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콕 집어’ 경찰 조사

2014.12.10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2월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상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받았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 대표가 이런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수사기관의 카카오 때리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dk_1

경찰이 이석우 대표를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가 ‘카카오그룹’에서 이동·청소년 음란물이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의무를 져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그룹은 폐쇄형 SNS다. 모바일 비공개 카페라고 보면 된다. 최근 카카오그룹을 통해 아동 음란물을 대량으로 공유한 전 아무개 씨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카카오그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동 음란물 유포를 막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경찰은 이석우 대표가 카카오 대표 시절 카카오그룹에서 아동 음란물 유포를 막는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어떤 ‘기술적 조치’ 취해야 하나

문제는 기술적 조치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어떤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관련 대통령령(제24567호) 역시 마찬가지다.

아동 음란물을 막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서비스에서 주고 받는 모든 데이터를 확인하는 적극적인 방법부터, 게시물에 포함된 글에 금칙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소극적인 방법까지 다양하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채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벌을 받는다고만 말한다.

법이나 규제 기관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은 탓에 그동안은 서비스 제공자가 ‘알아서 적당한 조치’를 취해왔다. 문제가 된 카카오그룹에는 불건전한 게시물이나 그룹을 신고하는 기능이 있다. 사용자가 게시물을 신고하면 이를 운영자가 확인해 처리한다. 때로는 그룹 자체를 폐쇄하기도 한다. 네이버 ‘밴드’도 게시물을 신고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또 게시물 제목과 본문, 첨부파일 이름에 금칙어가 있으면 게시를 중단하는 기능도 있다. 모두 소극적인 조치다.

왜 더 적극적으로 아동 음란물을 솎아내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비스인 구글 G메일은 적극적으로 아동 음란물을 거른다. G메일로 주고받는 모든 첨부파일이 확인된 아동 음란물과 일치하는지 자동으로 확인한다. 아동 음란물이 발견되면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에 신고한다.

구글이 G메일을 들여다본 덕분에 아동 음란물 유포자를 빨리 붙잡을 수 있지만, 모든 사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도 아닌 구글이 사용자의 e메일을 검열한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그룹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아동 음란물이 아닌지 검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영자가 빤히 들여다보는 서비스를 ‘폐쇄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용자가 카카오그룹을 쓸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도 생긴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올리는 게시물을 모두 들여다 보는 것은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라고 규정한 정보통신망법을 어기는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몇몇 악성 이용자를 잡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이용자가 주고받는 메시지와 동영상, 사진을 검열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법과 법이 부딪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주무 부처가 합의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 부분은 손 놓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사업자에 철퇴부터

결국 인터넷 사업자가 법과 법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경찰 조사에 응한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아동 음란물 유포 사건이 생기면 네이버나 다음도 경찰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음카카오 때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부의 카카오톡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지난 10월, 이석우 대표는 기자회견에 나서 “앞으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라며 정부의 감시활동에 전면으로 맞섰다.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고 메시지를 암호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카카오톡은 지난 12월9일 일대일 채팅방에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를 적용했다.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서버를 압수수색하더라도 암호화가 적용된 비밀채팅방은 들여다볼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은 이런 다음카카오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10월 말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집행 거부에 대응하는 조직까지 따로 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꼬투리 잡을 건을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이번 수사는 너무 속보이는 액션”이라고 풀이했다.

nuribit@bloter.net

기술의 중심에서 사람을 봅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e메일 nuribit@bloter.net / 트위터 @nuri_bit / 페이스북 facebook.com/nuribi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