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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벽에 갇힌 모바일지갑, ‘뱅크월렛카카오’

2014.11.11

다음카카오가 핀테크에도 손을 뻗었다.

다음카카오는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1월11일 발표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카카오톡에 금융결제원이 만든 모바일 지갑 앱 ‘뱅크월렛’을 접목한 모바일 지갑 서비스다. 카카오톡 친구끼리 하루에 10만원까지 간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미 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한 카카오톡에 편리한 송금·결제 서비스를 연동한 서비스라 빨리 보급될 수 있으리라 보이지만, 한계가 눈에 띈다.

오프라인 결제하려면 액티브X-공인인증서부터

뱅크월렛카카오를 오프라인에서 쓰려면 뱅크머니NFC나 모바일 현금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두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기존 인터넷뱅킹에서 익숙하게 경험했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해 컴퓨터에 카드를 발급받은 뒤 QR코드를 인식해 컴퓨터에 저장한 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절차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뱅크머니NFC와 모바일 현금카드는 USIM칩 안에 저장된다. 여기서 문제가 나타난다.

뱅크월렛카카오를 오프라인에서 쓰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도자료 발췌)

▲뱅크월렛카카오를 오프라인에서 쓰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도자료 발췌)

뱅크월렛 웹사이트는 예전 인터넷뱅킹 웹사이트처럼 ‘윈도우’ 기반에서만 작동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해 액티브X를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만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순 있지만, 별도의 보안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긴 매한가지다. 맥이나 리눅스 같은 비 윈도우 OS에선 아예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게다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뱅크월렛카카오를 서비스하는 주체가 은행이기 때문이다.

본인 인증에 공인인증서 꼭 써야 해?

금융결제원 정대성 스마트금융실장은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절차가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뱅킹에 로그인 할 때도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하듯, USIM에 카드를 내려받는 부분에 보안을 강화한 겁니다.” 정대성 실장은 윈도우가 아닌 환경에서도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사용자를 인증할 때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한가. 뱅크월렛카카오는 스마트폰 명의가 본인인 인터넷뱅킹 사용자만 쓸 수 있다. 전화가 법인이나 14세 미만 아동 명의라면 가입조차 못 한다.

처음에 앱을 깔고 설정하는 과정에 SMS와 ARS로 인증을 요구해 사용자가 본인이 맞는지 거듭 확인한다. 이미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 본인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는 셈이다. 그런데도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사용하려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제에 다른 잣대를 요구하는 점도 의문이지만, 본인인증 절차를 서너번씩 거쳐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갑갑하다.

맥으로는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

▲맥으로는 뱅크월렛 웹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

모바일 간편결제, 기존 금융 한계 답습해서야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뱅크월렛카카오의 뿌리가 기존 은행이기 때문이다. 뱅크월렛카카오는 금융결제원이 이미 만들어둔 뱅크월렛에 카카오톡을 덧붙인 앱이다. 결제와 송금은 모두 금융결제원 시스템에서 이뤄진다. 카카오톡은 메시지 전송과 사용자 연결에만 매달린다.

금융결제원은 한국은행 등 국내 은행 11곳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 2013년 3월18일 은행 모바일 현금카드와 은행 공동 선불 전자 지급수단인 뱅크머니를 앱 하나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뱅크월렛을 발표했다. 은행이라는 틀 안에 마련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은행의 보수적인 시각이 서비스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등에 업고 나왔기 때문에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어떤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보다 사용자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서비스가 지닌 한계를 고스란히 답습한다면 조만간 한계에 닿고 말테다. 카카오톡의 경쟁사인 라인은 지난 10월9일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올 겨울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라인페이가 한결 간편한 결제 서비스를 들고 나온다면 뱅크월렛카카오는 어떻게 응전할까. 대응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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