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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돌아왔습니다, 모바일 웹툰으로”

2014.11.04

‘엄친아’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뜻이다. 엄마가 나와 누군가를 비교할 때 꼭 전면에 내세우는 그 전설 속의 인물. 전교 1등을 밥먹듯이 했다고 전해지고, 무슨무슨 상을 탔다는 소문이 파다하며, 좋은 대학에 덜컥 붙어버렸다는 그 잘난 녀석. 실존하는지는 증명할 수 없으되, 언제나 엄마의 말과 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바로 그 사람. ‘엄친아’에 대한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미 ‘엄친아’ 세 글자는 인터넷 세상에서 탄생한 최고 유행어다.

‘엄친아’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를 만나게 된다. 당시 싸이월드 등 인터넷에 종종 만화를 그려 올리는 이가 있었는데, 이 인물은 2년 뒤인 2006년 네이버 웹툰에 ‘골방환상곡’이라는 작품으로 정식 데뷔한다. 어딘지 억울한 일을 참 많이도 당하는 회색 늑대 캐릭터 ‘워니’는 <골방환상곡>에서 박종원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엄친아’라는 말도 박종원 작가가 만들어낸 줄임말이다. ‘웹툰’이라는 말조자 없었던 시장 초기. 박종원 작가의 <골방환상곡>은 국내 웹툰 시장의 새벽을 연 대표적인 초기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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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작가(왼쪽)와 배승익 더웨일게임즈 CEO

“어떻게 하면 작가들끼리 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작가는 연재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플랫폼 가리지 않고. 이런 고민이었죠. <버즈피드>처럼 SNS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매체도 있잖아요. 웹툰도 SN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 올라갈 수 있다고 봐요.”

박종원 작가가 우선 들여다본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다. 박종원 작가의 ‘컴백’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페이지 이름은 ‘어썸 데이툰’. 지금은 박종원 작가와 앙영 작가, 그리고 마로 작가가 함께 운영 중이다. SNS의 높은 전파력도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연 까닭 중 하나다. 페이스북이 일종의 제2, 제3의 웹툰 서비스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박종원 작가는 “안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단다.

지난 9월 문을 연 어썸 데이툰 페이지는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 1만6천여명이 좋아하는 페이지가 됐다. 매일 세 작가가 돌아가며 올리는 짧은 웹툰도 많을 땐 6천여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즐긴다. 작품 성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만하면 성공인 셈이다. 페이스북을 놀이터 삼은 박종원 작가의 성공적인 복귀라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아닐는지. 하지만 아직 박종원 작가는 배고프다.

“아직 모자라죠. 페이지 ‘좋아요’ 수가 더 많으면 좋겠는데….”

어썸 데이툰은 초기 단계다. 함께 뜻을 모아 어썸 데이툰에 웹툰을 그려 올리는 작가도 지금은 셋 뿐이잖은가. 하지만 언제나 누구든 어썸 데이툰 작가로 함께할 수 있단다. 이만하면 열린 플랫폼이다. 뜻만 맞으면 된다. 마감 일정도 없고, 원고 독촉도 없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만화를 올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봤는지만 챙기면 된다. 공유도 작가 몫이 아니다. 어썸 데이툰을 알고 찾아 들어온 이들이 자연스럽게 소문을 내 줄 것이므로. SNS의 편리한 점이 바로 신속한 전파력 아니던가.

작가들의 모임은 약속을 잡는 것으로 끝이다. 회의랄 것도 없다.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의논하면 그걸로 족하다. 말하자면 어썸 데이툰은 여러 작가가 모인 느슨한 SNS 웹툰 연대라 봐도 좋다.

“지금은 웹툰 작가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돼야 하잖아요. 어느 플랫폼이든 가리지 않고, 콘텐츠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디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창작자가 움직여서 한번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이런 생각이었죠. 플랫폼에 목 맬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보자. 과거 ‘골방환상곡’은 포털 사이트를 플랫폼으로 서비스됐다. 지금은 어떤가. 그때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포털 업체 몇 곳과 고만고만한 규모의 웹툰 서비스가 몇 가지 더 늘어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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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작가와 앙영 작가, 마로 작가가 ‘느슨한’ 팀을 이뤄 페이스북에 웹툰을 연재 중이다.

‘작가들끼리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한 박종원 작가는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게임 개발 스타트업 더웨일게임즈와 손잡고, ‘배틀코믹스’라는 새 플랫폼을 준비 중인 까닭이기도 하다. 박종원 작가에게 페이스북 어썸 데이툰이 SNS에서의 웹툰 서비스 실험이라면, 배틀코믹스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한 웹툰 실험인 셈이다.

박종원 작가는 배틀코믹스와의 협업을 “웹툰의 유료화 모델에서 독자에게 돈을 받는 것은 더이상 안 된다고 본고, 큰 포털의 서비스와도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기존 서비스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새 시장을 열자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배틀코믹스는 쉽게 말해 게임을 소재로 한 웹툰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이다. 배틀코믹스가 지금까지 모은 가입자만 해도 16만명 수준. 가장 인기 있는 웹툰은 한 편당 약 5만명이 읽는단다. 한 달을 기준으로 볼 때 서비스를 꾸준히 사용하는 이들도 5만여명이 넘는다. 앱을 내려받은 전체 사용자 수 대비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사용자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앱을) 16만 명이 내려받았는데, 구글플레이 리뷰가 5만개가 넘게 달렸어요. 3명 중 한 명이 리뷰를 썼을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로열티가 높은 거죠. 우리가 사용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사용자는 즉각 반응을 해주는 편입니다. 마치 게이머와 게임 커뮤니티 관계와 비슷한거죠.”

사용자의 충성도가 바로 수익으로 바뀔 수 있을까. 어썸 데이툰 문을 연 박종원 작가와 배승익 더웨일게임즈 CEO 모두 지금은 수익모델을 찾기에 한창이다.

배승익 CEO는 “B2B 쪽으로 좀 더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라며 “예를 들어 사전예약을 하는 새 모바일게임이 있을 때 이스포츠배틀의 게이머 풀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포츠배틀이 단순한 웹툰 서비스 플랫폼이 아니라 게임 전문 웹툰 플랫폼인 덕분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배틀코믹스는 현재 ‘이스포츠배틀’이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 앱으로 서비스 중이다. 11월 첫째 주 안으로 구글플레이에 ‘배틀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앱이 판올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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