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걷으려던 스페인 언론, 백기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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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공급하며 근근이 먹고 사는 언론사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피땀 흘려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사지만, 기사 콘텐츠로 돈을 버는 쪽은 언론사가 아니라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이라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는 종종 포털에 ‘제값을 달라’고 시위를 벌였다. 보통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지만 너무 앞서 나간 바람에 제 목줄을 움켜쥔 경우도 생겼다.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AED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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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언론사, “검색 결과에 기사 보여주려면 돈 내”

지난 10월 스페인 의회는 일명 ‘구글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검색 엔진이나 콘텐츠 큐레이션 웹사이트가 기사 제목과 링크를 노출할 때마다 언론사에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법이었다. 짧은 기사 요약문(snippet)만 보여줘도 마찬가지로 돈을 내라고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60만유로(8억2천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이 구글을 직접 가리키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검색 시장을 구글이 독차지하다시피했기 때문에 구글세 법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글세 법안은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가 의회에 로비를 벌인 결과였다. 이들은 스페인 독자가 신문이나 잡지를 사보는 대신 구글에서 기사를 찾아 읽으면서 2007년 20억유로에 달했던 광고 수익이 2013년 절반 아래인 7억유로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겉보기에는 언론사가 구글과 싸움에서 이긴 것처럼 보였다. <인디펜던트>는 “법안이 통과되면 신문업계가 8천만유로(1100억원)를 추가로 벌어들일 것”이라는 법안 지지자의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구글이 강수를 두면서 언론사와 구글의 입장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구글, “뉴스 수익도 안 나는데, 돈 내면서는 서비스 못 해”

구글은 스페인 사례가 유럽 다른 나라에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색 전문매체 <서치엔진랜드>는 스페인이 (구글에게 돈을 받는데) 성공하면 유럽 다른 나라에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구글은 스페인 구글세 법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구글은 수익도 안 나오는 구글뉴스를 공익적인 목적으로 서비스해왔는데, 스페인 법이 저작권료를 내라고 못 박으니 더이상 스페인에서 구글뉴스를 운영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2월16일(현지시각)부터 구글뉴스에서 모든 스페인 언론사를 뺐다.

파장은 컸다. 웹 분석회사 차트비트는 스페인 언론사로 흘러가던 외부 트래픽이 두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작은 언론사부터 스페인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언론사까지 50개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모아보니 외부 유입 트래픽이 평균 10~15%가량 떨어졌다.

구글이 강경책을 펼치자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는 꼬리를 내렸다. 스페인 신문발행인협회는 “구글뉴스 같이 시장 지배적인 서비스가 문을 닫으면 스페인 국민과 산업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라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기가 밀어붙인 규제안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퇴로 없이 밀어붙이다 백기투항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요구한 곳이 스페인 언론만 있는 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 언론도 스페인에 앞서 구글에 뉴스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스페인과 달리 두 나라는 유연하게 협상에 나서 절충안을 마련했다.

프랑스에서는 구글이 단편적인 뉴스에 사용료를 내지 않는 대신 언론지원 기금으로 6천만유로를 내놓고 구글 플랫폼에 언론사 광고를 실어주기로 했다. 독일은 스페인처럼 포털에 뉴스 사용료를 물리는 강력한 인접저작권 법안을 내놓았지만, 의회에서 법안을 다듬으며 뉴스 링크와 짧은 발췌문에는 사용료를 면제하는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구글을 압박하면서도 실리를 잃지 않는 중간 지점을 찾았지만 스페인을 그렇지 못했다. 스페인 의회가 통과시킨 법은 검색엔진에 언론사 기사가 링크될 경우 해당 언론사가 반드시 저작권료를 받으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언론사는 구글세 법안을 물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페인 문화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장 철수 선언 직전인 11일 이후 구글과 만난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뒤로 접촉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스페인 정부가 발벗고 나선다고 해도 올해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몇달 전에 만든 구글세 법을 무효로 돌릴 만한 명분이 없다. 또 의회가 소집된다고 해도 법을 처리하려면 몇주 이상이 걸린다. 빨라도 내년에야 구글뉴스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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