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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센터’ NSA…부인·애인 전화번호부도 뒤져

2014.12.26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쾌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놓았다.

NSA는 감시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12월25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ACLU)이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근거로 NSA에 제기한 소송에 따른 조치다.

NSA가 대통령 해외정보자문단에 제공한 2001년 4분기부터 2013년 2분기까지 12년치 분기 보고서 및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치 연간 보고서 47건이 공개됐다. 등장 인물을 특정할 수 없도록 수정된 이 보고서에는 NSA가 법망 밖에서 벌인 부적절한 감시활동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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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A는 해외감시법(FISA)에 해외 감시대상에 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미국인을 감시하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보고서에 따르면 NSA는 미국인의 e메일을 훔쳐보고, 파기해야 할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 능력을 오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도 있었다. 2013년 한 분석가는 원래 감시해야 할 해외 감시대상 대신 자신을 감시하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정보가 지워져 있어 불법 감시활동이 정확히 얼마나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여자친구 바람 피우나 감시하기도

2012년에 한 여성 NSA 분석가는 남편의 개인 휴대폰 주소록을 몰래 들여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석가는 “활동을 중지하도록 통보”받았다.

NSA 감찰관이 2013년 상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찰스 그래슬리에게 보낸 서한에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의도적인 오용” 사례 12건이 보고됐다.

한 미군 정보기관 요원은 해외 주둔 중에 아내의 통신 내역을 감시했다. 법 위반이다. 이 요원은 군 재판에 회부돼 계급 강등과 복무 45일 연장, 2달간 봉급 절반을 압류당하는 처벌을 받았다.

2003년 한 민간인 직원은 허가 없이 한달 가까이 외국인 여자친구의 전화번호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여자친구가 바람 피운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조사가 끝나기 전에 NSA를 관뒀다.

보고 의무 위반…알아서 ‘쉬쉬’

감시 활동을 보고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사례도 드러났다. NSA는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경우 해외정보자문단과 국가정보국장(DNI)에게 보고해야 한다.

NSA는 해외에 있던 감시대상이 미국에 들어와도 감시를 계속했다. 따로 허가를 구하는 절차는 멋대로 생략한채 말이다. 몇몇 분석가는 수집한 정보를 허가받지 않은 다른 분석가에게 보내기도 했다.

NSA

NSA 대량 감시 막는 법안은 좌절

미 의회는 NSA의 대량 정보수집 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려 검토했으나 끝내 법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통령 직속 인권감시위원회(PCLOB)는 지난 1월 238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 시민의 전화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NSA 대량 감시 프로그램이 테러 공격을 막는데 아주 적은 도움만 준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NSA에게 족쇄를 채울 법안은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은 지난 11월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국자유법은 미국인의 전화 통화 내용을 수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했다. 법안 반대를 주도한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 법안은 테러 음모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낸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가 NSA가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오용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패트릭 토미 미국시민자유연맹 국가안보 프로젝트 담당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NSA를 통해 정보를 쓸어 담았다”라며 “이 감시활동은 미국민의 정보를 NSA 손아귀에 쥐어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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