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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변호사가 꼽은 ‘스타트업 생존 수칙’ 7가지

2014.10.29

“’빨리 실패하라(fail fast)’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저는 달리 말해요. ‘빨리 빠져나오라(quiting quickly)’라고요. 실패라는 건 돈 다 잃고 바닥을 치는 거잖아요. 그러기 전에 빨리 방향을 바꿔야죠. ‘빨리 빠져나온다’는 건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겁니다. 안 될 것 같으면 얼른 하던 일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라는 거죠.”

패트릭 정 변호사가 ‘글로벌 K-스타트업‘ 6개 해외진출팀에 전한 말입니다. 의사결정을 재빨리 하라는 얘기죠. 결단을 못 내리고 머뭇거리다가 남은 자원까지 소모해버리지 말라고 패트릭 정 변호사는 충고했습니다.

패트릭 정 변호사·낙셔리캐피탈 매니징 디렉터

▲패트릭 정 변호사·낙셔리캐피탈 매니징 디렉터

글로벌 K-스타트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진흥원(KISA), 구글 등 IT기업이 손잡고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10월26일(현지시각)부터 해외 진출 지원팀으로 꼽힌 6개 팀은 스타트업의 천국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은 10월27일 오전 팔로알토시 ‘윌슨 선시니 굿리치 앤 로새티(아래는 윌슨선시니)’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윌슨선시니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입니다. 패트릭 정 변호사는 벤처투자회사(VC) 낙셔리캐피탈에서 매니징 디렉터로 일합니다. 윌슨선시니 소속 한스 김 변호사도 함께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그들이 한국 스타트업에게 미국에서 살아남는 7가지 비결을 전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변호사가 전수한 ‘미국 시장 생존 수칙’을 공유합니다.

1. 배가 기울면 빨리 탈출하라.

글 머리에 인용한 내용입니다. 사업이 안 풀릴 때는 재빨리 방향을 전환(pivioting)하라는 조언입니다. 반대로 어떤 사업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재빨리 덤비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린스타트업’이나 ‘그로스해킹’, ‘애자일 개발’ 등도 같은 맥락이지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말입니다.

2. 인맥이 날 살린다. 네트워크를 만들라.

“실리콘밸리에서 살아가려면 네트워크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스탠포드대를 나오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라클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도 않았죠. 그러니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합니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패트릭 정 변호사는 실리콘밸리 생태계도 인맥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은 연결돼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탠포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명문 대학과 구글, 야후 같은 IT기업이 있습니다. 회사가 이럴진데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패트릭 정 변호사는 “실리콘밸리는 노동환경이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인원감축도 잦다”라며 “해고당했을 때 당신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는 사람은 함께 일했던 동료”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IT 기업 관계도 (출처 : 로이터통신)

▲미국 IT 기업 관계도 (출처 : 로이터통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도 한국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친구나 동료 가운데 실리콘밸리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여섯다리만 건너면 전세계 사람이 다 아는 사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친구의 친구 중에서도 잘 찾아보면 하버드나 스탠포드를 졸업한 사람, 아니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다니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얘기죠. 그러니 건너건너 인맥이라도 열심히 찾아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소개받은 약한 인맥과도 가볍게 만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패트릭 정 변호사는 강조했습니다. 밋업(meet-up) 같은 행사에 가서 다른 참가자와 친해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3. 드림팀을 만들어라. 투자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이 받는다.

윌슨선시니 소속 한스 김 변호사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사람이 투자받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람에게 투자하면 거기 모든 게 따라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사업 방향을 바꿉니다. 처음에는 맥 유틸리티를 만들다가 맥 판매량이 줄어드니 게임회사로 탈바꿈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업 전환을 하려면 거기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한 팀이 갖춰져야 합니다.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하죠.”

패트릭 정 변호사는 VC가 사람에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실 VC도 무엇이 성공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믿음직한 사람을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VC가 하는 일은 투자할 돈을 분산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신이 아닌 VC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겠습니까. 미래는 알 수 없죠. 그래도 1년에 큰 이익을 돌려줄 회사를 15개 정도는 찾아야 합니다. […] 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답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VC가 베스트 팀을 찾는 이유가 이겁니다. 팀이 잘 갖춰지면 그 사람들이 베스트 초이스를 한다고 믿는 거죠.”

4. 겸손하지 말라.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1년에 스타트업 4천개가 생기는데 이 가운데 투자받을 만한 곳은 200개뿐이고, 그 중에서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만한 곳은 15개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투자를 받으려면 굉장히 뛰어나야 합니다. 겸손한 태도는 필요 없습니다. 2분 동안 왜 우리가 굉장한지 설명해야 합니다. 굉장하지 않으면 그런 척이라도 해야죠. 눈에 띄지 않으면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습니다.”

패트릭 정 변호사는 VC에게 투자를 받으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SK텔레콤벤처스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배운 교훈을 공유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2008년 SK텔레콤에서 투자금 1억달러를 받아 4년 반 동안 16개 기업에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투자한 회사 가운데 6곳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해 높은 수익율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그가 한 달 동안 만나는 기업은 50~100개에 달했다고요. 눈에 띄지 않으면 묻힐 수밖에 없는 숫자입니다.

5.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라.

VC는 바쁩니다. 한 달에도 수십개 기업을 만나야 하죠. 그러니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난 시간에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죠. 패트릭 정 변호사는 짧은 시간에 회사를 소개하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투자자를 만나면 10초 안에 아이디어를 설명해야 한다는 말도 있죠. 슬라이드 2장 만으로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한 게임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발표하는데 55분 동안 학교 생활이나 지금까지 경력을 얘기하더군요. 기업에 관한 얘기는 마지막 5분뿐이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1시간 동안이나 떠들었는데 투자자가 앉아서 들어준 거지 대부분의 경우엔 여러분에게 시간을 1시간이나 쓰지 않습니다.”

6. 내부 데이터를 공유하라.

패트릭 정 변호사는 투자자에게 데이터를 공유하는데 인색하지 말라는 충고도 전했습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데이터 포인트를 투자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데이터 2가지를 합하면 재밌는 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혹시 데이터가 실질적인 결과를 창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분이 영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으니 데이터를 공유하는 걸 주저하지 마세요.”

한스 김 변호사는 VC 앞에 서면 자기 얘기에 집중하라고 덧붙였습니다. “VC는 피칭을 많이 듣습니다. 시장 데이터는 VC 손에 이미 다 들어 있습니다. 이런 일반적인 데이터는 알려줄 필요가 없지요. 그게 아니라 여러분 회사만 갖고 있는 데이터를 알려주세요.”

윌슨 선시니 굿리치 앤 로새티티 소속 한스 E. 김 변호사

▲윌슨 선시니 굿리치 앤 로새티티 소속 한스 E. 김 변호사

7. 고객 가까이 있어라.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세계 시장에 들어오세요. 시장이 여러분의 진출을 기다리진 않을 겁니다. 한국 회사는 ‘한국에서 잘 되는 게 미국에선 왜 안 되냐’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한 회사가 되려면 한국적인 사고를 버리고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고객 가까이 머무르세요.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최소한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은 미국에 있어야 합니다.”

패트릭 정 변호사는 에버노트를 예로 들었습니다. 2010년, 일본에선 잘 나가던 에버노트가 한국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그 이유가 한국 고객 서비스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니 일본에서 적당히 하면 되겠지 하고 에버노트가 자만했다는 거죠. 패트릭 정 변호사는 에버노트가 한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나서야 한국 시장을 이해하고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변호사가 꼽은 ‘스타트업 생존 수칙’

1. 배가 기울면 빨리 탈출하라
2. 인맥이 날 살린다. 네트워크를 만들라
3. 드림팀을 만들어라. 투자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이 받는다
4. 겸손하지 말라.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5.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라
6. 내부 데이터를 공유하라
7. 고객 가까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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