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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해킹으로 보는 3가지 e메일 금기사항

2014.12.12

한 영화 제작사의 내부망이 해킹된 사건이 이렇게 사회문제로까지 번질 줄이야. 이번엔 에이미 파스칼 소니픽처스 공동 회장과 영화 제작자 스콧 루딘이 주고받은 e메일이 유출됐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고,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비난하기도 했다. e메일 내용을 들여다보면,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전기 영화 판권이 왜 소니픽처스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넘어갔는지까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소니픽처스가 가장 우려한 것은 임직원의 임금 정보 따위가 아니라 이처럼 은밀한 e메일이 언론에 유출되는 사태가 아니었을까.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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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종 차별 발언

인종 차별 발언이 섞인 농담은 삼가야 한다. 그 대상이 꼭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차별은 그 자체로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거대한 기업을 이끄는 회장이고, e메일을 주고받는 친구가 유명한 영화 제작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종 차별 발언은 e메일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음은 에이미 파스칼과 영화 제작자 스콧 루딘이 주고받은 e메일을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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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루딘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머니볼’ 등 대작 영화를 제작한 유명한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다. 에이미 파스칼 소니픽처스 공동회장과는 가까운 사이다. 이 둘은 친구 사이의 농담이랍시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e메일로 주고받았을지 모르지만, 부적절한 발언이니 e메일에 이 같은 언행을 포함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소니픽처스처럼 해커의 손에 e메일이 털릴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에이미 파스칼이 말한 ‘장고’는 흑인 노예 ‘장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백인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콧 루딘이 언급한 ‘12년’은 영화 ‘노예 12년’을 뜻하며, ‘버틀러’도 미국 백악관에서 34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을 보필한 흑인 집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가리킨다. ‘싱크라이크어맨투’와 ‘라이드 얼롱’ 역시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다. 스콧 루딘이 말한 배우 케빈 하트는 ‘라이드 얼롱’에 출연하는 흑인 배우다. ‘제프리의 아침식사’는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가 주최한 행사임을 뜻한다. 제프리 카젠버그 CEO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원 행사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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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파스칼 소이픽쳐스 공동회장

2. 기밀 사항 언급

기업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밀사항은 e메일에 넣을 때 신중해야 한다. e메일을 주고받는 이와 기밀사항을 논의해야 한다면 문서에 암호를 걸거나, 안전을 위해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되잖은가. 소니픽처스는 해킹으로 사업과 관련된 비밀을 단번에 세상에 공개해버렸다. e메일로 하지 않았다면, 설령 e메일이 유출됐어도 세상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를 제작하는 일이 왜 소니픽쳐스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넘어가게 됐는지 e메일 유출로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다.

원래 스티브 잡스 전기 영화는 소니픽처스가 제작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갈등이 오갔다. 이 내용이 고스란히 e메일에 담겨 있었다. e메일 속에는 결국 소니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넘긴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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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사진: Stemoc, CC BY 2.0)

3. 없는 사람 ‘뒷담화’

스콧 루딘: “난 재능도 없는 말괄량이 철부지 때문에 나의 커리어를 망치지는 않을 거야”

스콧 루딘: “데이비드가 일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안젤리나 졸리를 끌어내리는 것이 좋을 거야”

스콧 루딘이 에이미 파스칼에게 보낸 e메일에 들어 있는 문구다.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감독으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요구하는 안젤리나 졸리 때문에 스티브 잡스 전기 영화를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게 맡기려는 소니픽처스의 계획이 갈등을 빚었다.

마이클 드 루카: “평범한 크기의 성기 사이즈 때문에 기분이 나쁠 텐데”

마이클 드 루카는 소니픽처스 콜롬비아 스튜디오 대표다. 스티브잡스 영화의 주연으로 영화배우 마이클 패스밴더가 고려되기도 했는데, 마이클 드 루카는 마이클 패스밴더에 험담을 늘어놓았다. 마이클 패스밴더가 출연한 ‘셰임’이라는 영화를 꼬투리 잡았다. 영화 ‘셰임’에 등장하는 노출 장면을 붙들고 늘어진 저질 비난인 셈이다.

스콧 루딘: “그녀가 약을 했다면 도와주겠지”, “28세 양극성 미치광이”

스콧 루딘 제작자가 e메일에서 가리킨 ‘그녀’는 레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딸 메건 엘리슨을 말한다. 메건 엘리슨은 영화 프로듀서로 ‘그녀(Her)’와 ‘아메리칸 허슬’을 만들 수 있도록 투자한 것으로 헐리우드에서도 유명해졌다. 마약을 하지 않는 이상 이 영화에 메건 엘리슨이 투자할 리 없다는 식의 질 낮은 말장난이다. 레리 엘리슨 회장이 스티브 잡스의 친구라는 점을 의식해 메건 앨리슨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루딘: “당신은 이 영화에 대한 대처로 절반에 가까운 인물들과의 관계를 파괴했어”

소니픽처스의 스티브 잡스 영화 판권이 넘어가자 스콧 루딘 제작자의 분노가 치민 모양이다. 스콧 루딘이 에이미 파스칼에게 e메일로 쏘아붙인 내용이다.

e메일이 유출된 이후엔 빠르게 사과하기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할 일도 있다. 소니픽처스처럼 기업 내부망이 해킹되는 통해 고위 간부끼리 주고받은 e메일이 털렸다면, 빠르게 사과하는 것이 좋다. e메일 내용이 천박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면 더더욱. 애시당초 e메일에 천박한 표현이 없었다면 사과할 일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사과는 신속하되, 정중하고, 변명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지목하는 것도 좋다. 자신들이 주고 받은 e메일이 유출되자 에이미 파스칼 공동회장과 스콧 루딘 제작자는 즉시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알긴 했나보다.

에이미 파스칼 공동회장: 제가 쓴 모든 내용에 책임을 받아들이며, 기분이 상했을 모든 이들에게 사과합니다.

스콧 루딘 영화 제작자: 제가 공격했던 모든 분에게 절실하고도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후회하며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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