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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정보 사이…뉴스도 게임처럼 즐길 수 있을까

2014.10.29

블로터 오픈스쿨은 블로터 독자들과 기자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디지털 시대를 다층적으로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애초 오픈스쿨은 블로터 내부 행사로 시작됐습니다.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으며 기자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 행사를 앞으로는 독자들에게도 개방하려고 합니다. 전문가의 강연을 함께 듣고, 독자와 기자가 함께 소통하면서 배워가는 자리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게임은 오락의 보편적 형태로 일반적으로 기분 전환이나 유흥을 위한 제반 활동이 포함되며 흔히 경쟁이나 시합을 수반한다.” (브리태니커 세계백과사전)

20세기의 문화사상가인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루덴스>에서 인간의 본성적 특징은 사유나 노동이 아니라 ‘놀이’라고 봤다. 그는 인류의 문화를 만든 건 놀이라고 주장한다. 호이징가에 따르면 인간은 본성적으로 유희를 추구한다.

△ 고양이도 좋아하는 게임 (사진 : 플리커, CC BY-SA 2.0)

△ 고양이도 좋아하는 게임 (사진 : 플리커, CC BY-SA 2.0)

뉴스는 놀이의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의 뉴스는 재미있기보단 진지하기 때문이다. 뉴스에 게임의 요소를 더해 뉴스 콘텐츠를 흥미롭게 전달할 수는 없을까. 지난 10월27일 ‘블로터 오픈스쿨’에서 ‘미디어와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오픈스쿨은 정진영 SK UX HCI랩 프로그램 디렉터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나온 얘기들을 정진영 프로그램 디렉터의 발제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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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SK UX HCI 랩 프로그램 디렉터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은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와 게임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피드백 사이클과 명확한 목표와 게임의 룰, 그럴듯한 스토리, 쉽지는 않지만 달성할 수 있는 임무가 있어야 한다.

game(게임) + ification(-化하기) = Gamification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미 하나의 마케팅 도구로 다양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트너는 2014년까지 전세계 기업들 2천곳 가운데 70% 이상이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된 서비스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포스퀘어와 나이키+, 코카콜라 발렌타인데이 캠페인, 계단을 소리가 나는 피아노로 만든 스웨덴의 지하철역 등이 있다.

나이키+는 운동에 게임 요소를 결합시켜 운동의 재미를 더해준다. 운동화에 나이키플러스 센서를 달고 활동하면 운동량이나 운동 경로, 이용자의 칼로리 소모량 등의 데이터가 아이폰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의 기록에 대한 통계를 내 신기록을 달성해나갈 때마다 축하 음성 메시지와 트로피 같은 보상이 주어진다.

또한 나이키+에는 같이 뛰는 재미가 있다. ‘챌린지모드’는 친구와 거리나 횟수 등을 정해 놓고 겨룰 수 있게 한다. 남성과 여성이나 국가별 대결 등 다양한 챌린지가 있어 운동을 하게 한다. 또한 카카오톡 게임하기에서 친구와 나의 게임 점수를 나열해 보여주는 것처럼 지인과 나이키플러스 친구맺기를 하면 운동한 거리와 횟수 등이 순위로 표시된다.

☞ 나이키+ 남성 vs 여성 동영상 바로보기

게이미피케이션만 하면 만사형통인가

나이키+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뉴스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정진영 디렉터는 나이키+와 뉴스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나이키+은 목적이 운동이다. 운동은 하면 좋은 것이고, 하다보면 재미있고 유익하며 꾸준히 하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뉴스는 좋기는 하지만 필수는 아니며 재미있다고 유익한건 아니다. 또 필요할 때만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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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핑턴포스트 배지

많은 뉴스 매체들이 이미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정진영 디렉터는 “그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건 랭킹이나 배지와 같은 형태”라며 “허핑턴포스트가 초반에 성장했던 배경에는 배지 시스템이 있다”라고 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10년 배지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네트워커와 슈퍼유저, 모더레이터로 나뉜다. 팬이 많으면 네트워커, 댓글을 달거나 SNS에 공유를 많이 하면 슈퍼유저, 댓글 신고 등 자정 기능을 하면 모더레이터 배지를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배지와 같은 보상 방식도 한계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허핑턴포스트>도 배지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있지 않다. 정 디렉터는 “허핑턴포스트에서 배지 관련 FAQ 페이지 자체도 없어져 버렸다”라며 “사람들이 처음에는 배지를 다는 걸 좋아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포스퀘어 때문에 배지에 대한 환상이 많이 생기는 거 같은데 포스퀘어도 굉장히 안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디렉터는 게이미피케이션이 게임 요소를 무조건 쌓아놓거나 너무 쉽게 만든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디렉터는 또한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효과가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 콘텐츠 자체가 의미 있어야 하며 거기에 사탕발림을 한다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포스퀘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에게 영역표시하고 싶은 성향이 원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 콘텐츠를 아무리 재미있게 포장한다 해도 핵심 콘텐츠가 없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정진영 디렉터는 “돈과 같은 외적 동기부여 방법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가장 마지막에 취해야 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뉴스를 보면 자전거를 준다거나 포인트를 주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봤을 땐 효과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지금 여기서 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들, 뭐가 있을까

정진영 디렉터가 보는 성공의 기준은 둘이다.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는가?“와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나?“이다. 즉 트래픽을 상승시키면서 독자에게 정보 전달과 생각 전환이 일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흥미로운 콘텐츠라고 해서 유익한 콘텐츠는 아니다“라며 ”의미가 연결이 돼야 게이미피케이션이 통한다“라고 말했다.

정진영 디렉터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로 <와이어드>가 2009년 발행한 게임 기사 ‘해적 자본주의 : 게임’을 들었다. 이 기사는 게임으로 표현돼 있다. 독자들은 게임을 하며 배를 납치하고 몸값을 협상하며 소말리아 해적의 경제학적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기만 한 콘텐츠가 아닌 셈이다.

그는 크라우드소싱 저널리즘을 구현한 <가디언>의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 2009년 <가디언>은 영국 정부의 예산 지출 청구서 45만8천여건을 모두 공개하고 독자들에게 분석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독자 2만7천여명이 참여했고 청구서 22만여건에서 각종 비리를 찾아내 기사를 함께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도 최근 뉴스콘텐츠를 흥미롭게 전달하려는 시도는 이뤄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인터랙티브한 대문이나 <블로터>의 퀴즈 기사, <중앙선데이>의 뉴스맵, <조선일보>의 ‘기자에게 물어보세요’ 코너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답으로 꼽을만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 뉴스미디어와 게이미피케이션 발표 자료

블로터 퀴즈 기사 (정진영 디렉터 뉴스미디어와 게이미피케이션 발표 자료)

정진영 디렉터는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전체가 실력이 높아지면 거기서 경쟁을 하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다 보니 자극적으로 경쟁을 하게 된다”라며 “이것(게이미피케이션)이 전체적인 미디어의 실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Words are crap. We should all shut up and make stuff. (말은 똥이야. 우린 그냥 닥치고 쩌는 걸 만들면 돼.)”

– 2010년 2월 다이스(DICE) 컨퍼런스에서  제시 셸(Jesse Schell) 카네기 멜론 대학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센터 교수

☞  제시 셸 교수 강연 동영상 바로보기

hyeming@bloter.net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e메일 : hyem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