 적절하게 섞을 가능성도 나오는 이유다.

이런 복잡한 전략은 아이패드 뿐 아니라 이전에 아이폰에서도 썼던 전략이다. 별도로 저가 모델을 만들기보다 기존 제품 가격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으로 제품을 다르게 포장한다. 아이패드미니를 기다렸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올해 아이패드미니2는 아이패드에어3보다 더 공격적으로 시장에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교육용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미니의 가격 인하가 끼칠 영향은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플은 아직도 아이패드미니를 실험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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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