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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엔비디아 칩 수입 금지 신청

2014.11.23

삼성전자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엔비디아 그래픽 프로세서(GPU)와 테그라 모바일 프로세서(AP)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제품들을 미국 내에 수입하지 못하도록 수입 금지 신청을 냈다.

이전 엔비디아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과 퀄컴을 제소하고 수입 금지 처분을 신청했던 것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이기도 하다. 이로써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간의 감정 싸움은 본격적으로 법정에서 맞부딪치게 됐다. 이 사건은 쉽게 끝날 일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삼성전자와 퀄컴에 소송을 걸었다. 이 회사들이 GPU와 관련된 특허 7가지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당시 엔비디아는 해당 칩셋 뿐 아니라 칩을 쓴 기기들을 미국에 수입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마찬가지로 국제무역위원회에 소송을 냈다.

tegra-k1-chipshot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칩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이 문제가 돼 미국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한다면 삼성은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 칩들이 대부분 국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 금지 처분이 내려지면 미국 외 기업 뿐 아니라 미국내 기업들도 스마트폰을 만들고 판매하기 어려워진다.

일단 삼성전자는 즉각 반응했다. 삼성전자는 11월 들어 엔비디아와 그 관계회사가 삼성의 특허 8가지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맞고소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양사의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64비트 기반 CPU를 가진 테그라K1 칩을 내놓기 시작한 엔비디아는 여러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허위 과장 광고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양사가 제품들을 통해 실제로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소송전을 시작한 엔비디아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실 엔비디아가 퀄컴과 삼성전자에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술 특허들은 GPU에 대한 기술들인데 그 기술들의 원천은 ARM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보다 ARM의 ‘말리’ GPU와 이미지네이션의 ‘파워VR’ 그래픽프로세서를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심어 왔다.

결국 엔비디아가 이를 문제삼으면 ARM을 공격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엔비디아 역시 ARM의 CPU 아키텍처를 이용해 테그라 프로세서를 만들기 때문에 GPU를 중심에 두더라도 ARM에 직접 소송을 걸어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다.

상대적으로 ARM보다 그 설계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팔고, 실질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삼성과 퀄컴에 문제를 삼아 큰 피해 비용을 보상받을 것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삼성과 퀄컴이 기술 자체를 라이선스받아서 만든 것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으면 특허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얻을 게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이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그래픽코어를 쓰도록 유도할 가능성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프로세서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고, 특히 GPU의 프로세싱 능력에 집중해 PC시장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 왔다. 모바일 프로세서에서도 GPU의 성능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엔비디아는 테그라K1에 PC에서 쓰는 케플러 아키텍처를 집어넣었다. 실제 그 성능은 상당하고, 현재 생태계가 따라주지 않아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가 K1 프로세서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로서는 테그라 프로세서 자체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칩을 많이 파는 비즈니스 외에 ARM처럼 GPU 코어만을 라이선스하는 비즈니스를 검토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방향성은 PC시장의 성장에서 얻은 부분이 많은데, PC에 그래픽카드를 넣듯 GPU 코어만 각 칩에 공급하는 것도 괜찮은 사업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GPU 라이선스를 비즈니스로 가져갈 것임을 밝혔던 바 있다. 소송을 통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ARM과 이메지네이션의 GPU가 결국 엔비디아 기술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들 기업들에게 협상을 목표로 할 가능성을 점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실제 엔비디아의 GPU는 모바일에서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퀄컴은 아직 직접적으로 대응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이전 애플과 겪었던 소송전처럼 맞고소로 대응을 시작했다. 수입금지 요청도 과거와 비슷하다. 다만 엔비디아가 최신 제품들인 삼성 엑시노스5, 퀄컴 스냅드래곤805 등 최신 칩셋을 대상으로 하면서 칩셋 뿐 아니라 갤럭시S5, 갤럭시노트4 등이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것과 달리 삼성은 테그라4나 그 이전 제품의 메모리콘트롤러, 캐시, 버퍼 등 프로세서의 제어쪽을 문제삼고 있어 최신 제품에 흠집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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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