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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아이폰6 대란’ 사과, 이러시면 안 됩니다

2014.11.05

11월5일 국내 이동통신업체 3곳이 일제히 이른바 ‘아이폰6 대란’에 관한 입장을 냈습니다. ‘입장’이라니 이상하지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사과를 하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반성문을 가장한 항변입니다. 쓰고 싶진 않은데, 담임선생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쓰는 그런 반성문 말이지요. 가장 먼저 입장을 보낸 곳은 KT입니다. 오전 10시13분에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e메일로 보냈습니다. 2등은 LG유플러스입니다. 1시간 여 뒤인 오전 11시18분 입장을 표명했죠. ‘1등’ 통신업체라는 SK텔레콤은 이번엔 꼴찌였습니다. 오전 11시38분께 보도자료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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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기가 막힙니다. 세 이동통신업체가 보낸 입장 전문을 읽어보면, “이것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린 대란 일으키지 말라고 사전에 다 교육을 했지만, 일부 소매점이 말 안 듣고 사고를 쳤다. 재발하면 혼내줄 것이고, 단통법의 시장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 다음은 어느 이동통신업체의 공식 입장 전문입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아이폰 6 시장 과열에 대한 XX 입장입니다. 

아이폰 공급 사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경쟁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았음.

XX는 단통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하여 사전예약가입자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고, 유통채널에 대해서 페이백/과다경품 등 불법영업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강력한 지침을 전달한 바 있음.

하지만 지난 주말 대부분의 유통점은 정상영업을 했으나 일부 유통점이 경쟁 대응과정에서 시장 혼탁에 동조하게 된 점은 당사로서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함.

XX는 재발방지를 위해 불법영업에 관련된 유통점에 대해서는 전산정지/단말공급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즉각 취하겠음. 더불어, 방통위의 사실조사에도 적극 협력하는 한편 사실여부 파악을 통한 관련자 문책 및 재발방지 교육을 병행하는 등 단통법 준수에 만전을 기하겠음.

또, 모든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요금제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시장구도를 서비스경쟁과 품질경쟁으로 전환시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겠음. <끝>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믿을 수 없는 약속으로 점철된 입장 전문. 볼수록 비위가 상하지만, 그래도 들여다 봅시다. 세 통신사 자료가 대동소이하니, 통신사별로 나눌 것도 없습니다. 한 업체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보낸 것이라 봐도 믿을 정도니까요. 그러니 한 업체가 보낸 입장을 기초로 조금씩 수정해 봤습니다. 사실, 이동통신업체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른지요. 우선 아래 문장을 보시죠.

XX는 단통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하여 사전예약가입자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고, 유통채널에 대해서 페이백, 과다경품 등 불법영업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강력한 지침을 전달한 바 있음.

세상에. ‘과다 경품과 불법영업을 하지 않도록 강력한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니요. 지난 11월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장관용입니다’는 실제 이동통신영업 매장을 운영 중인 대리점주를 인터뷰 했습니다. 특히 실제 이번 ‘대란’에 참여한 대리점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노컷뉴스>가 전한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대리점주는 아이폰6 16GB 모델을 25만원에 팔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79만8천원에 출고가가 결정된 제품이고, 이동통신업체에 따라 공시지원금(보조금)을 12-16만원 정도 지급했으니 원래 형성됐어야 할 할부원금은 대략 65만원 선입니다. 40여만원이나 싸게 팔았다는 뜻이지요.

정말 이통사가 영업점에 불법 영업을 하지 못 하도록 했다면, 이런 가격이 가능했을까요. 대리점주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 대리점주는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항상 이런 얘기가 나오면 통신사에서는 대리점들이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썼다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어떤 대리점이 가입자 한 사람 유치하자고 40만원, 50만원씩 쓰겠어요? 통신사에서 그만큼의 가입자를 유치하면 저희한테 이러이러한 명목으로 판매장려금, 소위 말하는 리베이트라고 하는 것을 주는데 그 금액이 60만원, 70만원 가까이 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리베이트, 즉 판매장려금은 이동통신업체가 영업점에 주는 가입 유치 장려금입니다. 영업점이 가입자를 끌어모을 때마다 주는 돈이지요. 이는 명백히 보조금과 다릅니다. 공시지원금은 단통법에 따라 이통사가 제품 할부원금에 일정 부분을 할인해 줄 수 있도록 하는 돈이니까요.

하지만 영업점은 리베이트를 일종의 보조금처럼 활용했습니다. 원래는 60~70만원 정도 리베이트 받은 것을 10여만원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50~60만원을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고 계산한 겁니다. 잘 안 팔리는 제품에 막대한 리베이트가 들어왔어도 정작 제품이 안 팔리면 수익을 낼 수 없으니까요. 차라리 제품 한 대당 남길 수 있는 리베이트 금액을 줄이는 대신,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으겠다고 계산한 꼴입니다.

다시 설명하지만, 이는 보조금과 다릅니다. 단통법의 보조금과는 관련 없는 돈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일의 책임 소재를 묻을 때 이통사와 영업점을 분리해 생각할 수 있을까요.

단통법 이전에도 리베이트는 존재했습니다. 불법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통사에서 뭉칫돈이 리베이트로 내려오면 늘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영업점은 제 몫으로 내려온 리베이트의 상당부분을 이용자에게 ‘페이백’이란 이름으로 돌려줬습니다. 편법으로 보조금을 늘려준 겁니다. 단통법이 시행된 뒤엔 이 풍경이 바뀌었을까요? 지난 주말 벌어진 ‘아이폰6 대란’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통 3사는 앞다퉈 가입자당 60~70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영업점에 풀었고, 거짓말처럼 아이폰6 값이 뚝 떨어졌습니다. 공지지원금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단통법의 취지는 어디로 간 걸까요?

이통사는 말합니다. 리베이트는 리베이트일 뿐, 보조금 명목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는 없는 돈이라고요. 판단은 사용자의 몫입니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 봅시다.

하지만 지난 주말 대부분의 유통점은 정상영업을 했으나 일부 유통점이 경쟁 대응 과정에서 시장 혼탁에 동조하게 된 점은 당사로서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함.

일부 유통점이 경쟁 과정에서 시장을 혼탁하게 한 것에 정말 이통사는 유감스러운 감정을 가질까요. 방송통신위원회가 낸 자료를 보면 됩니다. 지난 10월31일 이동통신시장 가입자 변동에서 SK텔레콤이 번호이동과 신규, 기기변경을 포함해 총 5만7780명을 끌어모았습니다. 아이폰6와 6플러스가 국내 출시된 날입니다. 1일에는 2만7559명, 2일에는 1만3402명입니다. KT도 31일 하루 총 4만8708명의 가입자를 모았고, LG유플러스도 3만3923명을 가입자로 맞았습니다. 10월31일 하루에만 세 이동통신업체가 총 14만여명을 끌어모은 겁니다.

아이폰6 출시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단통법 시행 이전인 9월 이동통신 3사의 일평균 가입자는 약 6만6900여명 수준이었습니다. 10월1일부터는 이 숫자가 뚝 떨어져 첫 날인 지난 10월1일은 2만7천명, 2일은 3만5천명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이것만 보면 이통사는 오히려 쾌재를 불러야 합니다. ‘유감’이 아니라. 따라서 다음 문장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XX는 재발방지를 위해 불법영업에 관련된 유통점에 대해서는 전산정지, 단말공급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즉각 취하겠음. 더불어, 방통위의 사실조사에도 적극 협력하는 한편 사실여부 파악을 통한 관련자 문책 및 재발방지 교육을 병행하는 등 단통법 준수에 만전을 기하겠음.

단통법을 준수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뺏기고 가입자 숫자가 줄어드는 단통법을 반길 리 없으니까요. 마지막 문단에 가서는 말문이 막힙니다.

또한, 모든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요금제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시장구도를 서비스 경쟁과 품질 경쟁으로 전환시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데 앞장서겠음.

생각해 봅시다. 이통 3사가 국내 시장에서 요금으로 경쟁한 역사가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를. 이제 와서 무슨 경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군더더기 문장입니다. 무엇보다 보도자료도 창조적으로 쓰지 않고, 모두 비슷하게 쓰고, 비슷한 시간에 보내는 이들입니다. 보도자료에서조차 경쟁하지 않는 이들에게 경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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