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Mi4’를 내놓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샤오미의 경쟁력과 위기는 ‘복제’와 ‘특허’에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다. 최근 그것들이 하나둘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샤오미는 특허와 복제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샤오미는 에릭슨과 특허 문제를 놓고 인도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 12월11일 인도 델리 고등법원은 샤오미가 에릭슨의 3G 통신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판매와 수입을 막았다. 샤오미는 특허 문제가 해결된 퀄컴 칩을 썼기 때문에 에릭슨 기술을 무단으로 쓴 게 아니라고 반박해 일주일만에 판매를 재개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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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판매 재개는 퀄컴 칩을 쓴 Mi4 등 상위 제품들에 한해서다. ‘홍미노트’처럼 인도에서 주력으로 팔아야 하는 100달러대 저가 제품은 미디어텍 칩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판매가 막혀 있다. 이는 샤오미가 특허에서 마냥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다만 칩셋을 구입해서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통신 특허 침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과거 애플과 삼성의 통신칩 소송도 결국 아이폰의 모뎀 칩을 만든 회사의 상황이 달라진 것에 대한 특허 문제를 놓친 것이 꼬투리를 잡혔을 뿐, 대부분 인정받지 못했다. 미디어텍이든 퀄컴이든 칩 문제로 샤오미의 발목을 잡는 건 쉽지 않다. 아직 샤오미의 특허 전쟁에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샤오미는 여전히 ‘복제’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끌어가고 있다. 이는 샤오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4일 신제품을 발표한 메이주도 그렇다. 메이주는 중국에서 넘쳐나던 애플 아이팟 카피 회사 중 하나로 시작했다. 하지만 ‘복제를 예술로 승화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품질을 높였고, 서서히 자기 색깔을 녹여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의 중심은 복제다. 메이주는 미디어들에게 보내는 신제품 발표회 초대장에 ‘아이폰5C’의 뒷판을 함께 넣어 보내고, 실제 발표된 제품도 아이폰5C의 이미지를 그대로 본떴다. 시장은 이런 중국의 노골적인 카피 제품을 재미삼아서 보고 있지만 그 자체가 샤오미나 메이주 같은 기업에는 디자인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세계 시장에 브랜드를 공짜로 알리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특허 소송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지만, 중국 내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해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걸만한 강심장을 가진 회사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이 기업들은 세계적 관심과 달리 중화권 외 수출을 조급하게 추진하지도 않는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해당 업체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게 제품을 낸다. 복제된 당사자는 속이 끓고 있을 게다. 누구도 서로 입밖에 내지는 않는다. 이 상황이 현재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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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걱정스러운 이야기도 있다. 2015년 중국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은 더 좋아질 것이다.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부품 주문량을 늘리면 당연히 부품의 단가는 그에 반비례하게 마련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그렇게 많은 양을 찍어내지 않고 있는데도 완제품 가격이 한국이나 미국에서 만드는 제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샤오미는 생산량이 늘어나면 퀄컴에, 미디어텍에 더 낮은 공급 단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샤오미는 이번 분기 들어 삼성, 애플에 이어 3대 제조사로 떠오른 만큼 칩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PC시장에서 레노버가 빠르게 성장한 것과 똑같은 그림이다.

어쨌든 현재 샤오미는 ‘떴다’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12월29일에는 11억달러를 새로 투자받기도 했다. 단순히 큰 돈을 투자받았다는 점보다도 회사 자체의 가치가 460억달러로 인정받았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 아직 상장하지 않았지만 돈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 상장할 수 있을만큼 샤오미는 더 다져지고 있다. 지금은 애플을 베껴서 만든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시장이 넓어지고, 돈이 많아지면 곧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역량을 갖게 된다. 특허 문제도 빠르게 풀어낼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 내수만 안고 가도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때가 샤오미가 중국 밖으로 나오는 때다.

샤오미는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를 진두지휘하던 휴고 바라를 데려온 바 있다. 필요할 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라는 얘기다. 그게 그렇게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유가 생기면 사업 분야를 넓히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벌써부터 샤오미가 전기차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TV와 PC 영역은 이미 발을 담갔다. 벌써부터 2015년 샤오미의 가치는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도 높다. 냉정하게 지켜봐야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중국에는 샤오미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샤오미의 길을 따라 걷는 회사들이 많다. 중국 시장은 새로운 샤오미의 경쟁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특허는 이 중국 기업들의 성장을 막을 만능 무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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