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썩 좋지 않은 소식이 많았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나 영업정지 같은 요인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삼성의 독주 체제가 정점을 찍었고 그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우려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 팬택은 회사의 존폐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안드로이드 시장의 성숙기는 너무나 빨리 찾아왔고, 때마침 아이폰의 큰 화면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올 한 해 4대 제조사의 희비를 되돌아봤다.

삼성전자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삼성전자는 올해 썩 달갑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제품도, 시장도 올해는 삼성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갤럭시S5’의 디자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색깔을 찾았다. 이는 브랜드에는 좋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 제품과, 또 다른 시리즈들과 비슷하다는 문제도 있다. 갤럭시S5도 지난해 나온 ‘갤럭시S4’처럼 디자인이 엇비슷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전 제품들의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새 제품에 대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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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구멍을 뚫은 뒷판이었다. 제품 발표와 동시에 이를 ‘밴드’에 빗댄 패러디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썩 예쁘지도 않다’는 식으로 흘렀다. 갤럭시S5는 하드웨어를 앞세우는 마케팅보다 사용성과 헬스케어를 앞세운 제품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요구 사항을 잘못 짚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출시와 동시에 통신사의 영업정지 철퇴를 맞았고, 보조금을 주는 데 눈치를 봐야 하는 시장 분위기로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두고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에서 신흥 강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삼성은 헬스케어와 고급화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이 될 것이라고 짚었지만 웨어러블 기기와 헬스케어는 업계의 기대와 달리 잘 뜨지 않았다.

시장이 하드웨어 성능에 무심한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은 그동안 삼성이 가장 잘 해 왔던 고성능의 하드웨어에 값은 싼 제품이었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안정화되면서 스마트폰 품질도 엇비슷해졌다.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성능에 값은 절반인 제품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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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위험 신호가 떨어진 것은 3분기 실적발표였다. 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9.7%, 영업이익은 60.5%나 떨어졌다. 국내 시장의 부진도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도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3~5위 기업들과도 별로 차이를 벌리지 못했다.

위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올해는 스마트폰 붐이 가라앉아가고 있고 제조사별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2년~2013년 사이, 삼성전자가 세상을 다 집어삼킬 것처럼 튄 실적이 오히려 비정상이고 이제서야 제 궤도를 찾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4분기, 그리고 2015년도 아직 딱히 호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 초를 장식할 ‘갤럭시S6’가 그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에 중요하다.

팬택

비싼 스마트폰이 잘 안 팔리는 분위기, 그리고 보조금을 둔 영업정지로 올 상반기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그 어느때보다 뚝 떨어졌다. 영업정지와 단통법으로 가장 강한 규제를 받은 건 바로 팬택이다.

팬택은 3월, 자금 불안정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리고 곧바로 통신 3사의 45일간 영업정지가 시작됐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통신 업계도 팬택을 걱정하긴 했다. 영업정지로 번호이동과 판매가 줄어들게 되면 단말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어려워질 것이고, 국내 시장만 쥐고 있는 팬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팬택을 위해서도 영업정지를 줄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 의도야 어쨌든 ‘악어의 눈물’ 정도로 비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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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월, 이준우 팬택 대표는 기자들 앞에 섰다. 당장 통신사들에게 내주어야 할 채무 4800억원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팬택 채권단은 이 비용을 통신 3사가 출자전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채무를 돈 대신 회사 지분으로 갚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 빚 자체가 영업정지 기간 동안 내린 단말기 출고가와 대란 기간동안 부은 마케팅 비용이었다. 결국 물건 팔고 빚만 진 셈이다.

통신사들은 결국 출자전환은 거부했고, 시장 분위기에 밀려 4800억원대 채무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리고 팬택은 곧 워크아웃을 벗어나지 못하고 법정관리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영업정지 이후 팬택의 단말기를 1대도 사주지 않았다. 통신 3사 외에는 제품을 팔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재고는 쌓이고 자금은 그대로 묶였다. 직원 월급은 물론이고 협력사들에게 대금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통신사들은 냉정했다.

결국 팬택은 지금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선뜻 인수하겠다는 새 주인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신제품 ‘베가 팝업노트’를 35만원대에 내놓고 반나절만에 다 팔아치우면서 팬택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전략적으로 나온 가격이라기보다 자금 회전 때문에 원가 수준에서 판매한 것에 가깝다.

현재 팬택의 살 길은 새 주인을 찾는 것 뿐이다. 기술의 해외 유출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팬택에 투자를 하려는 움직임도 썩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도 팬택의 위기에는 손을 놓고 있다. 응원의 목소리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을 회생할 수 있는 특효약은 아직 팬택 앞에 보이지 않는다.

LG전자

LG전자는 큰 사건 없이 무난한 한 해를 보냈다. 연초에는 구글과 합작해서 만든 ‘넥서스5’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긴 했지만 군더더기를 빼고 30~40만원대에 나온 제품이 90만원대 제품들과 전반적으로 견줄만하다는 것은 시장에 꽤 큰 영향을 끼쳤다.

연일 터지던 보조금 대란의 총알이 LG전자를 향하기도 했다. LG전자로서는 비슷한 조건을 갖춘 ‘G2’와 넥서스5의 가격 차이를 두고 과다한 수익을 남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고, 양쪽 기기간에 간섭도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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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전자는 ‘G3’로 그간 스마트폰 시장의 수모를 벗었다. 갤럭시S5가 썩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에 비해 G3는 간결함을 앞에 내세우면서 신선하다는 인상을 줬다. 또한 넥서스 기기를 만들면서 쌓은 기술들이 소프트웨어에 더해지면서 LG전자가 매만진 안드로이드도 최적화에서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올해 실적도 좋다. 3분기 매출은 14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4613억원이다. 삼성전자에 비하면 한창 적긴 했지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나 올랐다. 하지만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세계 시장에서 반짝 5위권에 드나 했더니 최근 발표된 가트너 3분기 스마분폰 분석 자료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온 샤오미에 밀려 5위권에서 밀려났다. 구글과 협력해오던 넥서스 스마트폰도 모토로라에 넘겨주면서 G 브랜드 하나에 모든 걸 기대게 됐다.

최근 LG전자는 G와 G프로 라인의 경계가 애매해진 만큼 ‘G프로3’ 대신 ‘G4’로 바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G시리즈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G프로와 ‘뷰’ 시리즈 등 다른 시리즈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이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에 따라 2015년 LG전자의 방향성이 정해질 듯하다.

애플

올해 애플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격을 앞세운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애플은 올해 하나 남은 빗장을 풀었다. 큰 화면이다.

4.7인치, 그리고 5.5인치 화면을 가진 아이폰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커지는 화면에 앱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앱 생태계에 화면 레이아웃 설정에 손을 댔고, 이제는 비밀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미지가 유출되면서 아이폰 화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지만 실제 제품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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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수요가 너무 많아서 기다려서 사야 했다. TLC메모리, 밴딩게이트 등 잡음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아이폰6’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애플로서는 작은 화면 크기를 오랫동안 고집하긴 했는데 큰 화면을 내놓은 시기가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간 안드로이드 진영이 아이폰과 차별을 두기 위해 강조해 온 ‘큰 화면’이 최근 2~3년 사이에 완전히 시장에 정착했고, 애플은 이 시장에 마케팅 하나 없이 ‘레티나HD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무혈입성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 정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애플의 4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랫만에 제품 출시일에 밤샘 대기줄이 섰고, 제품을 구하지 못해서 한 달씩 기다려 아이폰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쓰다가 큰 화면 때문에 안드로이드로 쏠렸는데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면서 다시 넘어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리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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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