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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저작권은 울리나
by 비전 디자이너 | 2009. 12. 29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미국 하버드 로스쿨의 인터넷과 사회를 위한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http://cyber.law.harvard.edu)의 센터장으로 있는 요하이 뱅클러(Yochai Benkler)는 네트워크 정보 경제, 사회의 제도적 생태계(institutional ecology)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담 스미스’같은 사람이다.

그를 아담 스미스에 견준 이유는 첫째,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가격기구에 의한 경제참여자들의 생산, 분배 행위를 설명한 것처럼 네트워크 정보경제 사회의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현상인 ‘자원봉사자들의 비경제적 동기에 의한 생산, 공유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생태계’를 구상하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콘텐츠의 생산 및 공유 운동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CL)를 공동 창설한 로렌스 레식(본래 스탠포드 로스쿨에 있다가 지금은 요하이 뱅클러와 같이 하버드 로스쿨로 옮겼다)의 법제적, 정책적 연구도 기본은 요하이 뱅클러의 프레임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그의 ‘대부’적인 위상은 아담 스미스의 그것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둘째는, 우연인 지 의도인 지는 모르겠지만 아담 스미스의 책 제목이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인데 요하이 뱅클러의 책 제목은 ‘네트워크 부론(The Wealth of Networks)’이다.

아담 스미스가 책 제목에 넣은 ‘국가’라는 개념은 1648년 지리한 신·구교간 전쟁이 종결되면서, 교황과 황제 중심의 종전 체제를 깨고 개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오늘날의 ‘국제관계’가 형성되는 시대적 배경 아래 등장한 것이다. 국부론이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1776년인데, ‘국가’ 중심 체제로의 변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그에 연결된 새로운 경제환경이 아담 스미스에게 그 경제환경에 대한 통찰의 결론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책을 작성하게 만들었다고 보인다.

마찬가지로, 요하이 뱅클러가 쓴 책도 1940년대 중반 컴퓨터가 개발되고, 1990년대 들어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2000년대초 IT붐 폭락을 거쳐 최근의 웹2.0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기술적 변화와, 그 변화가 보편화시킨 ‘자발적 참여에 의한 창조적 생산과 공유’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 없었다면 쓰일 수 없는 책이었다.

만약, 요하이 뱅클러가 책 제목을 ‘국부론’에 빗대 의도적으로 단 것이라면, 그 의도는 무엇일까. 필자가 가늠하기엔, 아담 스미스의 시대 환경과 자신의 시대 환경이 다르니 이제는 국가가 아니라, 기존 산업 조직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서 사용자들과 사회 전체의 후생 향상에 목적을 두고 제도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먼저 요하이의 관점, 제도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에, 산업시대에 기초하고 있는 정책과 법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안일하게 고수해서 수익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존 산업계에 편향되어 있고,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창조적인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생산과 공유의 형태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네트워크 정보 경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정책과 법을 제안하고 그것을 통해서 제도적 생태계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고자 한다. 여기서 기존 산업계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반발논리를 펼친다고 해서 주장의 목적이 반상업 내지는 반시장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 그는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공유·생산이라는 ‘네트워크의 부’가 미래의 새로운 창조성·가능성 그리고 생산성의 근원이라고 보고 거기에 강조점을 두고자 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문화적인 가치에서도 그렇다. 인터넷 상에서 이미 생산된 정보가 분배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은 ‘0′에 가깝고, 따라서 그에 기반한 정보의 가격은 장기적으로는 그 한계비용에 수렴하는 것이 경제학 이론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볼 때도 ‘하자없는’ 이해다.

최근 ‘롱테일’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이 출간한 ‘프리’(Free)라는 책의 내용도 그 골자는, 새로운 네트워크 정보 경제환경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 ‘0′의 중차대함을 깨닫고 그들 비즈니스 모델, 전략에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사용자의 창조성’의 의미가 더 깊다. 전통적으로는 (정치까지 포함하여) 상업적·문화적으로 늘 수동적인 입장만 취하고 있던 사용자들에게 ‘네트워크’라는 생산·분배의 채널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 판을 형성하고 있는 조직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개진하고 주장할 수 있는 발판을 자발적으로, 유기적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성의 민주화’ 혹은 ‘창조성의 다원화’를, 네트워크 정보 경제 환경에서 제도 생태적으로 굳건히 하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법의 조력을 통하여 이 흐름을 방해하려고 하는 기존 산업계의 옹호자들과 ‘전쟁’을 치루는 것이다. 실제로 요하이 뱅클러는 ‘전쟁(battle)’이라는 말을 그의 책의 소제목으로 자주 이용한다. 저작권·특허권·상표권 등의 다양한 법제의 기원과 배경, 산업에 미치는 영향, 기존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바의 근거 등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그가 밝히고자 하는 핵심은 “저작권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냐”는 것이다.

인터넷에 ‘사용자 창조성’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했다. 그들은 기존 산업계에서 쓰지 않는 ‘네트워크’라는 그들만의 생산·분배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때때로 그것은 영화 해운대 불법CD 유출 사건처럼 상업적으로 큰 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범인에 대한 처벌을 엄격히 해야지, 범인이 아닌 네트워크를 잡으려고 했다가는 사용자 창조성이 공멸되는 결과에 처하고, 그에 따라 상업적 이해의 손실 못지 않은 사회 전체 후생의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요하이가 불법 콘텐츠 유포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된 ‘김본좌’, ‘정본좌’ 등의 불법 야동 유포자들을 그가 옹호했을리 없다. 교통사고가 자주 난다고 해서 고속도로를 철폐할 수 없듯이, 네트워크가 불법 유포의 무대가 된다고 해서 네트워크를 통제한다는 것은 ‘빈대잡으려 초가를 태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요하이는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생산·분배에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사용자 참여를 오히려 더 늘려 ‘자정 작용’을 통해 해결해야지 무리한 저작권 법 등의 강화를 통해 그 가능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0′의 영역인 네트워크 경제원리에 걸맞지 않을 뿐더러, 상호 참여로 발전하는 네트워크 문화원리에도 이질적이다.

위에서 전개한 네트워크 정보경제 사회에 걸맞는 제도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자면, 저작권법의 보수적 적용에 따라 반동적으로 발전하는 인터넷 기술과 그 반대편에 사용자들의 새로운 창조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법적인 고민의 핵심은 사실상 ‘창조적 균형점’을 어디에 잡느냐 하는 데 있다. 콘텐츠 저작권 보유자들에게 창작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동시에 자유롭게 사용자들이 웹공간을 통해 공개된 콘텐츠에 참여해서 새로운 창조성을 발휘하는 문화를 공존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저작권, 어떤 법제,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정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에게 남은 몫은 맞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 소수, 특정 산업에 유리한 것이, 전체 사회의 후생 발전과 네트워크 정보경제라는 새로운 사회의 플랫폼,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등장하는 사회적 생산성과 창조성의 증대보다 앞서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요하이의 비원인 동시에 우리가 공감하고 동의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 글의 제목이자, 열린 결론을 던진다.”누구를 위하여 저작권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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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OCW(공개강의운동) 오거나이저, 공익 NGO 세계화와 빈곤문제 공공인식 프로젝트(GP3) 프로젝트 디렉터, 마이크임팩트 소셜 웹 서비스 기획자, NHN의 네이버 3기 서비스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와 글로벌 보이스 온라인(GV)의 자원봉사자로도 봉사한다.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와 '소셜 웹 혁명'이 있고,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를 번역했다.
2 Responses to "누구를 위하여 저작권은 울리나"

와!!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ㅋ

[...] 법학을 가르치다가 현재는 하버드 로스쿨로 자리를 옮겨 인터넷과 사회를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인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를 창설한 조나단 지트레인이 <인터넷의 미래, 어떻게 그리고 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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