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넥스트여, ‘훌륭한 개발자’가 ‘기능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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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인공지능은 왜 필요할까? 언뜻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이 질문 속에서는 훌륭한 개발자가 갖춰야 할 여러 조건들이 함축돼 있다.

먼저 전자를 보자.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산업에 핫키워드로 등장한 지 오래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바이두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관련 알고리즘 기술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몸값을 좌지우지하는 지표로 활용되고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인공지능 기술이 왜 필요할까에 대한 질문에 개발자들은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덜 고민한다.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지적 호기심만 제시할 뿐이다. “인간은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으며, 대체될 수도 있다”는 스티븐 호킹의 경고 메시지에도 아랑곳 않는다.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을 도외시한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과연 훌륭한 개발자일까?

NHN넥스트 설립 때 네이버의 고민

2012년 NHN넥스트 개교 전 블로그에 올린 커리큘럼 도식.(출처 : NHN넥스트 블로그)

2012년 NHN넥스트 개교 전 블로그에 올린 커리큘럼 도식.(출처 : NHN넥스트 블로그)

NHN넥스트는 네이버가 훌륭한 개발자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2011년 재단을 설립하고 2013년 첫 입학생을 맞을 때까지 네이버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기존 소프트웨어 교육 기관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대안 대학’으로 결론을 내렸다. 적절히 타협하느니 직접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보자는 안이었다.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현장형 인재를 직접 키워내겠다는 선언이었다. 국내에 수많은 공대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학위도 수여할 수 없는 NHN넥스트를 설립을 감행한 이유였다.

NHN넥스트 교수진은 이를 위해 미국 올린공대를 찾아갔다. 2012년 5월의 일이다. 올린 공대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경영학, 인문학, 예술을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MIT, 스탠포드를 합격한 학생들이 올린 공대로 입학할 만큼 미국에서도 정평이 난 대학이다.

올린 공대의 교육철학은 NHN넥스트의 현장 중심 교육, 인문학 병행 커리큘럼에 투영됐다. 또 하나의 공대가 아닌 학생들의 개인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기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현장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요 기치로 내세웠다. 교육 목표는 ▲현장 교육 ▲이론 강화 ▲인간·사회·가치에 대한 이해로 설정됐다. 초대 총장인 김평철 전 네이버 CTO는 2013년 1월 입학식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넥스트의 성공을 좀 다른 방식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졸업하고 얼마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급여를 얼마 받고, 창업하여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가 넥스트의 성공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들이 여러가지 형태로 만들어 내는 가치와 그것의 지속가능성으로 측정하게 될 것입니다.”

NHN넥스트 설립에는 이처럼 이론 중심의 기존 공대 교육에 대한 성찰, SI나 B2B 소프트웨어 중심의 학원 교육에 대한 비판 정신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용자를 고려한 일반사용자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 육성, 그것을 목표로 삼았다. NHN넥스트의 설립 취지문에도 잘 드러나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전공 과목 외에도 개발자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학을 배우고 기업가와 조직원으로서 사업적 마인드를 갖고 주변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관련 과목도 배우게 된다.”(NHN넥스트 브랜드북 27쪽)

그 덕에 많은 언론들은 “네이버가 하면 다르다”라는 평을 내놓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1기 모집에 1100명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룬 것도 이러한 취지가 공감을 불러일으켜서였다.

갑자기 바뀐 NHN넥스트의 교육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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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NHN넥스트의 교육 철학은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었다. ‘현장’을 강조하는 취지는 동일했지만 ‘현장만’ 중시하는 교육 과정으로 바뀌었다. 외부 기업의 교육 로드맵을 NHN넥스트 내부에서 완수하는 프로젝트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훌륭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인문사회학적 소양 교육은 제공되지 않거나 축소된다.

이는 김평철 초대 학장이 2013년 입학식사에서 선언했던 취지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소프트웨어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기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기능적 개발력 배양이 주 과제가 됐다. ‘얼마나 좋은 회사로 들어가 급여를 받는지로 넥스트의 성공을 측정하지 않겠다’는 그의 약속은 사실상 내버려졌다.

입학생 정원도 줄어들었다. 2013년 120명에 달하던 1기 입학생의 정원은 2015년 10여명으로 감축됐다. NHN넥스트 폐지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학중인 학생들은 지난 12월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넥스트 폐지를 철회하고 기존처럼 나이와 전공에 상관 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해 NHN넥스트 쪽은 “기존 학교와 달리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곧장 사용자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현장형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 재단 설립 이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 속에는 올린대학을 벤치마킹했던, 기존 소프트웨어 교육 체계를 비판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김평철 초대 학장의 훌륭한 개발자론도 포함돼 있지 않다.

12월26일 통화한 김효정 NHN넥스트재단 사무국장은 “인문사회학 전공 축소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NHN넥스트 교수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3기 교육 과정부터 비판적 사고, 물리학 등이 빠지고 프로젝트 위주의 코딩으로 다시 짜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NHN넥스트 파행의 중심에는 대웅제약 창업주의 3남 윤재승 현 이사장은 서 있다. 그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2012년부터 NHN 사외이사 등을 맡으며 네이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윤 이사장은 결정적으로 소프트웨어도 교육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4년 간의 검사 생활 뒤 가업인 대웅제약에 복귀해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다. 잠시 형에게 밀려나 ㈜대웅의 대표로 있던 시절 네이버와 인연을 맺었다. 그럼에도 그는 어디까지나 제약 경영에서 수완을 발휘한 인물일 뿐이다.

훌륭한 개발자를 양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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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 네이버가 NHN넥스트를 통해 키워내려했던 훌륭한 개발자상은 무엇이었을까. 김평철 학장의 발언과 설립 취지문을 종합해보면 ①이론이 탄탄하고 ②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③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통합형 인재였다.

NHN넥스트의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는 ①과 ③이 빠져 있다. 일반사용자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 ‘가치의 영역’을 교육과정에서 삭탈한 것이다. 네이버가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해 길러내고자 했던 훌륭한 개발자의 인재상과도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엠마뉴엘 더먼 콜럼비아대 교수는 2009년 금융공학자들을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내 작업이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들 중 어떤 것은 내 인식을 넘어선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썼다. 금융 모델러가 개발한 알고리즘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귀결되는 사태를 지켜보며 써내려간 반성문이기도 했다.

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개발자들에게도 들어맞는다. 특히 일반사용자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이들에게 자신의 손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고려하는 마인드는 필수적이다. 페이스북의 감정전이 실험처럼 개발자들에겐 일상이었던 행위가 사용자들에겐 불쾌감과 분노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NHN넥스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갖춰야 할 인문학적 소양을 배제한 배경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NHN넥스트가 자랑해온 ‘한국판 올린공대’라는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인재를 길러내겠다”던 김평철 전 학장의 약속도 거짓이 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NHN넥스트는 ‘훌륭한 개발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따져야 할 교육기관이다. 그것은 숙명이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교만, 코드가 만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과신, 그것을 경계하고 성찰하기 위해선 인문학 교육의 병행은 필수적이다. NHN넥스트가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대목이다. NHN넥스트의 최근 행보가 위험해 보이는 까닭이다.

[새소식]

이 기사와 관련해 네이버 쪽에서 추가 입장을 <블로터>에 밝혀왔습니다.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NHN넥스트 문제와 관련해 네이버 쪽에서도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라며 “현재 네이버 이사회에서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12월29일 오전 11시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