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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날씨가 추우면, 스마트폰도 어나요?”

2014.12.24

‘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IT에 관한 질문,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블로터 흥신소는 공짜이니까요. e메일(sideway@bloter.net),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 (@bloter_news) 모두 열려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배터리가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지기도 하나요? 차 창문 옆에 스마트폰을 두고 출근을 하다 보면, 스마트폰이 자꾸 꺼집니다.” – 유근희 독자(의왕시)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지는 증상을 경험하셨다면, AS센터를 방문하시는 게 좋습니다. ‘블로터 흥신소’보다는 그편이 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유근희 독자는 “AS센터에 가보니 온도가 낮으면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질문에 덧붙여 주셨습니다. AS센터는 이미 다녀오셨군요. 그럼 이제 ‘블로터 흥신소’ 차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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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우면 배터리 효율 떨어져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AS센터 쪽 얘기가 맞습니다. 온도가 낮으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연구소에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소모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내부와 메인보드 사이에 전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스키장에 가거나 추운 곳에서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스마트폰은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를 씁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극과 전해액으로 이루어져 있죠. 전자를 흐르도록 해주는 액체 유기 용제를 사이에 두고, 전자를 가두거나(충전) 내놓는 것(방전)이 배터리의 기본 원리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온 상태에서는 고온 상태일 때와 비교해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 이온 활동이 둔해지는 탓이지요.

2007년 전력전자학회 추계학술대회 논문집에 실린 ‘온도를 고려한 리튬이온 프레시 배터리의 특성 분석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25도일 때보다 13도일 때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이 13%나 적게 측정됐다고 합니다.

배터리 소모 시간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배터리 효율 자체도 줄어드는 셈입니다. 분명히 1시간 정도는 버틸 만큼의 배터리 잔량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추위에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져버린 건 바로 이런 현상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연구소 연구원은 “스마트폰을 구동하기 위한 전압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꺼졌을 수도 있다”라며 “이는 전압을 받아들이는 쪽과 전압을 내보내는 쪽에서 온도 때문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추운 겨울엔 화면도 ‘꽁꽁’

요즘처럼 날씨가 추우면 배터리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액정디스플레이(LCD, Liquid Crystal Display)를 쓰는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이 매끄럽게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터치해 넘기거나 동영상을 볼 때 화면이 평소와 달리 느리게 움직이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역시 낮은 온도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화면도 전극 사이에 액정이라는 물질로 빛을 내는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추운날 디스플레이 응답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주로 LCD 화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LCD가 온도가 낮아지면 액정의 점도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원래는 액정이 물 같은 상태라면, 낮은 온도에서는 마치 기름이나 꿀처럼 끈적끈적해지는 것이죠.”

김재훈 한양대학교 정보디스플레이공학과 교수는 “만약 물체가 물과 꿀 속에서 움직이는 상황을 생각해볼 때, 물과 꿀 속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속도는 다르다”라며 “온도 의존성이 있는 액정 물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압으로 액정 분자를 움직여 밝기를 조절하는 것이 LCD 화면의 동작 원리입니다. 온도가 낮아져 액정의 점도가 증가하면, 전압을 인가했을 때 평소보다 액정의 반응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할 때 화면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넘어가는 경험을 했다면, “아, 액정의 점도가 증가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낮은 겨울철 온도는 LCD 화면의 동작 성능뿐만 아니라 색 표현력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굴절률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굴절률이란 빛이 액정에 입사하는 각도를 말합니다. LCD는 제대로 된 색을 표현하기 위해 조정을 거친 상태로 출고됩니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굴절률 값이 변해 색 표현 능력이 평소와 다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김재훈 교수는 “보통 LCD는 영하 20도에서 영상 60~70도까지는 동작을 하도록 설계된다”라면서도 “하지만 영하 20도에서 완벽히 동작한다는 말은 아니고, 화면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기온은 예년 평균보다 3~4도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험난한 겨울이 예상되는 만큼 스마트폰에도 올 겨울은 좀 가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마트폰에도 따뜻한 겨울용 보금자리 하나 장만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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