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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표, 거저 먹는 줄 아셨나요?”

2014.11.03

“정부가 돈 준다고 다른 정부 돈 없나 기웃거리는 기생충 같은 생각으로 사업하면 안 됩니다. 제일 먼저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겁니다. 제가 사업할 때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정말 훌륭한 학교 박사 학위까지 받고서 국책 프로젝트만 따러 다니는 사람이에요. 장비 빵빵하게 준비해놓고도 골프치고 놀러나 다니는 사람도 밉고, 그런 사람을 용인하는 정부도 미워요.”

송영길 제로데스크톱 대표가 10월31일 코트라 실리콘밸리 지사를 찾은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단에게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송영길 제로데스크톱 대표가 10월31일 코트라 실리콘밸리 지사를 찾은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단에게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송영길 제로데스크톱 대표는 실리콘밸리를 찾은 한국 스타트업에 쓴소리부터 던졌다.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팀으로 꼽힌 스타트업 6곳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자리 잡은 선배 한국인 기업가의 노하우를 들으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 IT비즈니스센터를 찾은 10월31일 오전(현지시각)이었다.

글로벌 K-스타트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진흥원(KISA), 구글 등 IT기업이 손잡고 한국 스타트업이 국제 무대로 진출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송영길 대표는 이런 안락한 환경 안에 머물지 말라고 후배 스타트업 대표들을 채찍질했다. 송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가장 먼저 조직원을 배려하는 도덕성을 꼽았다.

“여러분은 국민의 힘을 얻어타고 있어요. 성공해야 합니다. 동료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얼마나 주고 월급을 얼마나 주든간에 그 사람의 젊은 시절을 빌려 쓰고 있어요. 여러분은 사업이 실패하면 ‘안 됐네’ 하고 말 수 있지만, 그 사람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는데도 여러분 때문에 희생당하는 겁니다. 내일 회사가 망하더라도 직원들에게 미안한 게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다 하세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가 오늘 해줄 수 있는 일이라도 다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송영길 대표는 삼보컴퓨터에서 일하던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기업가다. 지금껏 5번째 회사를 꾸린 베테랑 창업가다. 1998년 저가 PC 유통회사 이머신즈를 공동창업해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그 이후 의료기기와 가상 컴퓨팅 솔루션 회사 등 기술 분야에서 계속 새 회사를 꾸리며 도전을 이어왔다. 지금은 기업에 가상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하는 엔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 제로데스크톱 두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단이 코트라 실리콘밸리 지사를 방문했다. 실리콘밸리에 먼저 자리잡은 선배 기업가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K-스타트업 해외진출단이 코트라 실리콘밸리 지사를 방문했다. 실리콘밸리에 먼저 자리잡은 선배 기업가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20년 남짓 IT업계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은 후배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송영길 대표는 창업자도 회사를 세웠다는 것 말고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CEO(최고경영자)도 직접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을 잘 하거나 투자금을 잘 끌어오거나 해야죠. 아니면 개발자 출신이어서 제품을 잘 만들도록 개발자를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분이 꽤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코딩의 세계에 빠지거나 파이낸스 세계에 들어가거나 영업을 뛰며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영업은 영업이사 시키고, 개발은 CTO에게 맡기고, 재정은 CFO에게 맡기면 사장은 왜 합니까. 벤처투자사가 들어오면 바로 잘릴 겁니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체력 관리도 잘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공 뒷얘기는 몸으로 때우는 게 많습니다. 나도 미국에 와서 첫 창업했을 때 3~4시간 이상 잔 기억이 없습니다. 결국 여러분 체력과 시간으로 귀결될 겁니다. 일주일 밤새우거나 비행기 몇 번 탔다고 몸이 이상해지면 사장하지 마세요. 사장이 되면 강력한 체력과 과로를 즐길 줄 아는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송영길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는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대화가 되는 건 물론이고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고 좋은 직원을 뽑기 위해서요. 여러분의 한방이 있어야 합니다. 그건 평판에서 나옵니다. 여기저기서 내가 일한 흔적을 보니 한번 맡은 일은 믿음직하게 처리한다고 입소문이 나면 사람을 꾈 수 있습니다. 사장이 된 이유가 단지 나이가 많거나 투자금을 냈다는 것뿐이라면 그냥 한국에서 사업하세요.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인맥을 잘 관리하는 능력도 스타트업 대표에게 꼭 필요하다. 송영길 대표는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맥은 ‘기브앤테이크’입니다. 뭔가 더 깊은 걸 주고받으려면 여러분도 뭔가 줘야 합니다. 줄 게 없다고요? 그걸 찾아내는 게 능력입니다. 내 능력 중에 그 사람이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한국 앱 지역화하려면 내가 번역해준다고 하세요. 아니면 한국에 홍보할 일이 있을 때 내가 리트윗했더니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다고 할 수 있어야죠. 뭔가 노력해서 상대에게 가치를 줘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와 보낸 시간이 낭비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매섭게 후배 기업가를 몰아쳤지만 송영길 대표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송 대표는 “여러분이 가는 길은 고난의 길이지만 열정이 있으면 즐길 수 있다”라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빨리 가서 컴퓨터를 빨리 켜고 싶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니 그것을 믿고 힘을 내라”라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송영길 대표가 꼽은 스타트업 대표가 갖춰야 할 5가지 덕목

  1. 도덕성 : 언제나 조직원에게 최선을 다하라
  2. 생산성 : CEO도 회사에 가치를 기여하라
  3. 체력 :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라
  4. 매력 : 평판 관리로 신뢰를 구축하라
  5. 인맥 : 먼저 상대에게 가치를 제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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