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목소리로 동화책 읽어주는 ‘담뿍이’

가 +
가 -

“엄마! 책 읽어주세요~”

“‘똥책’은 많이 읽었으니까~ 오늘은 ‘까꿍 놀이’ 볼까?”

밤 10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꼬마는 오늘도 책장에서 동화책을 한 아름 골라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똥책’은 꼬마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책입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아이와 엄마는 줄여서 ‘똥책’이라고 부르지요. 엄마는 다른 책을 읽어주고 싶었나 봅니다. 지난 주말 서점에 들렀다가 유아용 도서 코너에 진열된 <까꿍 놀이>를 집어왔거든요. 오늘은 그걸 읽어줄 참입니다. ‘똥책’만 벌써 몇 번을 읽어줬는지. ‘까꿍책’도 그만큼 아이가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tom_2_2_800

스티커로 녹음하고, 원터치로 동화책 듣고

아이가 있는 가정의 밤 풍경은 어느 집이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 엄마 아빠는 피로로 온몸이 노곤하지만, 아이의 칭얼거림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 혼자 보는 것보다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더 좋아하니 말입니다. 어쩌면 책을 못 읽어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온도가 더 좋은 것인지도요.

‘담뿍이’는 아이와 엄마, 아빠를 위한 제품입니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담아두면, 아이가 원할 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동화책을 읽는 목소리부터 아빠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까지, 담뿍이에 담아 두면 아이는 언제든지 듣고 또 들을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상자에 체온은 없지만, 목소리로 따스함을 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사용 방법은 참 간단합니다. 담뿍이의 전원 단추를 누르면 파란색 램프가 켜집니다. 담뿍이 스티커를 담뿍이 꼭대기에 있는 동그란 센서에 갖다대면 녹음 시작을 알리는 음성 안내 메시지가 나오지요. 녹음 단추를 누르고, 동화책을 읽으면 됩니다. 녹음이 끝나면 다시 녹음 단추를 눌러주세요. 스티커에는 저마다 다른 도트(점) 패턴이 찍혀 있기 때문에 스티커별로 각기 다른 동화책을 녹음해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도트 패턴을 센서가 인식하는 기술은 ‘OID(광학 ID)’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담뿍이 하나를 데려오면, 담뿍이 스티커 100장이 따라옵니다. 이미 녹음하는 데 쓴 스티커를 다른 책을 녹음하는 데 재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담뿍이 스티커는 책 표지에 붙여두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아이가 책을 집어 스티커를 담뿍이에 접촉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아이가 담뿍이 옆에 앉아 담뿍이가 대신 들려주는 엄마 목소리를 따라 동화책을 눈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질 듯 잡힙니다.

tom_2_3_800

담뿍이 스티커를 담뿍이 센서에 가까이 접촉하면 녹음된 목소리로 동화책이 흘러나옵니다.

tom_2_1_800

동확책을 녹음한 이후 스티커를 책에 붙여두면 좋습니다.

독특하다고 해야 좋을까요. 아니면 좀 어리숙하다고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온갖 재롱과 애교로 육아를 대신하는 시대에 아직도 종이책을 끌어안아야 작동하는 기술이라니요. 담뿍이를 개발한 김지영 알로하 아이디어 대표의 설명은 좀 다릅니다.

“많은 기계가 손으로 버튼을 조작하도록 하는데, 담뿍이는 책으로 조작해야 돼요. 목소리를 켜는 것도, 끄는 것도 모두 책으로 하지요. 아이에게 책이 꼭 필요하도록 했어요. 책은 아날로그고, 사람의 손이 필요한 물건입니다.”

만약 담뿍이에 작은 액정 화면에 붙고, 액정 화면의 책을 ‘제목’만 보고 고를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요. 한 번 녹음한 책은 더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 됐을겁니다. 여행을 갈 때도, 아이가 밤에 책을 읽을 때도. 액정 장치에서 책 제목만 찾으면 될테니까요. 아날로그 방식으로 되돌아간 조작법 속에는 책을 좀 더 가까이 두도록 하려는 담뿍이의 배려가 녹아있는 셈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해도 좋습니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의 목소리를 녹음하면 어떨까요. 어린이집이나 위탁 육아소에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담은 담뿍이를 주면, 아이는 일터에 나간 부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담뿍이 시제품을 본 어떤 아버지는 해외에 나간 아이를 위해 목소리를 담아 보내겠다고도 했다지요. 쓰임이 참 많은 친구입니다.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매일매일 스티커를 바꿔 붙여두세요.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쉽습니다.

책을 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 쓰기도 좋습니다. 담뿍이의 녹음 단추 옆에 느림, 보통, 빠름 세 단계로 목소리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단추가 달려 있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알로하 아이디어가 시작장애인협회와 만났을 때, 국내에 있는 시각장애인용 제품에는 목소리 재생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데 착안한 아이디어 입니다. 누구나 쉽게 목소리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입니다. 이만하면, 담뿍이의 쓰임새는 앞으로 더 다양하게 발굴되겠지요.

‘목소리’가 이어주는 소통의 끈

알로하 아이디어에서도 따뜻한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알로하 아이디어는 담뿍이를 종로구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 기증할 예정입니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배우지만, 부모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된 동화책을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부모와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문화 가정의 부모도 아이가 읽는 동화책으로 우리말을 배울 수 있겠지요.

목소리 녹음에는 정몽구재단의 재능기부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김현욱 아나운서와 김수정 아나운서, 김용준 성우,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누텔라 보이스’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유준호 씨도 동화책 읽기로 목소리를 기부했다고 합니다. 보통사람들의 목소리 기부 요청도 제법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 참여하는 이들이 쉽게 녹음을 할 수 있도록 알로하 아이디어는 여의도의 스튜디오도 빌려뒀습니다. 매주 수요일 보통 사람들도 목소리 기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알로하 아이디어는 매주 수요일 행사에 ‘뿌기데이’라는 이름도 붙였습니다. 다문화가정 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지역 어린이센터에도 담뿍이가 돌아갈 예정이라지요.

tom_8_800

동화책 읽기에 목소리를 기증한 김수정 아나운서(왼쪽)와 유준호 씨

담뿍이를 구입한 이들도 알로하 아이디어의 기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자라나면, 더이상 담뿍이가 필요 없는 시기가 오지요. 가정에서 더이상 담뿍이가 할 일이 없을 때 알로하 아이디어로 돌려보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알로하 아이디어에서는 이렇게 수집한 담뿍이를 지역 어린이센터나 시설로 보낼 예정입니다. 부모의 목소리가 간절한 아이들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알로하 아이디어는 기증하는 시기를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가정에서 아이와 몇 년이고 쓰다가 언젠가는 꼭 알로하 아이디어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만 하면 됩니다. 담뿍이를 구입할 때 기증에 동의하면 제품 가격에서 1만원을 돌려줍니다.

“부모가 육성을 아이에게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해서 가족 간 감수성을 높이는 제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지역 시설이나 ‘작은도서관’에 돌아가게 되면, 담뿍이가 다문화가정과 일반 가정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도 활용되면 좋겠어요.”

tom_4_800

담뿍이는 13만9천원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제품을 쓰다가 싫증이 나면 나중에 담뿍이를 원하는 곳에 기증하셔도 됩니다. 그걸 약속하는 분은 12만9천원에 담뿍이를 데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알로하 아이디어는 정식 시판을 앞두고 <블로터>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11월21일부터 열흘 동안 10만9천원에 담뿍이를 분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단, 개수는 200개로 제한돼 있습니다. 담뿍이와 사회적기업 알로하 아이디어의 나눔과 소통에 <블로터>도 함께합니다.

이번 담뿍이 사전 구매 기간에 발생한 판매금 가운데 일부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쓸 예정입니다.

‘담뿍이’ 사전 구매 신청하기(네이버 스토어팜) – 종료 !!!

네티즌의견(총 1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