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 강성희 “응답하라, 20대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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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난 안  되는 놈이구나’라고 좌절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분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유효한 경험을 했다고 느끼거든요.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가 되고 싶고, 창업하고 싶어요. 쓰고 싶은 기술 마음껏 쓰고 개발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20대잖아요. 저는 20대에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고 보는데요. 그게 바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 속에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을 개발하고 싶어요.”

새로운 기술을 접해볼까. 작은 기업으로 옮겨볼까. 창업을 해볼까. 이러한 고민이 있는 젊은 개발자가 조언을 받고 싶을 때, 이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강성희 개발자. 1987년생. 이제 28살이다. 보통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하고 막 회사에 입사할 나이일 텐데, 그의 개발경력은 약 10년이다. 물론 남들처럼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한 건 아니다. 스스로를 “대기업에선 선호하지 않는 이력서를 가졌다”라고 표현할 만큼 여기저기 옮겨다녔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개발을 하고 다녔던 사람”이다.

강성희 개발자는 현재 와우인사이트라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만들었다. 이제 막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려 준비 중이다. 이전에도 이런저런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는 게임, 모바일, 그룹웨어 등 여러가지를 개발했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건 ‘응답하라 국회의원’이란 서비스다. 응답하라 국회의원은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만든 웹사이트다. 국회의원에게 청원 e메일을 쉽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을 담고 있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총 9명이 모여 만들었는데, 강성희 개발자는 개발 환경 구축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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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개발자는 고등학교 때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했다. 일본에서 잠시 거주했던 그는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콘솔게임을 자주 접했다. 이를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고 게임 기획에 아이디어를 주곤 했다. 이후 프로그래밍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다 본격적으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병역특례 업체였던 게임회사에 지원했다. 직원 규모가 1천명 정도 되는, 국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게임회사였다. 당시 게임 개발의 꽃이라고 불리우던 MMORPG 게임 개발을 맡았고, 주로 C++를 이용한 개발을 2년 반 정도 했다. 게임회사는 근무 환경이 자유로운 대신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는데, 당시 그가 일한 회사는 상당히 체계적인 환경을 갖췄다고 한다. 강성희 개발자는 “큰 회사에서 일하면서 체계를 배우고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큰 회사에서는 제품에 기술적 도전을 하기 힘들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함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1천명이 넘는 회사에서 일일이 소통하기도 만만찮다. 강성희 개발자는 대체복무 기간이 끝나고 회사를 나왔다. 복학할 것인가, 창업할 것인가. 그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까지 그는 복학하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휴학을 해서 재적된 상태다. 그가 휴학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어서’다.

“부모님도 졸업하길 바라셨죠. 이상하게도 저는 학교가 체질에 안 맞았어요. 지금 프로그래밍할 게 눈앞에 있는데 화학, 생물과 같은 필수과목을 들어야 하는 게 도무지 싫었어요. 물론 그러한 과목이 나중에야 필요할 수 있는데요. 저는 지금 당장 떠오르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코딩으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병역의무도 다했고 개발 경력도 있으니, 곧바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상태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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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희 개발자

갓 20대 넘은 학생이 창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인터넷을 뒤졌다. ‘개인사업자등록을 하라’는 글을 보고 국세청에 바로 등록하고, 관련지식 하나 없지만 일단 창업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가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에 마음이 쏠려, 일단 기존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분석하고 차용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당시는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고 모바일 앱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예를 들어 어떤 앱 평점이 평균 1점이라고 쳐요. 근데 리뷰는 1천개가 넘어요. 이상하지 않나요? 보통 앱이 안 좋으면 지워버리는데, 앱이 별로라는 후기를 굳이 앱스토어까지 들어와서 남겼다는 얘긴데요. 그것도 1천명이 넘는 사람이요. 그런 건 이 앱이 뭔가 큰 강점이 하나 있고, 부족한 점도 하나 있다는 거죠. 그런 앱들만 찾아봤어요. 그리고 그 강점을 배우고 단점은 제가 기술로 메워보자고 생각했죠.”

강성희 개발자는 1년 동안 여러 앱을 분석하고 개발했다. 필요할 때는 디자이너와 동료 프로그래머와 협업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왜 앱이 그러한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도 되고, 개발자가 그 정도밖에 구현할 수 없는지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똑같은 이름의 앱이 탈옥 버전이 있는것도 있었고, 콘텐츠가 중복되는 것도 있었고, 사용자 참여가 많아야지만 유용해지는 앱도 있었다. 이렇게 실패작들을 다시 직접 구현하면서 모바일 앱 기술을 공부했다.

“앱을 만들면서 실제 앱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무엇을 안 좋아하는지도요. 그러면서 앱 하나만 만드는 걸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겠다고 느꼈어요”

이후 그는 루비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개발을 시작한 이후 5년 동안은 C++언어를 활용한 분산처리와 시스템 뒷단을 주로 개발했다.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기능 개발을 주로 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 없는 기능이 성능만 높은 상태로 추가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러한 경험으로 이후 5년 동안은 좀 더 가볍고 성능보다는 생산성에 집중한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게 루비언어다.

“모바일 앱을 공부하다보니 ‘이 공부는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모바일 앱 공부가 저를 좋은 프로그래머로 만들어 줄 것 같진 않았어요. 반대로 루비와 루비온레일즈를 배우면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루비언어는 여러 설정들을 고정시켜놓거든요.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기능만 집중하게 하고 환경설정은 루비가 만들어놓은 ‘관례'(보통 컨벤션이라고 부른다)를 따르라고 하고 있어요. 이때 이 관례를 만든 이유를 보면 웹의 역사를 볼 수 있어요. 과거 개발환경에 자주 맞닥뜨리는 문제 때문에 편하게 해결하고자 특정 관례를 만들어놓은 거였거든요. 그렇게 루비와 루비온레일즈를 공부하면서 웹 기술을 속성으로 공부했죠.”

루비를 접하면서 병행한 게 루비 커뮤니티 운영이다. 실제로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 즐겨 나서는 성격은 아니라고 한다.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만들만큼 적극적인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연한 기회에 페이스북에 만든 루비 커뮤니티는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람들을 모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루비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개발자들은 일단 뭉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관심을 많이 갖는다”라며 “필요한 사람끼리 함께 모일 수 있게 하는 게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꼈다”라고 커뮤니티 운영 경험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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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코리아 페이스북 그룹

현재 그가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멘토링 활동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고급인재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W 마에스트로’를 운영하고 있다. 마치 가수 오디션을 보는 것처럼 참가자 100명을 받아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열고, 차례차례 탈락과 우승을 가르면서 SW 인재를 키우는 프로젝트다. 참여자는 고등학생에서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여기엔 여러 멘토가 참여하고 있는데 그 중 강성희 개발자도 있다.

강성희 개발자는 이미 여러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끌고 있다. SW 마에스트로같은 또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나이가 어리다 해도 20대 후반이에요. 10대나 20대 초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개발을 하려면 저보다 더 젊은 친구들의 관심사를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어떤 팀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더욱이요. 그래서 그런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또 배움의 끝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요. 루비온레일즈를 저 스스로 공부하면 90%를 알고 있다가,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나머지 10%를 비로소 정리하면서 알게 되더라고요.”

그는 1년간 멘토 활동을 하면서 젊은 멘티들의 고민을 2가지로 요약했다. 창업과 취업이다. 특히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그는 그런 멘티들에게 “너를 인정해줄 수 있는 회사로 가라”고 조언한다.

“개발자 대우를 안 해준다 해서 이상한 회사는 아니에요. 그 회사 구조상 핵심 역량이 영업에서 나올 수 있고, 마케팅에서 나오는 곳도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개발자라면 개발에서 그 회사의 역량이 나올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열심히 하면 그 결과를 볼 수 있고, 서로 존중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창업 아이템도 마찬가지예요. 개발자라면 개발 역량을 통해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아이디어로 창업해야 한다고 봐요.”

젊은 나이에 그를 이토록 개발에 푹 빠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번에 새로 만든 회사에 있다. 사실 데이터 분석기술은 대부분 석·박사 학력을 가진 과학자들이 많이 접근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과학자 상당수가 명문대 진학하고 명문대 연구실에 갔다가 구글 같은 대형 회사에서 일하거나 스타트업을 차리곤 한다. 강성희 개발자는 “내 마음을 끓게 하는 문제가 있는 곳, 계속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라며 “최근 그러한 부분과 맞닿은 곳이 데이터 분석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새로운 기술에 도전할 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아요. 그저 재밌으면 그만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데이터로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게 뭔가 재밌는 것 같아요. 도전하고 싶은 난이도가 계속 올라가는 기술이기도 하고요. 2~3년 오롯이 투자하면 제가 원하는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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