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일할 수 있다우, 네이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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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어어’ 하다보니 벌써 새해네요. 나이 먹는 게 두렵지 않아요. 직장이 있으니까요.”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조명숙 씨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조명숙 씨

65세인 조명숙 씨 목소리에는 젊은이보다 뜨거운 열정이 묻어났다. 조씨는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이다. 지난 1년 동안 성남 사무실에서 네이버 지도 블러링 업무를 처리했다. 지도 블러링이란 지도 거리뷰에 쓸 사진에서 자동차 번호판 등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을 알아볼 수 없게 뭉개는 일이다.

지도 서비스에 사진을 접목하면 훨씬 정보가 풍성해진다. 직접 가지 않아도 마치 가본 것처럼 주변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담는데만 급급하면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구글 위성지도가 옥상에서 발가벗고 선탠하는 사람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줘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네이버는 이런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모니터링 요원을 뽑아 지도에 쓸 사진을 미리 손본다.

네이버 모니터링 요원은 지도뿐 아니라 네이버에 올라오는 이미지와 동영상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지 살피고, 유해 콘텐츠를 솎아낸다. 네이버는 처음에 모니터링 요원으로 컴퓨터 작업에 익숙한 젊은층을 뽑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한 것이다. 네이버 홍보실 최서희 차장은 “아무래도 젊은 분들은 모니터링 업무에 동기부여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 고용, 네이버와 은퇴 세대 양쪽에 새 기회 열어

고민 끝에 네이버는 다른 길을 찾았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고 모니터링 요원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사회공헌 일자리를 만들면서 은퇴 세대의 노하우를 네이버가 활용하는 ‘도랑 치고 가재 잡기’였다.

네이버는 은퇴 후 세대를 고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니어 고용 노하우를 가진 전문회사 에버영코리아의 힘을 빌렸다. 에버영코리아는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근무형태와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근무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와, 오후 1시30분부터 5시30분으로 각각 4시간씩으로 제한했다. 또 50분 일하면 꼭 10분씩 쉬도록 했다. 시니어 세대를 배려한 규칙이었다. 올 8월 은평구에 새로 사무실 꾸리면서 근로 형태는 한층 다양해졌다. 하루 4시간 반, 5시간 반 또는 7시간 가운데 한가지 근무시간을 골라 일할 수 있다. 분당 사무실도 조만간 댜앙한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성남고령친화체험센터 안에 마련된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 요원 사무실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안에 마련된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 요원 사무실

고용 형태는 계약직이지만 계약 기간엔 제한이 없다. 일명 ‘무기계약직’이다. 2년 계약직을 4년으로 늘리기만 한 졸속 법안 ‘장그래법’과 대비된다. 이한복 서비스운영본부 수석부장은 “하도 많은 분이 진짜 무한정 일할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그냥 ‘100살까지 일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라며 “진짜로 100세까지 일하는 분이 나타나면 큰일”이라고 웃었다.

젊은 세대가 정 붙이지 못한 모니터링 업무가 시니어 세대에겐 사회의 어른으로서 디지털 사회를 안전하게 가꾸는 소명으로 다가왔다. 은퇴 세대가 많이 종사하는 단순 육체 노동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하는 업무여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 앞서 나간다는 자부심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에게 힘을 붇돋았다.

시니어 세대가 몰두할 일거리를 제공한 덕분에 네이버는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실질적인 혜택을 거뒀다. 지도 블러링 업무에서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처리하는 사진 수는 시니어 요원과 젊은 직원이 비슷한 반면 오처리율은 시니어 요원이 더 낮았다. 생산성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품질은 향상시킨 셈이다. 퇴사율도 1% 수준으로 매우 낮다. 모니터링 요원은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뒤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퇴사율이 높으면 네이버에게도 적잖은 손해다.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을 뽑고 네이버는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속도는 잡았다. 이제는 품질이다

▲속도는 잡았다. 이제는 품질이다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이 성과를 거두니 네이버가 이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 네이버는 지금 300명 규모인 시니어 인력을 내년 상반기 중에 50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은평, 송파, 성남, 부천 등 수도권에 집중된 근무 지역도 강원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실험적인 은퇴 세대 고용이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사회에 복귀하니 자신감 생겨”

“여기 안 다녔으면 세수도 안 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 마냥 늙어가는 거죠. 회사에 나와야 하니 머리도 감고 얼굴에 뭐라도 찍어바르고 하니 젊어지고 자기관리가 되니 정말 좋아요.”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성남지도2팀장 안상섭 씨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성남지도2팀장 안상섭 씨

성남지도2팀 팀장으로 일하는 안상섭 씨 역시 올해 68세인 실버 모니터링 요원이다. 10여년 건설업을 하다 은퇴 후 10년 전부터 고시원을 운영했다. 7년 전부터 한글, 엑셀부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부했다. 자격증도 다수 갖고 있어 1팀 요원으로 일하다 2팀장으로 발탁됐다. 안씨는 ITQ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내 동아리를 꾸렸다. 근무시간 앞뒤로 2시간 가량 공부하는 이가 벌써 20명 남짓. 지난달 4명이 자격증을 땄고, 남은 사람은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안상섭 씨는 은퇴 후 단절됐던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일하다 보면 나이를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동료와 같이 어울리다 보면 옛날 직장 다니던 기분과 똑같아요. 나이 먹었다고 홀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배려해주니 다른 직장보다 더 좋죠.”

“컴퓨터 하는 노인은 안 늙어요. 머리가 젊어지니 치매 걸릴 염려도 없고, 이 직장이 우아한 직장이에요. 노인 대접을 안 하고 시니어, 선생님 소리 들을 수 있잖아요. 네이버가 능력 있는 시니어를 뽑아 쓰는 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거죠. 노인도 미래가 보장되니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 살아가는 데 자신감이 붙어요.” 조명숙 씨도 거들었다.

이한복 부장은 조명숙 씨가 스마트폰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사진에 음악과 자막을 입힌 영상이었다. 에버영코리아는 네이버 시니어 직원이 ‘디지털에이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명숙 씨가 스마트폰으로 UCC 동영상을 만들 수 있던 것도 스마트미디어 교육을 덕분이다. 사내 의사소통은 네이버 ‘밴드’로 한다. 팀장이 지시사항을 전달하면 팀원이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조씨는 “친구들한테 밴드도 모르냐고 제가 막 으스대면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라며 웃었다.

조명숙 씨는 “원래 사진 찍을 줄 알아 플레이숍에 가면 사진가 역할을 도맡는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플레이숍’은 일하러 가는 ‘워크숍(workshop)’ 대신 진짜 놀다 가자고 이 부장이 제안한 이름이다. 봄·가을에 당일치기로 관광명소나 네이버 자회사를 방문한다. 안상섭 씨는 네이버 데이터센터(IDC) ‘각’에 다녀온 때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춘천에 플레이샵 갔을 때 데이터센터에 갔어요. 그러니까 직원들이 더 자부심을 갖는 거에요.” ‘각’은 네이버가 2013년 6월 말 강원도 춘천에 세운 데이터센터다. 축구장 7배 크기다.

직원 만족도 높아 경쟁율도 오름세

일한 직원이 만족스러워하니 입사 경쟁율을 벌써 하늘 높이 치솟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조명숙 씨와 안상섭 씨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경쟁율이 3대1 정도였다. 지난 8월 은평구에 새로 사무실을 꾸릴 때는 입사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경쟁율은 반년 만에 3배인 9대1까지 올랐다.

후배 지원자에게 팁을 달라고 부탁하자 조명숙 씨는 “컴퓨터 기초는 알아야 한다”라며 “아무 것도 모르고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상섭 씨는 “컴퓨터에 관해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인터넷과 e메일 정도는 할 줄 아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다. 조명숙 씨는 “들어오기 전부터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로 편집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e메일을 보내는 정도는 해 왔기 때문에 합격한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입사 전형은 서류와 실기 시험으로 나뉜다. 서류전형에서는 출퇴근이 용이하도록 주거지가 사무실과 가까운지, 근무하기에 건강에 크게 무리가 없는지를 주로 확인한다. 학력은 보지 않는다. 나이는 본다. 55세 미만이면 지원할 수 없다. 시니어 세대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실기 시험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네이버가 공개한 예시 문항은 다음과 같다.

  • 대리랭, 프리서버, 휴대폰내구제, 어뷰징 등 단어 뜻 찾아 쓰세요.
  • 웹툰 ‘마음의 소리’ 작가의 이름을 찾아 쓰세요.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포스터 이미지를 검색해 그림 파일을 아래 경로에 파일명을 지정해 저장해 주세요.

조명숙 씨는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같이 은퇴 세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우리 말고도 우수한 시니어 인력이 많아요. 그런 사람이 더 많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조명숙 씨(왼쪽)와 성남지도2팀장 안상섭 씨

▲네이버 시니어 모니터링 요원 조명숙 씨(왼쪽)와 성남지도2팀장 안상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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