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구독
뉴스레터
이노베이터2.0, 행복을 민주화하라
by 비전 디자이너 | 2009. 12. 23

최근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영 컨설턴트 말콤 글래드웰은 행복을 “이 세상이 인간의 무한한 선호의 다양성에 얼마나 들어맞게 다가가는지 그 능력에 달려 있다” 고 정의했다. (위 인용문은 필자 번역. 말콤 글래드웰의 뉴요커 기고글 참조.)

그러나 이 간단한 진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 소비자 창조를 통해 이윤 창출을 해야 하는 경영가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있어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 기회를 이론화해 산업계에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하버드 출신의 하워드 모스코위츠(Howard Moskowitz)란 ‘선호 전문가’다. 위에 링크된 뉴요커의 글과, 그보다 글래드웰의 TED 강연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진 그의 일화는 펩시에서 시작한다. 펩시의 의뢰를 받아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펩시인지 찾던 그는, 그런 펩시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에게는 큰 만족감을 주는 펩시의 맛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대적 반감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인간의 존재만큼이나 그들의 취향의 독립성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존중이 바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모스코위츠의 생각의 혁명은 스파게티 소스, 토마토 케첩에 적용돼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경험의 다양성’, ‘취햡의 독립성’이라는 지금은 ‘상식’이 된 당시의 ‘변칙’들을 만들어냈다.

이 모스코위츠의 아이디어를 만약 우리가 자동차 왕 헨리 포드에게 전달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포드에게 있어 경영을 통한 민주주의란 모든 사람이 같은 차, 같은 색깔의 차를 가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경험의 다양성, 취향의 독립성은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왜 포드의 포드T는 다 같은 검은색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네가 칠하고 싶은 색깔이 있다면 칠해도 돼. 어디까지든 그것이 검은색이기만 하면.” (물론 포드T가 19년 동안이나 롱런해 폭스바겐의 비틀을 제외한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로 기억된다는 것은 평가의 형평성을 위해서 언급해야 하겠다.)

포드와 모스코위츠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제목은 민주화로 같았지만(여기서 민주화란 ‘대중화’의 동의어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포드의 민주화가 ‘동질성’이라고 한다면, 모스코위츠가 불러 일으킨 경영의 민주화는 ‘다원성’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네 멋대로 살고, 네 멋대로 골라”가 그의 주장이었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그 경영의 민주주의는, 포드의 것이 아니라 모스코위츠의 것이다. 그것은 네 개성이, 네 취향이 무엇이든 그것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철학이자 정신이고 혼이 담긴 비즈니스다.

이 경영 패러다임. 개별적인 소비자 취향에, 이용자 개성에 중심을 놓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는 포드 시대의 ‘소비의 스케일’이 아니라 ‘혁신의 스케일’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떻게 소비자가 원하는 그 총천연색 버라이어티를 공급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경직된 제조업 생산라인을 모방한 우리의 생산 시스템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값비싼 R&D센터가 그 모든 필요와 욕구를 다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언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한 가지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MIT의 혁신분야 선두주자 에릭 본 히펠(Eric Von Hiffel) 교수다. 그의 대답은 그의 2005년 문제작 제목이기도 한 ‘혁신의 민주화’(Democratizing Innovation)다.

그의 책은, 그의 주장은 혁신에 대한 우리의 상식 틀을 깬다. 조사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압도적으로 많은 ‘유용한 그리고 매력적인’ 혁신들이 이용자 손에서 나왔다.

단적인 예는 자전거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 MTB다. 이건 산을 타고 싶었던,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이용자가 개발한 것이고, 그들의 커뮤니티가 발전시킨 것이다. 이제 MTB는 중요한 고가 자전거 시장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이용자는 소수가 아니다. 에릭 본 히펠이 사용한 통계 수치를 보면, 전체 이용자의 10~40%에 이른다. 이들은 ‘주도적 이용자’(lead user)라고 불린다. (해당 통계수치에 관해서는 ‘혁신의 민주화’ 4페이지를 참조할 것.)

여기에 열쇠가 있다.

취향의 민주화라는 열쇠 구멍에 넣어 그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그러한 스케일의 혁신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은 오픈 이노베이션, 혹은 혁신의 민주화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혁신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

‘혁신의 민주화’에 나온 히펠의 주장은 이용자 커뮤니티, 그들의 네트워크를 개발·생산 과정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얼마 전 IE를 제치고 단기적으로는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선두를 보인 파이어폭스의 부활 전략이기도 하다. MS와 법적 공방에서 지친 넷스케이프는 결국 자신들의 소스를 공개하고, 오픈소스 진영 개발자 커뮤니티의 힘에 의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웹브라우저 전쟁에서의 모질라재단과 오픈소스 진영의 역전승 혹은 그러한 추세라는 괄목할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리눅스 OS, 열린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만든 이용자들의 혁신 및 그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갈수록 다원화되어가는 이용자에 대응하는 데 효과적인 까닭은, 새로운 경쟁의 요건인 3S인 속도(Speed), 크기(Size), 그리고 규모(Scale)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숨가쁘게 변하는 그들의 취향, 그리고 그 대중의 광대한 사이즈, 그리고 그것을 위해 공급되어야 할 혁신의 스케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실제 그들 자신, 이용자들인 것이다. 여기엔 네트워크의 힘이 필요하다.

(3S에 대한 아이디어는 예일대 법대 교수이자 ‘슈퍼크런처스’(Supercrunchers) 저자인 이안 에이어의 구글강의에서 얻었다.)

물론 이용자 네트워크라는 소유도, 경계도 없이 사명과 명성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조직체가 전통 조직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이용자의 천차만별 취향에 빠르고 유연하게,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은 이들을 배제하고는 상상하기 어려우며 현재로서는 이들이 가장 유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말콤 글래드웰이 전망한 것처럼 취향의 민주화가 경영과 사회의 풍경을 휩쓸 하나의 대세이자 큰 변혁의 물결이라면, 그의 대응책으로서 등장할 혁신의 스케일을 갖춘 시스템은 조직과 네트워크 면에서 기존 개발·생산 시스템과 오픈소스 혁신체제가 하이브리드를 이룬 것이어야 한다.

거기서 혁신가는 꼭 스티븐 잡스 같은 기발한 CEO 1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때 혁신은 누구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필요를 알고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작은 자들, 그들 모두의 것이니까. 따라서 그들 다수가 ‘2.0′의 칭호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진보를 이끌 혁신가, ‘이노베이터2.0′이다.

네트워크의 플랫폼을 통해서 그들이 혁파할, 그리고 나아가 전파할 패러다임은 한결같다.

취향의 민주화를 위하여 혁신의 민주화를 달성하라.

행복을, 모든 사람에게 각자 다른 그 정의를, 그래서, 그렇게, 민주화하라.

 파이핑하기       싸이월드 공감 
인쇄 인쇄
, , ,
http://www.bloter.net/archives/21506/trackback
고려대 OCW(공개강의운동) 오거나이저, 공익 NGO 세계화와 빈곤문제 공공인식 프로젝트(GP3) 프로젝트 디렉터, 마이크임팩트 소셜 웹 서비스 기획자, NHN의 네이버 3기 서비스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와 글로벌 보이스 온라인(GV)의 자원봉사자로도 봉사한다. 쓴 책으로는 '소셜 웹이다'와 '소셜 웹 혁명'이 있고, '드래곤플라이 이펙트'를 번역했다.
3 Responses to "이노베이터2.0, 행복을 민주화하라"

지금까지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댓글을 남기게 되는군요. “‘소비의 스케일’이 아니라 ‘혁신의 스케일’이 “이 중요하다는 언급에서 우리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아니 선택해야 하는 하나의 (사회) 방향성을 엿본 듯 합니다. 무척 기분이 좋내요. 단지 소비시장만을, 경재력 있는 소비자만을 입맛대로 골라 찾아가는 몇몇 기업들을 이제는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어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불황기에 가장 빛나고 있는 기업들 중에 하나가 ‘패스트패션’이라고 하는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회사들이죠. 그들의 기본적 비즈니스 모델, 전략이라고 하는 것도 취향의 민주화에 대응하는 혁신의 스케일을 적용한 겁니다. IT기업과 패션업계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 수익구조 모델원리는 공통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 이 글은 비전 디자이너가 bloter.net에 기고한 글입니다. [...]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블로터닷넷이 댓글을 받지 않는 이유]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