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산자 간의 경쟁에서 뉴스 유통 플랫폼 간 경쟁 국면으로 전환.’

2014년의 디지털 뉴스 생태계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2014년 이전까지 언론사를 포함한 국내의 뉴스 생산자들은 네이버 뉴스 서비스와 뉴스 검색 입점에 사활을 걸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사로 선정되면 막대한 트래픽을 얻을 수 있고, 뉴스 서비스 제휴사에 포함되면 월간 전재료라는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브랜드 노출은 덤이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이 같은 매력에 국내 언론사들은 네이버 문 앞에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디지털 자생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언론사가 돈과 트래픽을 한꺼번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을 거부할 리 만무했다. 너도나도 네이버 뉴스 및 뉴스 검색 제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네이버 입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언론사와 네이버 간 갈등이 수시로 불거졌다. ‘어느 언론사는 입점 시키주면서 왜 우리는 안 되느냐’라는 식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네이버 조지기‘ 기사를 양산하며 위력을 가하기도 했다.

2014년은 이러한 뉴스 생산자 간 입점 경쟁 구도에 작은 균열이 발생한 시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토픽‘, 구글 ‘뉴스스탠드‘ 등 대안 뉴스 플랫폼의 등장은 네이버 종속성에 불만을 가져온 언론사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우고 있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던 카카오토픽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토픽.

다음카카오 ‘카카오토픽’.

카카오토픽은 다음카카오가 올해 9월24일 출시한 뉴스 큐레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안드로이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iOS 앱도 내놓았다.

카카오토픽은 정식 출시 전까지 네이버 대안 뉴스 채널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알고리즘 편집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유명 블로그나 신생 미디어에도 손을 내밀었다. 뉴스 콘텐츠의 다양성을 살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언론사도 우호적이었다. 네이버 입점 경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너도나도 카카오토픽의 부름을 기다렸다. 언론사끼리 카카오토픽의 제휴 문서를 공유하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에 카카오토픽 측은 서비스 관련 문서를 e메일로 전달하지 않고 프린트로 출력해 제휴사에 제공했다. 카카오토픽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건 별로 없었다. 한껏 부푼 기대감은 카카오토픽이 출시되자마자 이내 꺼져버렸다. 사용자들은 모바일에서도 여전히 네이버로 향했고, 카카오토픽의 모객 전략은 처참히 짓밟혔다. 카카오토픽은 출시 이후 월 활성사용자 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장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안드로이드의 등에 올라탄’ 구글 뉴스스탠드

2014년 12월11일 국내에도 출시된 구글 플레이 뉴스스탠드.

2014년 12월11일 국내에도 출시된 구글 플레이 뉴스스탠드.

국내 뉴스 유통 경쟁에 구글도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 12월11일 구글 플레이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국내에도 정식 출시했다. 구글은 2013년 구글 플레이 매거진과 구글 커런트를 통합해 ‘뉴스스탠드’라는 서비스를 일부 국가에서 선보였다. 2014년 12월, 구글은 이 서비스를 한국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구글 뉴스스탠드는 카카오토픽의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 뉴스스탠드는 글로벌 수준에서 5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구글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다. 카카오토픽처럼 알고리즘으로 편집해 맞춤형 뉴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구글 특유의 기술력이 접목돼 편리한 뉴스 구독을 지원해준다.

네이버가 국내 뉴스로 입점 범위를 한정했다면 구글 뉴스스탠드는 글로벌 뉴스까지 구독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글 플레이라는 강력한 앱스토어 플랫폼이 지원사격까지 가한다. 네이버에 뿔이 나 있는 언론사들은 신중하면서도 우호적으로 구글 뉴스스탠드를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일부 주류 언론사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관망하고 있는 현실은 구글의 약점을 반영한다.

성패는 ‘얼마나 유익하냐’에 달려 있다. 사용자들의 관심을 유혹하지 못하는 이상 구글 뉴스스탠드는 그저 그런 대안 채널의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급이 압도적인 한국 시장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뉴스스탠드의 성공을 낙관하긴 어렵다.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네이버 앱을 켜고 있다.

구글은 네이버에 밀려 국내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본 전력이 있다. 모바일에선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검색만큼은 네이버에 철저히 밀려났다. 유튜브 정도만이 네이버를 압도한 유일한 서비스다. 그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서 구글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 영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뉴스 유통서 네이버 위상은 건재

IMG_2749

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한 네이버 뉴스의 위상

독립적인 뉴스 모바일 플랫폼은 아직 국내외에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도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는 페이스북의 ‘페이퍼’ 앱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페이스북 페이퍼 앱이 등장하자마자 전세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조차 독립 뉴스 앱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네이버도 뉴스만을 위한 독립적인 모바일 앱을 내놓지는 않는다. 국내로 국한할 경우 뉴스만 소비하는 사용자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네이버는 잘 알고 있다. 페이퍼 앱의 실패,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 전략이 카카오토픽과 구글 뉴스스탠드에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네이버 뉴스 소비 그 이상의 경험을 내놓지 못한다면 실패는 예견돼 있다는 메시지다. 평범한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엣지’가 되기 어렵다.

뉴스 유통 플랫폼 경쟁이 시작됐지만 압도적 뉴스 트래픽 유발자로서 네이버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다. 뉴스 검색 내 클러스터링 적용으로 수많은 국내 언론사의 희비가 교차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음 뉴스 검색과는 판이한 반응이다. 신생 대안 뉴스 플랫폼 사용자도 네이버에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 네이버가 PC웹 시대와 같은 압도적 위상을 향후에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2014년, 틈은 벌어졌다. 그 틈을 구글과 다음카카오가 치고 들어왔다. 경쟁도 시작됐다. 언론사를 포함한 뉴스 생산자들은 더 치열한 플랫폼 경쟁이 벌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뉴스의 몸값을 높이는 길이다. 2015년은 거대 플랫폼끼리의 결투가 본격적으로 치러지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 생산자들의 얼굴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dangun76@gmail.com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입니다. 이메일은 dangun76@mediati.kr 트위터는 @dangun76 을 쓰고 있습니다. '뉴스미디어의 수익모델 비교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관련 분야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저서로 '트위터 140자의 매직', '혁신 저널리즘'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mediagotosa/)에서 더 많은 얘기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