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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DOS 게임 2400개, 웹에서 무료로 ‘플레이~’

2015.01.06

인터넷과 컴퓨터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모으는 박물관 인터넷아카이브MS-DOS 게임을 모아놓은 라이브러리가 등록됐습니다. 도스(DOS) 시절 5.25인치 디스켓을 갈아 끼워가며 즐겼던 고전게임들을 별도 에뮬레이터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돌릴 수 있는 페이지가 생긴 겁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웹브라우저에서 게임을 고르고 실행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원리는 ‘도스박스’ 에뮬레이터를 돌리는 겁니다. 맥에서도 잘 돌아가고, 크롬이나 사파리 웹브라우저에서도 잘 됩니다. 다만,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선 게임이 제대로 안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IE 호환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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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큐레이션을 맡은 제이슨 스콧은 이 페이지에 등록된 에뮬레이터가 아직 베타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별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제가 발견한 버그는 마우스 커서의 위치가 정확히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아 ‘레밍즈’처럼 마우스를 쓰는 게임은 정확한 조작을 할 수 없다는 점 정도입니다. 키보드를 쓰는 게임이 말썽부린 사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게임 개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자그마치 2388개입니다. 쓰윽 훑어보니 80·90년대 DOS 시절 유명했던 게임들은 거의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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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게임들만 대강 짚어보겠습니다. ‘레밍즈’, ‘무도관’, ‘듄’, ‘듀크너켐’, ‘고인돌’, ‘카발’, ‘페르시아의 왕자’, ‘캘리포니아 게임’, ‘건십2000’, ‘황금도끼’, ‘배틀체스’, ‘레저수트 래리’, ‘레일로드 타이쿤’, ‘팰콘3.0’, ‘건보트’, ‘X윙’, ‘킹스퀘스트’, ‘카멘 샌디에고’….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과거에 있다, 없다로 소문이 무성했던 ‘스트리트파이터2’의 DOS 버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바이오스부터 DOS로 부팅되고 게임이 자동 실행되는 과정도 볼 수 있습니다. 로딩 속도도 진짜 디스켓 게임처럼 꽤 느립니다. 전체 화면으로도 즐길 수 있어서인지, 당시 게임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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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예전엔 이 목록에 있는 대부분의 게임들을 불법복제로 즐겼습니다. DOS 게임 전성기였던 80·90년대는 컴퓨터 게임은 불법복제가 당연시되던 시기였습니다. 동네 컴퓨터 판매점에 공디스켓과 500원을 들고 가서 컴퓨터 잡지에 나온 최신 게임을 복사해 와서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동서게임채널 같은 유통 업체들이 나서서 정품 소프트웨어를 내놓기도 했는데, 실제로 게임을 시작할 때는 게임에 대한 대가를 복사비로 치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 게임들이 저작권 문제 없이 이렇게 올라올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불법복제와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은 제도 뿐 아니라 교육과 환경을 통해 오랫동안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기여자인 제이슨 스콧은 이 2400여개 게임 중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19가지 게임을 따로 뽑기도 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상 깊은 게임들이라는데, 저도 “왕년에 디스켓 좀 갈아끼워봤지만” 19개 중에서 모르는 게임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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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박스 에뮬레이터가 새롭거나 신기한 건 아닙니다. 다만 이 게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겠네요. 마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한바탕 복고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제 주변 페이스북 친구들의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저도 아침부터 이 웹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목록을 넘기며 게임을 한 번씩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는 요즘 스마트폰 게임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 페이지 안에는 밤을 새워가며 흑백 화면과 틱틱틱 잡음을 내뱉는 PC 스피커로 즐기던 게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 다시 앞으로 20~30년의 시간이 지나면 지금 ‘스팀’ 구매 목록에 담긴 게임들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겠지요? 추억은 큼직한 도트를 미려한 텍스처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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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