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디지털 저널리즘의 출발, 트래픽 목줄 끊기

2014.12.03

언론이 위기다. 구독료를 받고 지면을 팔던 시장은 사라지는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조선일보>마저 유료 부수가 100만부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독자가 뉴스를 만나는 통로는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중이다. 전통 언론사는 이런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뉴욕타임스>같이 손꼽히는 해외 언론사 역시 고군분투 중이다.

IT 전문매체 는 언론사가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볼 자리를 마련했다. <블로터>는 구글코리아와 손잡고 12월3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디지털+저널리즘’ 콘퍼런스를 열었다.

트래픽에 목매면 굶는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시대 변화에 알맞은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버즈피드>가 월 1억 PV로 한해 1억달러, 1천억원 매출을 거뒀는데, 국내 모 일간지는 2014년 1월 인터넷에서 1억1천만 PV를 얻었다”라며 “그렇다고 그 언론사가 1억달러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지 보면 그렇지 않은 게 현재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트래픽이 많으면 돈을 더 벌 거라는 전제부터가 잘못됐다”라고 설명했다.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배너 광고 수익에만 목맨 트래픽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풀이했다. 인터넷 배너광고를 누리꾼이 누를 확률(CTR)은 0.04%에 불과했다. 반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나오는 광고는 2%가 넘는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배너광고에 예산을 쓸 이유가 점점 없어지는 셈이다.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뉴스, 서비스로 거듭나라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뉴스를 서비스화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스를 유료화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뉴스 콘텐츠는 무료로 공개하는 대신 뉴스를 소비하는 과정을 서비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정수 전문연구원이 예로 든 곳 몇 군데를 살펴보자.

<가디언>은 멤버십에 가입한 독자에게만 독점적인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인기 있는 기자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얘기할 자리를 마련하거나, 낭독회도 연다. 사회·정치적 쟁점을 독자와 기자와 토론하기도 한다. 편집국 안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뉴스룸 인사이트’라는 서비스로 유료 독자에게 공개한다. 강정수 전문연구원은 “뉴스를 소비하는 경험을 새롭고 즐겁게 만드는 데서 성공적인 모델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 <크라우트리포터>는 기사 생산에 크라우드펀딩을 접목했다. 기사는 무료로 공개하지만 댓글을 보여주려면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기사에 댓글을 달면 ‘기자가 댓글을 몇개 달았다’고 알려줘서 독자가 궁금해하도록 만든다.

<비콘리더>는 기자 개인을 스타처럼 보여준다. 기사는 공개하고 기자에 팬이 생기면 팬클럽을 만들고 행사에 자금을 모아준다. 기자에게 취재 뒷얘기를 듣고 싶다면 행사비용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다. 심도 있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는 돈을 내고 행사에 참여해 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널리즘, 뿌리로 돌아가라

안수찬 <한겨레> 기자(국제부 차장)는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기사 안에 ‘이야기’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다.

안수찬 기자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서 시작한 언론이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한동안 이야기를 경시하다 최근 들어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수찬 <한겨레> 국제부 차장

▲안수찬 국제부 차장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기사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쓰라는 뜻은 아니다. 뉴스의 핵심 가치와 스토리텔링이 맞닿아야 힘을 발휘한다고 안수찬 기자는 설명했다. 일반 독자가 읽기 힘든 길고 진지한 기사를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내러티브 저널리즘이라는 뜻이다. <뉴욕타임스>  ‘스노우폴’이나 <가디언>  ‘파이어스톰’은 굉장히 긴 특집 기사였다. 이를 독자가 끝까지 읽도록 동영상이나 음성, 사진,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요소를 덧붙인 것이라고 안수찬 기자는 설명했다.

“지금은 과도기, 위기 뒤에 기회 올 것”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은 언론의 위기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라고 짚었다. 그는 음반 판매 중심이었던 음악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되며 잠시 위기를 겪었듯 언론 산업도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랩장은 언론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음악 산업이 디지털화되며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음악 산업이 죽는다고 했습니다. 조만간 음악 산업이 멸종할 걸로 봤죠. 돌아보면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음악 산업은 음반 중심인 물리적 산업보다 훨씬 큰 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뉴스 산업도 지금의 과도기가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유통 채널의 영향력을 견제할 만큼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힘을 키워야 한다고 이성규 랩장은 지적했다.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

nuribit@bloter.net

기술의 중심에서 사람을 봅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e메일 nuribit@bloter.net / 트위터 @nuri_bit / 페이스북 facebook.com/nuribi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