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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네이버 동영상, 외국에선 왜 안 나오죠?”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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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동영상, 외국에서는 못 보나요? 말레이시아와 호주에서 네이버 동영상 보려 했는데 ‘해당 지역에서 서비스 안 된다’며 재생이 안 되더라고요.” – 한종훈 독자(서울시 마포구)

얼마 전 해외 여행을 다녀온 독자분이 자랑 섞인 제보를 보내주셨습니다. 외국에서 네이버 동영상이 재생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셨습니다.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네이버가 해외 동영상 판권을 사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TV캐스트

▲네이버 TV캐스트

네이버를 비롯한 콘텐츠 유통회사는 콘텐츠 공급회사(CP)와 계약을 맺고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네이버가 돈을 들여 자체 제작한 웹툰이나 외국어 사전 같은 서비스는 네이버 마음대로 외국에서 이용하도록 놔둬도 됩니다. 하지만 방송 동영상 같이 빌려온 콘텐츠는 콘텐츠를 빌려준 회사가 시킨대로만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에서만 보여주기로 계약한 동영상은 외국에서 못 보게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콘텐츠 해외 판권, 나라별로 따로 계약

해외에 콘텐츠를 팔 때는 나라별로 계약을 따로 맺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미생’을 일본에 수출한다고 치죠. 저작권을 가진 CJ E&M은 일본 방송사와 판권 계약서를 씁니다.

여기서 ‘판권’이란 저작물을 사용할 권리를 뜻합니다. 저작물을 사용한다니 말이 조금 어렵습니다. 좀더 풀어 말하면, 저작물을 가진 사람과 계약해 그 저작물을 이용·복제·판매해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얘기입니다. 저작권을 산다면 ‘미생’ 드라마에 관한 모든 권리를 사는 것이지만, 판권을 산다면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만 산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tvN 8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미생' (출처 : tvN 웹사이트)

▲tvN 8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미생’ (출처 : tvN 웹사이트)

‘미생’을 일본에 방송하려면 일본 현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한국 직장 문화를 표현한 드라마가 일본에서 먹힐지부터 판단해야겠죠. 일본에서 예상 수익과 비용을 저울질한 뒤 콘텐츠를 유통해 이익을 남길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면, 어느 방송사를 통해 무슨 요일 몇시에 방송을 내보내고 재방송은 몇번까지 허용할지 꼼꼼히 따져서 판권 계약을 맺습니다.

현지 시장을 빠삭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할 때는 저작권자가 해당 국가에 판권을 도매급으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네이버는 내수 매체, 해외 판권은 보통 안 사

네이버는 방송국 등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빌려올 때 국내에 유통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맺습니다. 네이버뿐 아니라 다른 국내 포털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서비스인 유튜브도 나라별로 판권을 따로 계약합니다. 판권을 광범위하게 사들이면 그만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느 지역까지 서비스할지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겁니다.

네이버가 판권을 사지 않은 나라에서 접속하면 그 콘텐츠를 볼 수 없겠죠. 한종훈 님이 겪은 일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최서희 네이버 홍보실 차장은 “네이버는 대부분 내수로 서비스하다보니 교포가 많이 사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계약하는 경우가 있으나 말레이시아 같은 곳까지 서비스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판권 계약이 안 된 나라에서 접속하는 경우 접속한 IP 주소를 확인해 서비스를 제한합니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한국에서 접속한 것처럼 IP를 속인다면 외국에서도 국내용으로 계약된 콘텐츠를 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VPN까지 확인하는 서비스라면 어림없겠지만요.

판권 다툼, 때로는 이용자 불편으로 확산

얼마전부터 유튜브에서 한국 방송사 동영상을 못 본다는 소식, 들으셨을 겁니다. 한국 방송사 7곳이 뭉친 스마트미디어렙(SMR)이 유튜브와 맺은 판권 계약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는데, 유튜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유튜브는 그동안 광고 수익 가운데 45%를 방송사에 지급해 왔습니다. 방송사는 수익 배분 비중을 높이고 영상 편성권과 광고 영업권도 넘기라고 요구했습니다. 유튜브는 전세계에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며 이를 거부했죠. 결국 콘텐츠 판권 계약이 끊긴 유튜브는 SMR 소속 방송사의 콘텐츠를 내릴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이처럼 콘텐츠 해외 판권 계약은 사업적인 관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과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지만, 이런 틈새가 사업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드라마피버라는 스타트업은 한국 드라마 판권을 사 미국에 방송하며 월방문자가 200만명이 넘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2년 유튜브 설립자 스티브 첸과 구글에게서 450만달러를 투자받고, 2014년 10월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됐습니다.

[새소식]

네이버 홍보실에서 기사가 나간 뒤 연락을 줬습니다. 내부에서 확인해보니 기사 내용과 사실이 어긋난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사 본문에 “네이버가 해외 동영상 판권을 사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버 동영상이 외국에서 안 나온다는 설명은 틀렸습니다. 네이버는 애초에 콘텐츠 공급회사(CP)와 판권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서희 네이버 홍보실 차장은 “네이버는 판권 계약은 안 하고 광고 계약만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폭넓은 판권에는 손대지 않고, 동영상 콘텐츠에 붙는 광고에서 나오는 수익을 몇대몇으로 나눌지만 계약한다는 얘기입니다.

네이버에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각 콘텐츠마다 서비스 지역을 제한하는 일은 모두 CP가 직접 한다고 합니다. 네이버가 지역에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최서희 차장은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CP가 지역 IP를 차단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외국에서 어떤 동영상을 네이버를 통해 보여줄지 말지 결정하는 건 방송사를 비롯한 CP고, 네이버는 서비스에 지역 제한을 걸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4년 12월17일 오후 6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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