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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아이패드에어2’와 ‘미니3’

2014.12.09

아이패드가 새로 나왔다. 9.7인치 아이패드로는 이번이 6번째 세대, 7.9인치는 3번째 세대다. 일단 이름은 9.7인치에 ‘아이패드에어2’, 7.9인치에 ‘아이패드미니3’라고 붙였다.

애플은 이름에 세대를 숫자로 붙이는 작명법을 잘 쓰지 않는데 올해는 명확하게 2, 3 같은 숫자를 붙였고, 지난해 나왔던 ‘아이패드미니 레티나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미니2’로 이름을 바꿨다. 단순하지만 가장 쉬운 구분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야 하는 이유는 라인업을 꾸리고 그 안에서 명확하게 제품을 갈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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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의 결과물, ‘두께’

먼저 제품들을 살펴보자. 지난해에는 아이패드에어와 아이패드미니 사이의 차이를 화면 크기에만 한정지으면서 올해 ‘아이폰6’와 ‘6플러스’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올해는 명확하게 아이패드에어2를 가장 위에 두었다.

아이패드에어2는 A8X 프로세서가 들어갔다. 아이폰에 들어간 A8 프로세서에 1.5GHz로 작동 속도를 높이고 그래픽 코어 수를 늘려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다.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더 많은 픽셀을 움직이기 때문에 그래픽 성능이 중요한 문제다. 그래픽은 이전 세대에 비해 2.5배 빨라졌다. 많은 이용자들이 원했던 2GB 시스템 메모리가 처음으로 아이패드에어2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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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팩터는 거의 같지만 이전 아이패드에어가 큰 아이패드미니였다면, 이번에는 아이패드에어 그 자체로 다듬었다고 볼 수 있다. 크게 달라보이진 않지만 옆의 화면 고정 스위치가 사라졌다는 것과 스피커 홀 모양이 달라졌다는 것이 디자인의 변화다.

아이패드에 화면 고정 스위치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애플은 이를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초기 아이패드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 때문인지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대신 그 동안 이 스위치를 음소거 스위치로 써서 사실상 퇴화시키고, 필요에 따라서 화면 잠금 스위치로 고쳐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대신 제어센터에 2가지 기능을 다 집어넣어 버렸다. 디자인은 더 깔끔해졌고 나 스스로도 거의 안 쓰게 된 스위치지만, 사라진다는 건 서운한 면도 없진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두께다. 무척 얇아졌다. 아이패드에어2는 와이파이 버전 기준으로 두께 6.1mm, 무게 437g이다. 아이패드에어가 7.5mm였고, 454g이었다. 무게 차이보다 보이는 두께 차이가 꽤 크다.

실제 제품을 보기 전까지는 이 정도 차이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생각했다. 아이패드 에어도 충분히 얇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패드에어2는 이를 더 극단적으로 줄였다. 잠깐만 만져봐도 아이패드미니, 아이패드에어가 둔탁해 보인다. 눈도 눈이지만 손이 더 간사했다. 두께가 얇아지는 것에 대한 감흥은 실제 아이패드에 케이스를 씌웠을 때 나타난다. 이제는 가죽 케이스를 써도 부담이 없다. 적어도 두께에 대해서는 3.5mm 이어폰 단자를 두고 줄일 수 있는 한계를 찍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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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두께가 얇아진 데는 디스플레이가 한몫했다고 한다. 커버글래스와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등이 하나로 합쳐졌다. 여러 개의 부품을 합치다 보면 미묘하게 공간이 생기는데 이걸 싹 없앴다. 얇아진 것 뿐 아니라 손 끝과 LCD 픽셀이 더 가깝기 때문에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 동안 아이폰에서는 점점 이렇게 두께를 줄여왔는데 아이패드 디스플레이에는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지난해 아이패드에어가 이 기술을 안 쓰고도 얇게 만들었다는 건 새삼스럽지만 놀랍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반사도 줄였다. 아이맥이나 맥북 등에 썼던 것처럼 코팅을 개선했다. 이전 에어에 비해 반사를 56% 줄였다고 한다. 난반사가 줄어들면 색이 더 정확하고 또렷하게 보인다. 지난해 아이패드에어부터 그랬지만 애플은 이제 9.7인치도 휴대용으로 확실히 끌어가려는 것 같다. 결국 5년 사이 기술의 발전이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첫 아이패드와 새 아이패드의 역할 자체를 바꿔 놓은 셈이다. 잠깐 되돌아보면 첫 아이패드가 두께 13.4mm, 무게 680g이었다. 6.1mm 아이패드에어2를 2개 포개도 그 두께가 안 된다.

A7 부족하지 않지만 A8X 프로세서는 이름값

두께를 줄이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건 A8X 프로세서다. 사실 A8X 프로세서는 지난해 A7 프로세서에 비해 꽤 발전하긴 했지만 이전 세대만큼 엄청나게 큰 성능 차이는 없다. A8X 역시 ARM v8 기반의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이제 성능 차이는 공정 개선과 작동 속도, 그래픽 칩셋 정도로 만들어내는 단계다. 그래도 지난해 A7에 비해 CPU는 40%, 그래픽 성능은 2.5배 빨라졌다. X는 보통 그래픽 성능을 강화한 아이패드용 칩에 붙이는 것인데, 지난해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기본 골격이 같은 A7을 썼기 때문에 올해는 그래픽 성능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노린 것은 성능보다 프로세서의 전력 소비를 낮췄다는 점이다. 공정을 20nm로 개선했고, 그만큼 전력 소비량이 줄었다. 이는 기존과 똑같이 10시간을 쓰기 위해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고, 결국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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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어2(위)와 아이패드에어의 하드웨어 차이. 작동 속도가 높고 드디어 메모리 용량이 늘어났다.

성능은 아이패드에어의 A7이 여전히 느리지 않고 프로세서 아키텍처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별 기대는 안했는데 프로세서 능력을 쓰는 이미지나 영상 편집, 게임 로딩 등에서는 스트레스가 한결 줄었다. 이건 다시 A7 기기를 쓰면 미묘하게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아이패드에어2가 이전 아이패드에어와 뭐가 달라졌냐고 한다면, 아이패드라는 기기에서 두께와 무게 등 물리적인 하드웨어로 줄 수 있는 감흥을 다 주었다고 할 만하다. 아이폰과 마찬가지인데, 이제 하드웨어로 뭘 더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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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어2(왼쪽)와 아이패드에어의 3D마크 테스트.

아이패드미니는 왜 쉬어 갈까

상대적으로 아이패드미니3는 한 박자 쉬어간다. 사실상 터치아이디를 빼고는 아이패드미니2와 거의 같은 기기다. 애플이 두 화면 크기의 기기에 대해 차별을 두겠다고 한다면 이 정도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패드미니가 처음 나왔을 때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큰 고민을 주었고, 지난해에는 완전히 같은 세대에 크기만 달리했다. 세 번째는 한 단계 아래 프로세서로 정착하는 것이 애플의 방향인 것 같다.

그럼 대체 지난해에는 왜 똑같은 조건으로 2가지 화면 크기를 맞췄을까? 애플이 아이패드 라인을 두고 가끔 엇박자를 치는 경우가 있는데 4세대 아이패드의 경우 라이트닝 단자로 전환을 위해 신제품 출시 시기를 움직였고, 지난해에는 주력 기기에 64비트 그리고 당시에 개발 중이었을 메탈 그래픽 엔진 등이 필요했기에 아이패드미니에 A6X를 건너뛰고 A7 프로세서를 그대로 올렸다. 애플도 분명 고민을 했을텐데 올해는 프로세서를 잠깐 멈추는 것으로 2가지 아이패드의 라인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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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째 같은 폼팩터를 쓰고 있는 아이패드미니는 여전히 손에 감기고 가볍다. A7 프로세서는 아직도 성능에서 전혀 아쉬울 게 없는 프로세서다. 아쉬운 점이라면 디스플레이인데, 그 자체로 보면 괜찮지만 아이패드에어와 비교했을 때는 색이 여전히 흐릿하다. 이는 아이패드미니2와 구분할 차이점이 더 줄어드는 것이라고 보인다.

아이패드미니3의 위치는 애매해 보이지만 애플이 결국 아이패드의 서열을 명확하게 가르겠다는 정책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고민이 되면 값을 내린 아이패드미니2를 고르면 된다. 아이패드를 잠가놓고 쓰는 습관이 있거나 그럴 필요성이 있다면 명확하게 아이패드미니3의 터치아이디는 아이폰처럼 큰 경험 차이를 줄 것이고, 스마트 커버를 열어 곧바로 쓰거나 가족이 함께 써서 기기를 암호로 잠글 필요가 별로 없다면 아이패드미니2가 더 맞을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는 터치아이디를 활용한 온라인 애플페이같은 용도가 아이패드미니3를 자극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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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이패드는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패드 에어의 폼팩터를 한 해 정도는 더 써도 됐을텐데 애플은 새 프로세서의 효율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하드웨어에 입혔다. 그리고 모든 iOS 기기에 터치아이디와 64비트를 올리는 것도 애플로서는 시급한 일이었다. 단순한 속도, 성능 경쟁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애플은 급하지 않고, 서비스에 맞추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아이패드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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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