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저 혼자서 제안서를 씁니다. 후배들에게도 남이 쓴 제안서를 그냥 발표하지 말고 자신이 직접 제안서를 써서 발표하라고 합니다. 제안서를 쓰면서 전체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배울 수 있죠 또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되거든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데이터센터의 국내 산 증인이라 불리는 한국IBM 이수익 이사의 말이다. 베테랑은 괜히 베터랑이 되는 게 아닌가 보다. 꾸준한 학습과 자기 관리.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떠올랐던 말이다.
이수익 이사와는 11월 30일 인천시 송도에 위치한 교보생명데이터센터를 탐방했을 때 처음 만났다. 교보생명데이터센터는 교보생명이 투자를 하고 한국IBM이 직접 구축한 건물로 유명하다. IBM의 데이터센터 건축 노하우가 그대로 적용돼 있어서다. 이 프로젝트에 그가 참여했고, 그는 그간의 30년 넘는 경험을 모두 쏟아냈다. 남들의 건물을 지어주다 자기집을 직접 짓는 심정이었으리라.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74년에 한국IBM에 입사했다고 밝히고 국내 데이터센터들을 짓는데 많이 관여해 왔다고 말했었다. 74년에 입사? 기자가 4살 때인데 ‘그럼 도대체 올해 몇 살이신거야?’라는 단순한 호기심과 최근 IT 분야에서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구축의 산증인이라는 이수익 이사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66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정년퇴직할 나이가 지났는데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수익 이사는 “실은 정년을 2년 앞두고 한국IBM을 퇴사한 후 데이터센터 관련 컨설팅 회사를 차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좀 문제가 생겼었는데 한국IBM에서 매년 계약을 하면서 같이 일을 해달라고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라고 웃었다. 한우물을 판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누가 IBMer 아니랄까봐 IBM에 대한 자랑을 쏟아냈다. 그는 “IBM은 매니저의 길과 전문가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요. 전문가의 길을 가다가 매니저로 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죠. 저는 전문가의 길을 택했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일하고 있죠. IBM은 다닐 가치가 있는 회삽니다. 후배들에게도 꼭 이야기합니다”라면서 웃었다.
데이터센터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그는 74년에 입사해 기술부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서비스 부분에서 87년까지 일했다. 그 후 88년~89년 동안 홍콩의 아시아 본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곳에서 전산센터 구축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처음 접했고, 90년도에 다시 한국IBM에 복귀해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처음엔 전산센터를 짓는 것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그렇게 접근하지도 않았구요. 저희는 고객에게 제공한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IBM의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전산 설비가 가장 잘 가동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시작했어요”라면서”초기에는 기반설비 문제가 30%였어요. 설비 문제 때문에 전산 장비 작동에 문제가 생겼는데 고객들은 그래도 IBM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오해를 하니, 그걸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거죠”라고 말했다.
노장의 열변은 계속 이어졌다.
“점차 전산센터 자체가 비즈니스 센터가 됐어요. 그만큼 IT 시스템 장애가 회사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거죠. 저희는 하드웨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이 장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센터(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까다로운 조건들을 고객에게 제시해요. IBM은 제품 한번 제공하고 나서 바로 그만인 회사가 아니예요. 고객들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서 이 사업을 했어요. 센터 구축이 문제가 아니라 운영을 잘하는 것이 중요해요. 운영을 잘하려다보니 계속 연구를 하고, 데이터센터를 애초부터 잘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 거죠. 본사에서 가이드라인들이 계속 쏟아지는 거죠.”
데이터센터는 다방면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전기, 통신, 교통, 수도, 가스라는 5대 인프라가 기본으로 잘 돼 있어야 데이터센터가 안정적으로 가동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
이수익 이사는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건물들이 왜 하늘 높이 솟는 줄 아오?”라고 묻고는 “땅값이 하도 비싸서 미국처럼 넓게 만들 수가 없어서예요. 또 전력과 교통 문제도 해결하려면 도시 인근에 있어야 하거든. 저렇게 되는 이유가 다 있는 거라고”라면서 웃었다.
IT 기술 따라잡기도 벅찬데 언제 저 영역가지 모두 섭렵할까?
그는 “일단 IBM 본사에서 전세계적으로 지침이 내려와요. 다양한 분야의 기준을 마련해서 이에 따르라는 거죠. 이중화 문제도 마찬가지구요. 전 뭐 그냥 따라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지나친 겸손 아닌가?
이수익 이사는 “계속 공부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죠. 5대 인프라를 비롯해서 각 부문에 대해서 전문가는 따로 있어요. 다만 이런 것들이 어떻게 조화돼서 하드웨어 장비가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돌아갈 수 있느냐를 계속 봐야죠. 조금 전 말한 대로 제안서를 혼자 쓰다보면 부족한 게 보여요. 왜 그렇게 제안을 하는지 설명을 해려면 알아야죠. 자연스럽게 빈 틈을 채우는 거죠. 뭐 방도가 따로 있겠어? 변화가 일어났을 때 적응을 잘해야 합니다”라면서 웃었다. 그는 “지금도 고객들에게 계속 물어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또 답이 나오죠”라고 덧붙였다.
고수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라고.” 참 싱거운 답이다. 왜 고수들의 답변은 한결 같은 걸까? 꼼수는 통하지 않는가보다.
최근 데이터센터 신축과 리모델링이 한창 이슈다. 이미 신축한 곳들도 많다. 300억원~1500억원까지 사업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는 “기반 설비가 들어가는 부분의 확장성을 염두에 둬야 해요. 전기를 계속 해서 많이 쓰게되면 그걸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데, 기존 데이터센터는 확장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다들 새로 짓죠”라고 전하고 “확장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모 고객의 경우 같이 건물을 물색했었는데 지하에 볼링장이 있는 건물을 찾아냈지. 볼링장이 넓잖아. 거기에 기반 설비를 들여 놓으면 되는 거지. 새로 짓기 뭐하면 유통 업체의 물류 창고도 아주 좋아요. 기본적으로 층간 높이도 좋고, 시설 확장하기도 편하거든”이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자신의 수십년간 경험을 쏟아부어 마련한 교보생명데이터센터에 그렇게 애착이 많은가보다. 그는 세계적인 기준을 통과했고 향후 확장성도 갖췄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많은 이들이 방문을 하죠. IBM이 지었다니까 구경들 하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따라하기 힘들거야. 무조건 싸게 지으려고 하거든요. 그게 IBM과 차이지. IBM은 항상 최고를 지향하다보니 비싸지. 고객들은 그걸 이해해주려고 안해. 경쟁사들이 무조건 IBM보다 싸게 써 넣거든”이라고 웃었다. 끝까지 IBM 자랑이다.
이제 쉬면서 남은 생을 즐겨도 좋을 것 같은데 그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싶어 한다. 이수익 이사는 “일이 재밌는데 쉰긴 왜 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끝으로 후배들에게 “만약이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고 설마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했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고 고객들에게도 그렇게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마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30년간 현장을 지킨 힘도 바로 이런 자세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가 언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년에도 현장에서 다시 한번 만나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다. 이수익 이사가 쓰지 말라고 했지만 설마 현장을 떠나지 않으시겠지? 데이터센터를 보면 이수익 이사의 멋진 웃음이 떠오를것 같다. 데이터센터와 IBM을 너무 사랑한 남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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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오타가 보이는군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맥상 이질감이 느껴지네요..글 쓰시느라고 애쓰신 것 백번 공감은 합니다만, 웹상에 업로딩 되어 많은분들이 공유할 내용을 마감하실 때에는 좀 더 신경을 쓰셨으면 합니다..^^;;
유익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정말 진정으로 전문가 다우신 분이네요
이런 분들이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하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이겠죠
앗 도안구 기자님이시네 -_-;;;
님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기자님을 안답니다
이름도 특이하고 예전에 메일주소가 아마도 eyeball 였지요??
이제 블로터에서 기자로 일하시는군요
이름이 특이한데다가 메일도 한자를 풀어쓴걸 영어로 표기한 걸 쓰시길래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딴데서 기자생활하셨지요? ㅎㅎ
우연히 아는(아는건가 -_-?) 이름이 나오기에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아마도 경제 관련된(정확히 말해 주식관련된;;;;) 기사를 다루셨던거 같던데;; 도안구기자님의 기사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은 기사였다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하는 거겠지요 ㅎㅎㅎ
건강하십시오!
잘 봤습니다. 이수익이사 말대로 한국 구축을 시작하면 IBN이나 HP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장비성능보다 무조건 단가만 낮추려고 하다보니 아직 따라가긴 힘들것 같습니다. 단가를 낮추는것도 기획시 고려해야할 사항이지만 단가가 모든것에 앞서 있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하네요. 이수익 이사님은 정말 멋진 분이신것 같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기사 읽고 리플 달긴 처음이네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제가 태어날때쯤 부터 일을 하신분이 계시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장인과 전문가가 나이에 불문하고 존경받는 세상을 제가 그토록 원했던 풍토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시대의 제대로 된 멋진 장인이겠죠.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봉의 생각…
“만약이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고 설마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말라”…
뭐 1세대 데이터센터 고수분들 중 말이 필요 없는 지존이시죠.
예전에 경쟁사에 있으면서 같은 사업 하면서도 참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후배들에게 훌륭한 귀감으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